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교육·공정한 조사 기준·적정 인력 배치해야
간호사 ‘태움’을 개인 간 갈등으로 보는 병원의 인식과 과도한 업무 부담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피해 신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업무량을 제외하거나, 병원 자문 노무법인에 조사를 맡기는 등 대응의 공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조은병원과 서울의료원 사례를 제시하며 의료현장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영진 교육과 조사 가이드라인, 인력 배치 등에 관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태움 사망사건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 개인의 성향과 태도를 넘어 과도한 업무량과 각박한 근무환경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문 노무법인에 조사 맡겨…노동청 판단과 엇갈려
이 의원이 제시한 참조은병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고 강수빈 간호사는 2025년 3월 괴롭힘 문제가 불거진 뒤 면담 과정에서 사직했지만 병원은 퇴사 사유를 개인 사유로 처리했다. 강 간호사는 퇴사 열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부모가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자 병원은 자문계약을 맺고 있던 노무법인에 조사를 맡겼다. 해당 노무법인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노동청은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 의원은 병원으로부터 자문료를 받고 노무관리에 관여해 온 노무법인에 조사를 맡긴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청 판단 이후에도 병원 측이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강 간호사는 이후 다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올해 6월 사망했다.
이 의원은 병원 경영진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태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고인 빠진 심의…괴롭힘 정황에도 불인정 결론
노동부가 조사 중인 서울의료원 김모 간호사 사건에서도 자체 조사와 심의의 부실 문제가 제기됐다.
이 의원은 서울의료원이 2019년 간호사 사망사건 이후 태움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한 감정노동보호위원회가 조사 범위에서 업무량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사건을 확대하지 말라고 했으며, 신고인이 요청한 참고인도 모두 제외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괴롭힘 심의위원회 구성과 개최 과정도 문제로 꼽았다. 이 의원은 일정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위원 7명 가운데 병원 간부 4명과 외부위원 1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심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법률 검토를 맡을 변호사와 근로자대표 추천위원은 참석하지 못했고, 신고인도 기존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이 의원은 조사보고서에 피신고인의 진술로 확인된 괴롭힘 정황이 담겼는데도 심의위원회가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지적했다. 또 병원 관계자가 피신고인은 출석해 호소하고 신고인은 자리에 없어 위원들이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부실 심의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태움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태움을 개인 간 갈등으로 치부하려는 병원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연내 마련할 대책에 경영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교육, 노사와 전문가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병원 내 조사 가이드라인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적정 인력 배치와 신규 간호사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보장하는 제도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장관은 이 같은 요구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