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 의원, 입원·수술비 절감과 일상 회복 가치 반영 요구
신약이 허가된 뒤에도 환자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사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행정 절차별 소요 기간을 넘어 환자의 전체 대기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약과 백신의 가치를 평가할 때에는 의약품 가격뿐 아니라 입원·수술비 절감 효과와 삶의 질 개선을 충분히 반영하고,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 의약품에 대해서도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은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치료 접근성에 관한 세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올해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줄이는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질환이 달라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갑상선 안병증과 신경섬유종증,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 고령층 인플루엔자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 등 여러 분야에서 치료제나 예방 수단이 개발되고 허가돼도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질의하고자 한다”며 답변을 일괄 요청했다.
신청 전 191일은 통계 밖…“환자가 기다리는 시간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로 이 의원은 정부가 집계하는 급여 등재 소요 기간에 허가 이후 급여 신청까지의 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이 의원은 정부가 급여 신청일부터 계산한 평균 소요 기간을 212일로 제시하지만, 허가 후 신청까지의 기간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 분석에서는 항암제의 경우 허가 이후 급여 신청까지만 평균 191일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 기간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 기간 등 기관별 시간만 관리할 뿐, 환자가 실제로 기다리는 전체 시간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희귀·중증질환 환자에게는 이 약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서류가 기관 사이를 오가는 동안에도 환자의 병은 하루하루 깊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허가일부터 실제 급여일까지를 하나의 치료 도달 기간으로 관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허가 이후 급여 신청까지는 제약사가 준비하는 기간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면서도, 환자 입장에서는 허가부터 급여까지가 대기 기간이라는 취지에 공감했다. 관련 정보를 확인해 통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악화 뒤 드는 비용까지…평가 기준 공개 주문
두 번째 질의는 신약과 백신의 경제적·임상적 가치를 얼마나 폭넓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집중됐다.
이 의원은 새 의약품을 평가할 때 가격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치료가 늦어져 환자가 입원하거나 수술받는 데 드는 비용도 결국 건강보험이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절기 인플루엔자 건강보험 진료비 6295억원 가운데 77%가 입원비였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시점은 병이 심해진 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침에도 의약품 사용으로 줄어드는 의료비를 계산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평가에서 입원비와 수술비 등의 절감 효과를 얼마나 산정해 반영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의원은 치료제나 백신을 평가할 때 의약품 가격뿐 아니라 치료 지연으로 발생하는 입원·수술비까지 고려하고, 그 계산 기준을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아울러 갑상선 안병증과 신경섬유종증 등을 예로 들며, 신약 평가에 의료비 절감뿐 아니라 환자의 일상 복귀와 삶의 질 개선이라는 치료 가치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정 장관은 신약이나 백신 도입에 따른 편익과 삶의 질 개선을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경제성평가 과정에서 QALY 등을 통해 삶의 질을 고려한 평가도 일부 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의원이 제기한 취지가 실제로 반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9개는 시범사업 밖…후속 경로·추진 일정 요구
세 번째로 이 의원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의 성과를 ‘100일 이내 등재’라는 행정 목표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단계의 행정 기간이 줄더라도 다른 단계에서 시간이 늘어나면 환자의 기다림은 그대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범사업에 14개 의약품이 신청했지만 선정 규모는 최대 5개라는 점을 들며, 상한이 유지되면 최소 9개는 이번 사업에서 선정되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 의원은 미선정 의약품의 후속 처리 방안과 환자 접근성 대책, 관련 제도와 추진 일정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시범사업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100일 달성 여부가 아니라 허가부터 실제 급여까지 전체 대기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어느 단계의 병목이 남았는지까지 검증하겠느냐”고 물었다. 세 가지 질의에 대한 세부 검토 결과는 의원실에 별도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장관은 현재 14개 의약품이 접수돼 평가가 진행 중이며, 정밀한 평가를 거쳐 대상 의약품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약을 50여개 정도 급여 적용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외에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답변에서 미선정 의약품의 구체적인 후속 처리 절차나 추진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재정의 한계 때문에 우선순위나 비용 경제성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