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조~1조5천억 추가 지출 가능…경제성평가 없는 약가결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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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조~1조5천억 추가 지출 가능…경제성평가 없는 약가결정 우려”
  • 권소희 기자
  • 승인 2026.03.19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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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부대표 "환자 접근성 강화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현 정부안은 통제장치·사후관리 설계 미흡”

정부가 추진 중인 신약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 축인 ‘신속등재’와 ‘유연 약가제’를 두고, 보건시민단체가 재정 부담과 약가 통제력 약화 가능성을 거듭 제기했다. 특히 환자 접근성 개선이라는 정책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제성평가를 생략한 채 신약을 더 빨리 급여권에 들이는 방식은 결국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키우고 사후관리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내놨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가 18일 온라인으로 연 약가제도(신약) 간담회 질의응답에서 이동근 건약 부대표는 현장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 같은 문제의식을 상세히 밝혔다. 이 부대표는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이날 질의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신속등재 확대에 따라 추가 재정이 수조 원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는 건약 측 설명의 근거가 무엇인지, 둘째는 한국의 낮은 약가가 해외 참조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진입을 미루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상황에서 환자 접근성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셋째는 특허 만료 의약품과 기등재 약제 재평가를 통해 재정을 절감해 신약 재원으로 돌리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아닌 지, 그리고 사후 재평가 결과를 제약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를 담보할 장치가 없는 게 더 문제가 아닌 지 등이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약가제도 설명회 홍보 이미지. 건약은 18일 신약에 이어 오는 25일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해 온라인 설명회를 갖고 문제점과 개선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사진=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약가제도 설명회 홍보 이미지. 건약은 18일 신약에 이어 오는 25일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해 온라인 설명회를 갖고 문제점과 개선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사진=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환자에게 필요한 약인데 재정을 이유로 방치해도 되나"

뉴스더보이스 기자는 먼저 신속등재 확대가 추가 지출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재정 문제만을 이유로 중증·희귀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 기회를 늦추거나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기자는 “추가로 신약이 많이 진입하면 당연히 재정이 들어가겠지만, 환자에게 당장 필요한 의약품이 있는데 재정이 없다고 해서 이를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현재 위험분담제의 환급형 계약처럼 표시 약가와 실제 부담액을 분리하는 환급구조를 활용하면, 신속등재 이후 늘어나는 지출도 일정 부분 흡수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정부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이 제네릭 약가 산정률 조정과 기등재 약제 재평가를 통해 상당한 재정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약가 거품을 빼고, 그 재정을 희귀질환 치료제나 중증질환 치료제 같은 신약에 재배분하는 ‘트레이드-오프’ 개념이 이번 개편안에 깔려 있고 그런 방향은 긍정적이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즉, 특허만료약의 비효율을 줄여 확보한 재원을 혁신 신약 접근성 제고에 투입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며, 핵심은 그 방향을 어떤 제도와 절차로 구현하느냐는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기자는 사후평가 단계에 대한 우려도 별도로 제기했다. 실사용데이터(RWD)나 다른 자료를 활용해 신속등재 약제를 재평가한 뒤 약가를 대폭 내리거나 급여기준을 조정하려 할 때, 제약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 시장 철수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는지, 그 경우 정부가 어떤 수단으로 이를 담보할 수 있는지가 오히려 더 핵심적인 쟁점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신속등재에 환급형 전제 규정 없어…재정증가 통제 불확실”

이에 대해 이동근 부대표는 우선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에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등재가 성과기반 환급형 계약을 전제로 이뤄진다는 명시적 내용이 아직 없다”고 짚었다. 즉, 위험분담제에서처럼 일정한 경제성 평가와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거친 뒤 환급률을 조정하는 구조가 신속등재에도 동일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위험분담제의 환급형 계약은 이미 존재하고, 임상적 위험성이 어느 정도 개선된 약들, 다시 말해 기존 약 대비 효과가 괜찮다고 평가받은 약들은 대부분 그런 계약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유연 약가제나 신속등재 대상이 되는 약들은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임상적 유용성에서 개선됐다고 평가받지 못한 약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신약이 아닌 약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부대표는 이런 점에서 “신속등재를 시행하게 되면 아직 급여 등재되지 않은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하나둘씩 등재 신청을 할 텐데, 그 자체로 발생하는 재정 지출은 기존보다 늘어나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렇게 늘어나는 지출을 어떤 방식으로 보완할지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설계가 정부안에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는 데 있다고 봤다. 건강보험료를 조정할 것인지, 다른 약제의 약가를 인하해 재원을 만들 것인지, 혹은 별도 재원 조달 방식을 둘 것인지에 대한 설명 없이 신속등재만 앞세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평균 약가 수억 원 치료제 10개만 들어와도 연 수천억 추가 부담”

이 부대표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아직 급여권에 들어오지 않은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들의 평균 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이며, 건약이 파악한 일부 약제의 경우 평균 1인당 연간 치료비가 수억 원대에 이른다. 그는 “2억7000만 원짜리 약을 100명만 써도 270억 원이고, 그런 약이 10개만 들어와도 2700억 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계산을 바탕으로 그는 “신속등재 정도만 해도 거의 1조 원에서 1조5000억 원 정도 추가 재정이 더 들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협상 신약의 가격 결정 구조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협상 신약 규모가 대략 5조5000억 원 수준인데, 약가 산정 기준이 되는 A8 가격이 올라갈 경우 향후 협상 신약들은 더 높은 가격을 전제로 등재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부대표는 “A8 값을 10%만 인상해도 앞으로 들어오는 협상 신약들은 가격이 10% 늘어나서 들어온다고 가정할 수 있다”며 “그러면 몇 년 뒤에는 연간 1조~2조 원 정도 추가 재정이 더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신속등재 자체로 생기는 직접 지출 증가와, 약가 산정 기준 변화에 따른 간접적 지출 확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험분담제는 경평이란 무기 있지만, 신속등재는 그 수단 약해져”

