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시범 운영 뒤 전국 확산 목표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말로 전달한 환자 상태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중증도를 판단하고, 병상과 진료자원 등을 고려해 최적의 이송 병원을 추천하는 응급의료 혁신기술이 공개됐다. 구급 현장부터 응급실까지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응급실 미수용 문제와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은 지난 12일 대구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대구·경북 응급의료 AX 기술 시연회’에서 한국형 ARPA-H 필수의료 임무 프로젝트인 ‘멀티모달 AI 기반 지역완결형 스마트 응급환자 분류·최적 이송시스템 개발’의 핵심 기술 성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마이스터(MAISTER)’로 불린다.
마이스터 프로젝트는 응급환자 발생 단계부터 이송, 병원 수용, 응급실 진료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AI 기반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응급 현장에서는 구급대원이 환자 상태를 수기로 기록하고,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여러 병원에 반복 연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이송 지연이 발생하고, 중증·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추진단의 문제의식이다.
이번 시연에는 경북대병원이 개발한 응급의료 AI 플랫폼 ‘세이버(SAVE-R)’가 활용됐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심근경색 등 시간민감성 환자의 이송·수용 상황이었다. 구급대원 음성을 기반으로 환자 활력징후를 수집하고, AI가 심전도를 자동 분석해 중증도(Pre-KTAS)를 분류하는 과정이 제시됐다. 이후 AI가 우선 이송병원을 추천하고, 환자 정보와 필요한 진료자원을 병원에 사전 공유하는 방식으로 구급 현장과 응급실 간 실시간 연계 체계를 구현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지역의료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상급병원 재이송이 필요한 상황을 가정했다. 세이버를 통해 문제환자 발생 알람이 연계 병원에 실시간 공유되고, AI가 환자 중증도와 병상 상황을 반영해 최적 이송 병원을 다시 선정하는 절차가 시연됐다.
추진단은 마이스터 프로젝트가 지역완결형 응급의료체계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정보를 자동 수집·전달하고, AI 기반 중증도 분류와 최적 이송병원 추천, 응급실 진료자원 공유를 결합해 응급환자가 권역 내 적정 의료기관에서 신속히 치료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창현 K-헬스미래추진단 필수의료 사업관리자(PM)는 “마이스터 프로젝트는 소방 구급 현장부터 응급의료 현장까지 전 과정을 AI 시스템으로 유기적으로 통합해 구급대원과 응급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응급환자가 권역 내에서 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현하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2024년 시작된 보건의료 난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보건안보 확립, 미정복질환 극복, 바이오헬스 초격차 기술 확보, 복지·돌봄 개선,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혁신 등 5개 임무를 설정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필수의료 임무에서는 마이스터 프로젝트 외에도 수술실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 로봇 개발, AI 기반 중환자 실시간 원격관리 플랫폼 개발 등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
세이버는 대구·경북 지역 시범 운영을 통해 현장 적용성을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AI 기반 응급의료 이송체계를 현재 수립 중인 ‘AI 기본의료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다.
선경 K-헬스미래추진단장은 “이번 시연회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가 실험실 수준의 연구를 넘어 실제 응급의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 적용형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임상 현장과 긴밀히 협력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와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우수 성과가 국가 정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