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심야약국·방문약료 확충 요구
전국 약학대학 학생들이 일반 환자까지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려는 정책 논의에 반대하고 나섰다. 충분한 검증과 안전관리 체계 없이 배송 대상을 넓히면 의약품 오남용과 보건의료의 상업 플랫폼 종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약대협)는 7일 ‘국민 건강을 실험대로 하는 검증 없는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 강행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약사 직능과 보건의료 정책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약사정책대응 TF를 출범시켰다.
약대협은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이 단순히 약을 집에서 받는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향후 국내 보건의료 전달체계와 약사의 역할, 국민에게 제공되는 약료서비스 형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사안이라는 것이다.
“시행·평가 앞서 일반 환자로 확대 논의”
약대협은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될 비대면진료 제도가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마련됐으며, 의약품 접근에 큰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 한해 약국 외 인도를 허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제도를 시행하고 평가하기도 전에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안전성과 효과, 지역 약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상을 일반 환자 전체로 넓히는 것은 충분한 근거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약대협은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단순한 전달뿐 아니라 처방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환자의 복용 이력과 상태를 확인하며 올바른 복용법을 안내하는 전문적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환자의 상태와 복용 중인 의약품, 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약사의 조제와 복약지도를 통한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품질관리·수령자 확인·책임체계 마련 촉구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려면 의약품별 배송 적합성 검토와 보관·운송 과정의 품질관리, 수령자 확인, 실질적인 복약지도, 사고 발생 시 책임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약대협은 주장했다.
약사가 처방 내용과 환자 상태를 검토해 배송의 적절성을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대면 상담과 복약지도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민간 플랫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이 광범위하게 허용되면 국가와 의료기관, 약국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공적 의료서비스 전달체계가 상업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다.
비대면진료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의료 이용량이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술적 편의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윤 중심의 구조가 강화되면 의약품 오남용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령 편의보다 지역 공공 약료체계 확충해야”
약대협은 의약품 접근성이 약을 집 앞까지 전달하는 ‘수령의 편의’만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환자의 복약 상태를 살피고 위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무분별한 상업적 배송 확대보다 공공심야약국과 취약지역 공공약국, 방문약료 등 지역사회 기반의 공공 약료체계를 확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약대협은 정부에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및 사회적 합의 없는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 논의 중단 ▲플랫폼 진흥을 앞세운 보건의료의 상업 플랫폼 종속 시도 철회 ▲지역사회 기반 공공 약료체계 확충을 요구했다.
한편 약대협은 변화하는 보건의료 환경과 약사 직능 관련 정책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약사정책대응 TF를 새로 출범시켰다.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 확대가 미래 약사들의 직능과 업무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약대생들의 목소리를 정책 현장에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약대협은 전국 37개 약학대학 학생을 대표하는 단체다. 앞으로 TF를 중심으로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배포하고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대응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