뉴스더보이스 기자가 (추가적인 재정증가는) 환급형 계약으로 어느 정도 보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거듭 묻자, 이동근 부대표는 현행 위험분담제와 정부가 구상하는 신속등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위험분담제 환급형 계약은 경제성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며 “경제성평가를 하고 가격 협상을 하기 때문에 환급률을 크게 낮추거나 조정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신속등재는 경제성 평가를 하지 않고 등재시켜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환급을 많이 시키도록 만들 수 있는 정도의 협상 무기가 없다”고 했다.

이는 곧 정부가 제약사의 요구 가격을 방어할 자료와 근거가 약해진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그는 “제약회사가 1억 원을 요구하는데 정부가 5000만 원을 희망한다고 해서 그 가격을 관철시킬 수는 없다”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경제성평가이고, 임상적 유용성 평가”라고 말했다.

결국 경제성 평가를 생략한 채 환급률만 높이면 된다는 접근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오히려 약가 협상에서 정부의 입지만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부대표의 반박논리였다.

“유연 약가제는 환자 접근성 제도라기보다 산업 목적 성격”

낮은 한국 약가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출시를 미루는 사례가 있고, 그 피해를 환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뉴스더보이스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동근 부대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현재 위험분담제 아래서도 임상적 유용성이 인정된 약들은 상당수 환급형 계약을 통해 등재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번 유연 약가제는 그와 결이 다르다고 봤다. 이 부대표는 “이번 유연 약가제를 통해 환급형 계약을 하겠다는 약들은 임상적 유용성에서 개선됐다고 평가받지 못한 약이거나 아니면 신약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유연 약가제는 환자 접근성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며 “명분은 마치 환자 접근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한국 제약산업에서 신약을 부풀린 가격으로 다른 나라에 팔아야 하니까 그런 방식으로 환급형 계약을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나 복합제 같은 약제까지 사실상 ‘이중 약가’ 성격의 제도 대상으로 삼으려는 흐름에 대해 그는 “그런 목적의 제도 개편안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고 했다.

즉, 건약은 정부안이 단순히 한국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기보다, 국내 표시 약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해외 참조가격 시장에서 산업적 활용도를 높이려는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재평가 절감액, 신약 재투입” 지적엔 “효과 낮은 약 유입 우려 먼저 봐야”

뉴스더보이스 기자가 기등재 약제 재평가를 통한 재정 절감과 신약 재투입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검토해볼 만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이동근 부대표는 우선 ‘어떤 약을 더 빨리 들일 것이냐’의 문제를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건부 허가 의약품이라든지 실질적으로 등재가 지연되는 약들은 특성상 치료 효과가 그렇게 좋지 않을 확률, 불필요하게 사용될 확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등재가 지연된 약들이 대부분 치료 효과가 떨어진 약일수록 많이 지연된다는 것은, 현재의 선별등재 제도 때문에 못 들어오는 약들의 실제 효과가 지금 들어온 약들보다 확실히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효과가 없는 신약을 우리가 어떻게 잘 걸러낼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구약 약가를 낮춰 재원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 진입시키는 약이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익을 주는지부터 엄격히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구약 절감-신약 투자’라는 큰 방향의 철학만으로는 부족하며, 선별등재 체계를 완화하는 순간 급여권에 들어올 약의 질과 효과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사후평가 결과 불수용 때 어떻게 할 것이냐가 더 큰 우려점”

뉴스더보이스 기자는 이 과정에서 절차 자체보다 더 우려되는 대목으로 사후평가의 실효성을 꼽았다. RWD를 포함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사후 재평가를 진행해 약가를 많이 내리거나 급여 기준을 조정하려고 했는데, 제약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 철수를 선택하겠다고 버틸 경우 정부가 이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이 부대표는 우선 “RWE만 가지고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RWE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당연히 제약회사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고, 시민사회도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그렇게 단순한 방식의 평가를 구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임상시험 자료나 조금 더 투명하게 자료 공개가 가능한 방식의 절차들을 거쳐 공개적으로 운영해야 제약회사가 납득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내용을 설명할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수용 가능한 구조가 된다”고 했다.

다만 이 부대표는 제약회사가 공급 철회를 지렛대로 삼는 상황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의 대응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시민사회는 공급 철회를 한다는 것 자체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제약회사의 탐욕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접근성 필요성 자체는 인정…문제는 한국이 아직 준비돼 있느냐”

이동근 부대표는 간담회 말미에 환자 접근성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이 늘 다른 나라보다 등재가 지연되고, 환자들이 필요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못 쓰는 일이 있다면, 효과가 분명한 약은 빨리 쓰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약값 문제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다만 문제는 현재 정부 추진안이 그런 목적에 맞는 절차와 장치를 갖췄느냐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영국처럼 신속등재 이후 사후관리를 적정하게 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나라라면 그런 방식이 가능할 수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준비가 충분치 않다고 봤다.

이 부대표는 “우리가 그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나중에 가격이 뻥튀기처럼 부풀려졌을 때 그걸 어떻게 막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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