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만 낮춰선 부족하다”…환자·소비자단체, 리베이트 구조 개혁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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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만 낮춰선 부족하다”…환자·소비자단체, 리베이트 구조 개혁 촉구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3.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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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약가개편 ‘방향성’은 긍정 평가…“10년 유예·준혁신형 특혜는 재검토 필요”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대해 환자·소비자단체가 “출발은 긍정적이지만 구조개혁 없는 인하 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약가 인하만으로는 제약시장 내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과 왜곡된 경쟁 구조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로 구성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27일 성명을 통해 전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의결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춘 데 대해 “14년 만의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리베이트 중심 시장 구조를 건드리지 못한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약가인하, 필요하지만 충분조건 아니다”

단체들은 약가 인하가 일정 부분 리베이트 유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약시장에서는 허가, 유통, 영업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단순한 가격 조정으로는 왜곡된 경쟁 질서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약가인하는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시장 구조를 함께 개편하지 않으면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는 기등재 의약품 약가 조정의 장기 유예가 꼽혔다.

정부는 업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 인하 방식을 택했지만, 단체들은 최장 약 10년에 달하는 유예 기간이 구조개혁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새롭게 도입된 ‘준혁신형 제약기업’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 제도는 일정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기업에 약가 우대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평가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실질적인 혁신 역량이 부족한 기업까지 정책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결국 또 다른 특혜 제도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단체들은 의약분업 이후 수십 년간 제약산업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지만, 그 성과가 국민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진출, 고용 창출 등 실질적인 성과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한 체계적 평가 없이 재정 지원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과 검증 없는 재정 투입은 환자와 납세자 모두에게 무책임한 정책”이라며 “정부는 투자 규모와 성과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베이트 의존 ‘유령 제약사’ 구조가 핵심 문제”

단체들은 국내 제약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리베이트 중심 영업’을 꼽았다.

독자적인 생산 설비나 연구개발 역량 없이 판촉영업(CSO) 등을 통해 리베이트 영업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약가를 낮추더라도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면 혜택은 환자가 아니라 리베이트에 능숙한 기업에 돌아갈 수 있다”며 “가격 인하보다 경쟁 질서 정상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소비자단체는 약가개편을 계기로 제약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가 참여하는 ‘제약시장 공정화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리베이트 근절 및 CSO 관리 강화 ▲실질 생산 역량 없는 제약사 퇴출 기준 마련 ▲R&D 투자 성과 공개 ▲실거래가 상환제도 개편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단체들은 “약가 인하는 시작일 뿐”이라며 “이번 개편이 환자 접근성 개선과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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