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시선]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이름만 '신속'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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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시선]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이름만 '신속'이어선 안 된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6.04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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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대상은 좁고 사후평가 부담은 큰 설계
환자 접근성이라는 본래 취지 살려야

정부가 발표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 방안을 놓고 제약업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인데, 핵심은 적용대상이 너무 협소하고 사후평가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는 '이재명표 약가제도'로 불릴 만큼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반복적으로 홍보해 온 제도다. 여기에 맞물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신속허가를 기치로 내걸고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빠른 허가와 빠른 급여평가 및 등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시범사업 방안을 보면, 그 간극과 괴리가 오히려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지적처럼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한 측면이 있다. 이번 신속등재제도는 사실상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를 '경평면제'가 아닌 '경평유보' 제도로 재설계하려던 움직임의 보완·개편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평유보'의 핵심은 진입장벽은 다소 낮추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질병의 위중도를 주요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기존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적용 약제보다 대상 범위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 대한 우려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환자 치료 접근성 강화라는 '이재명표 신속등재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최소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수준의 약제들은 대상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중에도 제도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설계대로라면 시범사업 기간인 5년이 모두 지난 뒤 본사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환자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당장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실망을 넘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환자를 위한 제도라고 하지만 정작 환자의 목소리와 현실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획기적인 신약 접근성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설계라면 본사업 논의가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의 정책 의지와 주무부처의 제도 설계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등재가격을 A8 조정최저가의 90%로 설정한 것도 업계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청회 당일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대표와 김형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약관리부장이 언급했던 독일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초기 등재 시에는 업계 신청가격을 일정 부분 인정해주고, 이후 사후평가 결과에 따라 조정된 가격을 기준으로 환급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사후평가 방식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업계의 주장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다만 이 부분은 정부와 보험당국도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인 만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도 신약 신속등재를 위한 다양한 제도가 존재한다.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등 여러 선택지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제도가 기존 제도 위에 또 하나의 방식을 추가하면서도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또 다른 신속등재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

이번 제도가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단순히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환자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진정한 의미의 신속등재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관계기관, 환자단체, 전문가, 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눈앞의 이해관계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되지 않고, '환자 접근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에 두고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가 이름만 '신속'인 제도가 아니라, 환자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제도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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