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약 개발해도 사업화는 먼 길…“투자·임상 체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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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신약 개발해도 사업화는 먼 길…“투자·임상 체계 바꿔야”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9.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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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세제 지원·초기 투자 확대 제안…저위험 의료기기 임상 절차 개선도 주문
우정훈 이대목동 산학협력교수팀 국회 정책보고서 통해 제안

국내 바이오산업이 신약 개발과 생산, 임상시험에서 쌓은 경쟁력을 해외 매출로 연결하려면 투자와 임상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초기 벤처의 자금난부터 후기 임상의 대규모 투자 공백까지 메우고, 허가 이후 급여·유통을 아우르는 사업화 전략을 개발 단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화의대부속목동병원 우정훈 산학협력교수팀은 국회사무처 정책연구용역으로 수행한 ‘한국 바이오메디칼 산업의 육성 및 글로벌 진출에 대한 정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M&A 세제 지원으로 투자금 회수 경로 확대

29일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먼저 국내 바이오산업의 투자금 회수가 기업공개(IPO), 특히 기술특례 상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에 주목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 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을 도왔지만,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춘 전략적 M&A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연구진은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에 각각 다른 세제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인수 기업이 동종·연관 분야 바이오기업을 기술 확보 목적으로 인수한 경우 이를 연구개발 활동의 연장선에서 평가하자는 것이다. 인수 후 기술 고도화와 비임상·임상 개발, 제조공정 개발, 허가 준비 등에 투입하는 비용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인정해 세액공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술·플랫폼·데이터를 이전하고 검증하는 과정의 비용에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사진=챗GPT]
국내 바이오산업이 신약 개발과 생산, 임상시험에서 쌓은 경쟁력을 해외 매출로 연결하려면 투자와 임상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초기 벤처의 자금난부터 후기 임상의 대규모 투자 공백까지 메우고, 허가 이후 급여·유통을 아우르는 사업화 전략을 개발 단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챗GPT]

매각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 완화를 제언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바이오기업이 규모 확대에 따라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더라도 일정 기간 중소기업 수준의 세율을 적용하는 유예 방안과, 창업자·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 또는 과세 이연을 검토하자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기업의 기술 성숙도에 따라 상장, 기술이전, M&A 가운데 적절한 성장·투자금 회수 경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초기 투자부터 후기 임상까지 자금 지원

연구진은 자금 부족이 개발 초기부터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이 사업 성과가 가시화된 후기 단계 기업을 선호하면서, 기술·사업 위험이 큰 초기 바이오기업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정부가 참여하는 정책 펀드에 초기 기업 최소 투자 비율을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펀드 규모와 기업의 성장 단계도 나눠 설계하자고 했다. 연구진이 든 예시는 1000억원 이상 대형 펀드를 통한 기업당 약 30억원 이상의 시리즈 A~B 투자와, 500억원 안팎의 중소형 펀드 여러 개를 통한 기업당 약 5억~10억원의 시드~프리 A 투자다. 이 금액은 확정된 지원 규모가 아닌 연구진의 설계 예시다.

정부 연구개발 과제와 후속 민간 투자를 잇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가 벤처펀드에 출자자로 참여하고, 펀드 운용기관이 정부의 상업화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 기업을 발굴하는 방식이다. 정부 과제에 선정된 기업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펀드가 후속 투자하도록 연결하자는 취지다.

개발 후반부에는 별도의 자금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임상 3상에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드는 경우가 있는 반면 국내 투자 구조는 상대적으로 단기 회수에 치우쳐 있다고 분석했다. 후기 임상에 장기간 투자하는 바이오 특화 펀드를 확대하고,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해외 투자기관 연계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저위험 의료기기 임상, IRB 중심 운영 검토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는 초기 임상 연구의 위험도에 따라 절차를 달리 적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연구진은 기술 가능성을 확인하는 저위험 탐색 임상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전 승인 절차를 최소화하고, 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와 연구기관의 책임 아래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다.

고위험 의료기기나 환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에는 엄격한 사전 승인 절차를 유지하는 방식을 함께 제시했다. 디지털 치료제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탐색 임상에서 확증 임상, 인허가 임상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개발 경로를 명확히 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연구진은 규제기관과 개발 기업이 초기부터 임상 설계와 인허가 전략을 협의할 수 있도록 상담과 가이드라인 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임상시험 실시기관 지정제도도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지정·재지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만성질환과 지역 기반 연구에서는 수행 역량을 갖춘 1차 의료기관이나 지역 의료기관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언했다. 당뇨·비만·고혈압처럼 환자가 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질환은 대형병원 중심의 임상시험 구조에서 대상자 모집과 환자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 확대에 따른 연구의 질과 대상자 안전 문제도 함께 다뤘다. 연구진은 중소 의료기관의 인력 교육과 임상시험 지원 인프라, IRB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 임상시험 기준에 맞춘 운영 체계를 갖출 것을 제안했다. 원격 모니터링, 지역 검사기관 활용, 디지털 데이터 수집 등 분산형 임상시험 요소는 단계적으로 도입하자고 했다.

연구중심병원 평가에 사업화 성과 반영

연구진은 연구중심병원이 외부 기업의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체 연구 성과를 창업과 기술사업화로 연결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논문·특허 위주의 성과 평가에 기술이전, 창업, 산업계 공동연구, 해외 규제 대응 역량 등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의사과학자의 전일 연구 활동과 임상연구 전담 인력의 안정적 고용을 지원하고, 병원 안에 바이오벤처 육성 공간과 공동연구 플랫폼을 마련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전자의무기록과 바이오뱅크, 임상 코호트 데이터를 해외 규제 기준에 맞게 구조화하고,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허가만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연구진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미국·유럽의 규제 요건과 함께 보험급여, 가격, 의료기관 채택, 유통 경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임상·규제 전문가를 육성하고, 해외 보험·급여 체계 분석과 사업개발, 마케팅을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밖에 해외 한인·외국인 전문인력을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에 연결하는 플랫폼, 홍릉 등 바이오 클러스터의 정착 지원센터, 특정 질환·기술 분야에 한정한 첨단재생의료 임상 특례 지역을 제안했다. 성별 차이를 반영한 임상 연구 기준과 여성 건강 분야 디지털 헬스 제품의 인허가·급여 경로도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진의 진단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강점인 생산시설과 임상 인프라를 최종 제품의 해외 매출로 연결하는 단계가 약하다는 데 모인다. 연구진은 초기 투자부터 후기 임상, 허가, 급여, 유통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를 갖춰야 국내 기업이 기술 개발 이후의 사업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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