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이 정부의 일률적인 선정 기준에 막혀 필수의료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립대치과병원에서는 건립 예산을 편성하고도 집행하지 못하거나 취약계층 진료사업을 자체재원에 의존하는 사례가 확인돼 공공의료 사업 전반의 지원체계와 예산관리를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와 8일 보건복지부 대상 서면질의를 통해 의료취약지역의 사업 참여요건 개선과 국립대치과병원의 예산·재원구조 점검을 촉구했다.
병상·평가등급 충족 못해 간병 혜택 제외
박 의원은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권역외상센터, 취약지 응급의료 간호사파견, 장기요양 병원동행 등 4개 사업에서 농어촌과 인구감소지역이 소외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사업은 ‘100병상 이상’과 ‘적정성 평가 1·2등급’ 기준 때문에 고령화 비율이 높고 간병 부담이 큰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병원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원광대병원과 목포한국병원 등 지방 거점기관들이 시설을 갖추고도 의사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박 의원은 인건비 지원만으로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국가가 직접 채용과 배치를 책임지는 대책을 주문했다.
취약지 응급의료 간호사파견 사업 역시 충북·전북·경남 등에서 수십 차례 요청했지만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 병원동행 사업은 교통이 불편하고 홀몸 어르신이 많아 수요가 큰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의 약 80%가 요건 미달로 참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람이 부족하고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다면 지역 의료 격차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가산제와 선정요건 완화, 국가 직접 채용·파견 등을 촉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조건부 지정이나 완화된 기준 적용, 지역 가산 제도 등을 검토해 지리적 접근성과 지역 간 격차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의료인력 확보에 대해서도 중앙 차원에서 전국 단위 인력을 확보해 매칭하고 배치하는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로 용도폐지 불허에 설계변경…완공 2년 늦춰
경북대치과병원 치의학융복합센터 건립사업은 국고 편성 이후에도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로 지적됐다.
박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24년 국고예산 72억7600만원이 편성됐지만 국고 실집행액은 0원이었다. 2025년에는 국고를 신청하지 않았다.
총사업비는 국비 214억2100만원과 병원 자체부담 76억1100만원을 합친 290억3200만원이다. 제출자료상 사업 전체 집행액은 8억9100만원으로, 총사업비 대비 집행률은 3.06%에 그쳤다.
병원 측은 기본공사비 조정과 현장 여건 반영, 사업부지 내 도로 용도폐지 불허에 따른 설계·시설규모 변경, 총사업비 협의조정 등을 지연 사유로 제시했다. 2025년 3월 총사업비 협의조정을 거치면서 사업기간은 2년 연장됐고, 총사업비는 26억900만원 늘었다.
박 의원은 도로 용도폐지 가능 여부는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확인했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국고 신청 당시 추진단계와 집행계획, 부지·인허가 사전검토 내역, 사유별 증액 규모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업의 집행 부진은 앞서도 지적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 7월 결산분석에서 2023년 국고 교부액 15억원 중 실집행액이 6억3300만원으로 집행률이 42.2%에 그쳤다며 집행관리 강화와 이월 최소화를 주문했다.
당시 교육부는 국고지원금 누적 집행률이 60% 미만인 사업을 ‘지연사업’으로 지정해 차년도 예산 신청을 제한하는 기준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듬해에도 국고 실집행액이 0원에 그친 만큼 기존 관리대책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현재 사업은 실시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추진 중이다. 박 의원은 도로 용도폐지 문제의 해결 여부와 남은 인허가 과제를 확인하고, 2029년 완료를 위한 설계·인허가·착공·준공 일정과 단계별 집행 목표, 정기 점검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아동·저소득층 치료, 병원·지자체 여건에 좌우
국립대치과병원의 공공구강의료사업은 사업별로 재정지원 체계가 달랐다.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등에는 국비·지방비 지원체계가 있지만, 일부 아동·청소년 구강건강증진사업과 저소득층·지역사회 의료지원사업은 병원 자체재원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강원대치과병원은 아동·청소년에게 구강검진, 방사선 촬영, 구강보건교육, 예방진료, 심층치료와 치료 후 지속관리 등을 제공하는 사업에 2024년과 2025년 각각 자체예산 8000만원을 편성했다. 별도로 강릉시에서 매년 1000만원을 지원받고 있으며, 병원은 시 보조금을 5000만원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경북대치과병원의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사업 자체예산은 2024년 2300만원에서 2025년 3500만원으로 늘었다. 지역사회 의료지원사업은 같은 기간 660만원에서 670만원으로, 구강보건교육사업은 12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증가했다. 2025년 이들 3개 사업의 자체예산은 총 4300만원이다.
복지부는 2024~2025년 소관 국립대치과병원 3개소에서 재원 부족으로 자체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사업 중단이 없더라도 병원과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사업 규모와 지속가능성에 지역별 차이가 생길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별 예산과 자체부담, 정부·지자체 지원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공공성과 지역 간 형평성, 지속 필요성을 고려한 재정지원 기준과 향후 계획을 검토해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