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실명 543명 노출…당사자 통지·보고 직원 보호 대책 요구
국립대병원들이 자체감사 문서를 공개하면서 환자와 직원의 이름 위에 검은 칠만 덧씌우고 원래 글자를 삭제하지 않아 실명과 건강 정보가 길게는 3년 넘게 공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서는 감사원이 운영하는 공공감사포털에서 로그인 없이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었다. 경북대병원 한 곳에서 드러난 이름만 543명에 달했다.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은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립대학교병원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당사자 통지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의원실이 공공감사포털에 게시된 국립대병원 자체감사 공개본을 점검한 결과, 글자를 삭제하지 않고 화면에서만 정보를 가린 문서는 충남대병원 55건, 경북대병원 51건, 충북대병원 16건 등 총 122건이었다.
이 가운데 경북대병원 7건과 충남대병원 4건 등 11건에는 환자 신원이나 건강 정보가 남아 있었다. 가장 오래된 문서는 2023년 4월 게시됐다. 의원실이 병원에 문제를 알린 지난 3일까지 3년 5개월간 공개된 상태였다.
유전체 검사 내역부터 감염 노출 기록까지
경북대병원 감사 공개본에서 드러난 이름은 543명이었다. 유방암 유전체 검사를 받은 환자 34명의 이름과 환자번호, 직원 211명의 감염 노출 기록 등이 포함됐다. 직원 기록에는 결핵 노출 197명과 HIV 노출 사례 등이 담겨 있었다. HIV 관련 내용은 감염 사실이 아닌 노출 기록이다.
이 의원은 검게 덮인 칸 아래 글자가 드러나는 영상을 제시하며 “검게 칠한 네모는 가림막이 아니라, 민감정보가 여기 있다는 표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병원장은 민감정보 처리 방식에 대한 질의에 “삭제를 하지 못하고” 그 위에 가림 표시만 해서 올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공개 전 확인 절차에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의원은 “확인하는 절차가 제대로 있다면 이런 문서가 나갔을 리 없을 것”이라며 “10월 3일 저희 의원실이 지적하기 전까지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북대병원 한 곳에서만 543명의 이름이 드러났고, 몇 명이 내려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고 보고자 이름·사번도 남아
충남대병원의 환자안전 보고체계 감사 공개본에는 환자안전사고 96건의 환자 이름과 투약·낙상 등 사고 내용이 남아 있었다. 사고를 보고한 직원의 이름과 사번도 함께 공개됐다.
이 의원은 “환자안전을 감사한 보고서가 환자안전 보고를 막는 문서가 돼 버렸다”고 질타했다. 충남대병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충남대병원이 2024년 이 문제를 알고도 이미 게시한 문서를 고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담당자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통지 이행 내역 서면 보고 요구
이 의원은 정보가 공개된 당사자에 대한 통지 여부도 따져 물었다. 경북대병원이 올해 1월에도 통지 지연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사자 통지는 병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경북대병원은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통지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장은 543명 모두에게 통지하느냐는 질의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통지는 72시간 안에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몇 명에게 언제 통지했는지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충남대·경북대·충북대병원장에게는 당사자 통지 결과와 사고 보고 직원 보호 대책,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국립대병원은 국민이 가장 두려운 순간에 믿고 안전을 맡기는 곳”이라며 “환자 정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 후에는 과거 국립대병원 해킹 사례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2021년 서울대병원이 북한 해킹조직에 뚫려 환자 81만여 명의 정보가 빠져나간 정황이 확인됐고, 올해 1월에도 강원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 정보는 그 어떤 개인정보보다 민감한데, 해커가 노리는 정보를 해킹도 필요 없이 병원 스스로 공개한 셈”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끝까지 따져 묻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