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로 질병 위험 예측하고 재정 누수·부당청구 정밀 관리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 건강보험을 진료비 지급과 치료 보장 중심의 제도에서 예방·건강관리·노후·돌봄까지 책임지는 생애주기 건강보장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하나로 연결하는 ‘국가 건강복지플랫폼’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건강관리와 재정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 강원도 원주 본부에서 제11대 강청희 이사장 취임식을 개최했다. 강 이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공단의 존재 이유를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는 “건강보험은 단순히 진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제도가 아니다”며 “질병 때문에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고,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며, 고령과 장애 앞에서도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단은 숫자에 매몰돼 재정을 관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고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며 “‘인간의 존엄’이 공단이 추구해야 할 혁신의 출발점이자 최종 지향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미래 다시 설계”…‘리부트 건강보험’ 선언
강 이사장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 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AI가 주도할 의료환경 변화 등을 건강보험이 직면한 주요 과제로 꼽았다.
과거의 성과에 머물러서는 미래의 건강보험을 지킬 수 없다며, 기존 제도를 일부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건강보험의 운영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내놨다.
강 이사장은 이를 ‘리부트 건강보험’으로 명명했다. 그는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건강보험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라며 “재설계에 가까운 혁신으로 재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부트는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다”며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를 다시 세우고 국민 중심으로 서비스와 조직, 재정과 운영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혁신하는 국가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의 역할도 치료 이후의 비용 보장에서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 지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이사장은 “건강보험은 이제 치료를 보장하는 제도에서 건강한 삶을 설계하는 제도로 진화해야 한다”며 “국민이 병원에 간 이후를 지원하는 제도를 넘어 병들기 전에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한 노후와 돌봄까지 함께 책임지는 생애주기 건강보장체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리부트 건강보험이 지향하는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의료·장기요양·통합돌봄 연결하는 플랫폼 추진
강 이사장은 공단을 국민 중심의 ‘건강복지플랫폼’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의 삶에서는 의료와 장기요양, 돌봄, 복지, 예방, 건강관리 등이 서로 분리될 수 없지만, 현재 제도와 행정은 영역별로 나뉘어 있어 이용 과정의 불편을 국민이 떠안고 있다는 게 강 이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국민에게는 건강과 복지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료와 장기요양, 돌봄과 복지, 예방과 건강관리, 정신건강과 생활지원은 모두 하나의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제도와 행정은 여전히 영역별로 분절돼 있고 그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있다”며 “이제 그 벽을 허무는 일이 공단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국민이 여러 기관을 전전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이사장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하나로 연결하는 국가 건강복지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건보공단이 국민 삶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AI로 위험 예측·맞춤형 관리…부당청구 대응도 강화
AI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단 업무와 대국민 서비스의 전환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강 이사장은 AI를 선택 가능한 기술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표준으로 평가하면서도, 공공기관의 AI는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국민을 더욱 세밀하게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시대의 표준”이라면서 “공공기관의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더욱 잘 돌보기 위한 기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이 보유한 건강보험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질병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건강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개인의 특성과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보험재정 누수와 부당청구 관리의 정확도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강 이사장은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건강 이상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겠다”며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정 누수와 부당청구를 더욱 정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가 직원들의 업무를 보다 정교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직원들은 이를 활용해 국민에게 적시에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AI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가치 있는 공공서비스의 모범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지출 줄이고 필요한 국민은 두텁게 지원”
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인 관리 방안도 언급했다. 강 이사장은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를 공단에 맡긴 신뢰로 규정하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되 지원이 필요한 국민에 대한 보장은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이 맡겨주신 보험료는 국민의 신뢰이며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며 “재정을 더욱 과학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정말 필요한 국민에게는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을 높이고 생계형 체납자는 보호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출 효율화와 보장성 강화를 함께 추진하면서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과 취약계층 보호를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노조와 소통 확대…“직원이 가장 소중한 자산”
조직 운영에서는 현장과 직원이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고 노동조합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이사장은 공단이 마주한 현안으로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다며, 직원들과 함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노동조합과 상호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자주 만나고 소통하면서 상생·협력의 노사문화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혁신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며 “건보공단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바로 직원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이 자부심을 느끼는 조직, 현장이 존중받는 조직, 소통과 신뢰가 살아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신뢰받는 공공기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강 이사장은 취임사를 마무리하며 인간의 존엄을 모든 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리부트 건강보험을 통해 건강보험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네 가지 약속을 제시했다.
공단을 국민 중심의 건강복지플랫폼으로 전환하고 AI 대전환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건강보험기관으로 만들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 이사장은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국민건강보험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라며 “국민과 함께 혁신하고 직원과 함께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배우는 새로운 건강보장 모델이 되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이사장은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용인시 기흥구 보건소장, 한국공공조직은행장을 역임했다. 또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보험급여 정책과 실무를 총괄하는 등 의료현장과 공공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