내국인 의약품 조제·판매 허용하면서 건강보험·의료급여는 제외
약사회 "보건의료 영리화 우려"…관련 조항 삭제·철회 촉구
대한약사회가 외국인 영리병원과 외국인전용약국 개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이른바 '초광역특구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 균형 발전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명분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의 개설 원칙을 무너뜨리고, 건강보험 체계에 예외를 두는 것은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특히 외국인전용약국이라는 명칭과 달리 특구 내 외국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내국인에게도 의약품 조제·판매를 허용하면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하는 조항을 문제 삼았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박상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의 보건의료 관련 특례 조항을 즉각 삭제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약사회가 삭제를 요구한 조항은 제61조 외국의료기관 개설 특례와 제62조 외국인전용약국 개설 특례다. 제96조 한약도매상 관리자 공동관리 특례에 대해서도 철회를 요구했다.
"외국인전용약국, 내국인 조제까지 허용…약사법 근간 흔들어"
약사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제62조 외국인전용약국 개설 특례다.
현행 약사법 제20조는 약사에게 약국 개설 자격을 부여해 자본으로부터 약사의 전문적 판단과 독립성을 보호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은 외국인이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외국인전용약국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특구 내 외국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내국인에게까지 의약품 조제와 판매를 허용하면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체계에서는 제외하도록 한 점을 지적했다.
약사회는 이를 두고 "약사 개설 원칙과 건강보험 체계의 예외를 결합해 자본이 약국 운영과 의약품 조제·판매에 개입할 수 있는 별도의 약업 운영체계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약국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환자의 안전한 약물치료를 책임지는 보건의료기관"이라며 "이러한 특례는 약사 직능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의약품 안전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외국인투자 법인 병원 개설도 반대…"제주 녹지국제병원 사태 되풀이 우려"
외국인투자 법인의 병원·종합병원 개설을 허용하는 제61조와 부대사업 관련 특례를 규정한 제60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약사회는 이들 조항이 특구 내 의료기관의 영리적 운영과 사업 영역 확대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전용약국에 각각 별도의 예외적 운영체계를 허용하면 보건의료가 공공서비스가 아닌 투자와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태도 근거로 제시했다.
약사회는 "우리는 이미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태를 통해 외국인 전용이라는 조건이 의료영리화를 차단하는 실효적 장치가 될 수 없음을 경험했다"며 "내국인 진료 제한을 둘러싼 소송과 사회적 갈등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의료영리화의 통로를 다시 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약도매상 공동관리 특례도 철회 요구…"의약품 안전관리 공백 우려"
제96조에 담긴 한약도매상 관리자 공동관리 특례도 반대 대상에 포함됐다.
약사회는 의약품 유통과 품질관리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관리 책임과 전문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약도매상 관리자 공동관리 특례가 의약품 안전관리의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외국의료기관 및 외국인전용약국 개설 특례뿐 아니라 한약도매상 공동관리 특례까지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역 발전보다 보건의료 공공성 우선…특례 철회까지 대응"
약사회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건의료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료의 진정한 과제는 영리병원과 별도 약국의 허용이 아니라 지역 필수의료 기반과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는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전용약국 개설 특례를 삭제하고 한약도매상 공동관리 특례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법안 심사와 대안 마련 과정에서 약국 개설 원칙을 훼손하거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체계에 예외를 두는 등 보건의료 영리화를 초래할 수 있는 모든 특례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는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한 보건의료 시장화를 중단하고 국가 재정과 역량을 지역 필수의료 기반 및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
약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자본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삼는 어떠한 입법 시도와도 타협은 없다"며 "해당 특례 조항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