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5실 체계로 몸집 늘린 복지부, 어른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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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5실 체계로 몸집 늘린 복지부, 어른이 사라졌다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6.09.07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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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맞은 보건복지부 세종청사는 공허한 분위기이다.

복지부는 4실에서 5실로 조직개편을 완료했다.

제2차관 산하 보건의료정책실과 함께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을 신설한 것이다.

복수차관 이후 실 신설은 복지부 내부의 숙원사업이었다.

메르스와 코로나 그리고 의료사태를 거치면서 복지부 보건정책 조직 확대 필요성과 중요성은 핵심과제로 부각됐다.

보건복지부 정은영 장관과 실장들이 참석한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설명회. 왼쪽부터 은성호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 진영주 사회복지정책실장, 김국일 기획조정실장, 정은영 장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실장, 손영래 의료혁신추진단장(현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정은영 장관과 실장들이 참석한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설명회. 왼쪽부터 은성호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 진영주 사회복지정책실장, 김국일 기획조정실장, 정은영 장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실장, 손영래 의료혁신추진단장(현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은 2국, 8과로 구성을 완료하고 부서별 운영에 들어갔다.

숙원사업이 해결됐음에도 복지부 내부는 편치 않은 모습이다.

부서는 늘었지만 부서별 인원은 되레 감소했기 때문이다.

기존 인원에서 실을 신설하면서 지필공실을 채우기 위해 부서별 정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건 부서 한 곳 당 10여명에서 조직개편 이후 6명 내외 부서가 늘어났다.

세종청사 내부에서는 과장이 기획서와 보도자료 작성 등 사무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서간 업무조정 역시 공무원들의 부담감을 더하고 있다.

보건 부서별 큰 틀의 업무 범위는 나눴지만 지역의료, 필수의료, 공공의료 등과 무관하지 않은 부서는 없다. 여러 부서와 중첩되는 사업과 제도로 인해 한 부서에서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신생부서는 업무 매뉴얼 수립에, 기존 부서는 축소된 업무 범위에서 새로운 과제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직 확대라는 커다란 목표를 달성했지만, 내부 안착이라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복지부는 인력 충원을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전입을 진행 중이지만 과중한 업무로 평가받고 있는 복지부로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들어올지 미지수이다.

복지부 간부 공무원은 "조직은 늘어 좋은데, 부서별 인력이 줄어들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신생 부서로 업무를 배분했다고 실제 업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과장이 사무관 역할, 국장이 과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복지부 장관과 차관도 공무원들의 고충을 인지하고 있다.

간부회의에서 '내년도 인력 충원까지 버티자'. '고통을 함께 나누자' 등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복지부 공무원은 "후배 공무원들을 보면 안쓰럽다. 과천청사와 계동청사 시절에는 상관 지시에 무조건 따르고, 희생을 감수했다면 세종청사 젊은 공무원들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부서는 늘렸지만 인원은 줄고, 업무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언제일지 모르는 인력 충원까지 버티자는 소리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공무원들의 휴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신생 부서 국장과 과장 인사에서 행정고시 출신이 독차지하면서 과반수가 훌쩍 넘는 비고시 공무원들의 허탈감은 더해지고 있다.

과거 복지부에 위기 상황이 닥치면 실장들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배 공무원들에게 호통치고, 쓴소리로 기획안을 반려하는 등 악역을 하면서도 국회와 청와대, 관련 부처, 언론 등의 외풍을 막아주는 어른 역할을 담당했다.

법안소위 협의과정에서 국회 보좌관과 핏대를 세운 손건익 차관, 장관 지시 관련 재판에 출석해 후배 공무원들을 보호한 작은 거인 이태한 실장, 청와대 하명을 거부하고 의료계와 신뢰를 고수한 권덕철 실장 등의 모습을 지금은 찾기 힘들다.

우여곡절 끝에 4실에서 5실로 조직개편을 완료했지만 실장, 국장, 과장, 사무관, 주무관 모두 성과와 면피를 위한 각자도생이다.

공직사회의 시대 변화와 세대 변화가 복지부 조직개편을 통해 명확하게 읽혀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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