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놓고 돈만 벌겠다는 생각에만 이끌려서는 안 된다. 한 개인을 위한 기업은 망하고 만다. 인류나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이어야만 그 사업이 발전할 수 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철학이다. 50년 전 신입사원 면접까지 직접 챙기며 인재를 찾았던 그가 기업에 바란 본질은 사회적 책임과 인류에 대한 공헌이었다.
그 숭고한 정신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이어졌다. 갯벌뿐이던 인천 송도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고, "속도가 생명"이라는 기치 아래 '바이오 초격차'를 일궈냈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황무지는 그렇게 세계 1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잉태했다.
그러나 인류의 건강을 위해 질주하던 엔진이 사상 첫 파업과 무기한 준법투쟁으로 멈춰 설 위기다. 이미 발생한 손실만 1,500억 원을 상회한다.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점은 약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 필수 항암제 공급 불안 사태로 암 환자들이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나선 사례에서 보듯, 의약품 공급 중단은 곧 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다.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바이오 의약품 생산라인이 노사 갈등으로 멈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치료의 골든타임을 기다리는 전 세계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파업 중에도 유지해야 하는 '필수유지업무'는 철도, 항공, 수도 등 전통적 공공 분야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약품 제조의 특수성과 국가 전략산업의 무게를 고려할 때, 바이오 공정 역시 필수유지업무 범위에 포함하도록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권도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벼랑 끝에 선 환자들의 생명권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바이오 의약품은 배가 아닌 비행기에 실려 촌각을 다투며 전 세계 환자들에게 날아간다. 송도 갯벌에서 일궈낸 땀방울이 노사 대립이라는 늪에 갇혀 미래 경쟁력을 잃어선 안 된다. 이제 갈등을 멈추고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힘차게 박차고 올라 세계로 비상하는 '제약보국(製藥報國)'의 여정을 이어가야 할 골든타임이다.
* 이중백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대외협력파트장은 한국제약바이오헬스 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