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여담] 노키아의 함정(Nokia 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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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여담] 노키아의 함정(Nokia trap)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6.0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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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백 대외협력파트장(LG화학 생명과학본부)

최근 국내 증시에 유례없는 이정표가 세워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삼전닉스’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의 절반(50%)을 돌파한 것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가져온 화려한 축제 같지만, 시장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위기의 경고가 읽힌다.

과거 코스피 이전 상장과 동시에 시총 3위까지 치솟았던 셀트리온의 기억, 그리고 8년 넘게 톱10을 지키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퇴장은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극단적인 쏠림을 알리는 적색신호다.

역사는 이를 '노키아의 함정(Nokia trap)'이라 부른다. 핀란드 전체 GDP의 4%, 국가 법인세와 수출의 20% 이상을 홀로 책임지던 글로벌 휴대폰 최강자 노키아는 스마트폰 패러다임 전환기에 안일하게 대처하다 순식간에 몰락했다.

단 하나의 거대 기업에 국가의 운명을 맡겼던 핀란드 경제는 수년간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률 폭등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최근 비만치료제로 흥했다가 성장 정체와 특허 만료가 겹치며 나라 경제 전체에 깊은 숙취를 남긴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기 역시 특정 산업의 착시에 기댄 ‘네덜란드병’의 전형이다.

1605년 세르반테스는 소설 《돈 키호테》를 통해 “현명한 사람은 하루에 모든 모험을 걸지 않으며,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고 썼다.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자산 관리의 제1원칙으로 꼽은 이 격언은 국가 경제 포트폴리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이미 반도체의 3배를 넘어설 정도로 거대하며, 고부가가치와 고용 창출력을 모두 갖춘 미래 핵심 먹거리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착시 효과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반드시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하고, 세액공제 확대와 규제 완화 등 다음 세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라는 바구니에 반도체라는 거대한 달걀 하나만 담아둘 순 없다. 깨지지 않을 또 다른 달걀을 키워내는 것, 그것이 노키아 병을 예방하는 유일한 길이다.

* 이중백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대외협력파트장은 한국제약바이오헬스 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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