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짜리 초고가 항암제, 환자 10명 중 6명 효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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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원짜리 초고가 항암제, 환자 10명 중 6명 효과 없었다"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2.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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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신약’이라더니...기대와 달리 치료 효과 미흡
시민단체, 신속등재 약가제도 전면 재검토 요구

초고가 신약 가운데 상당수가 기대만큼의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수억 원에 이르는 초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기적의 신약’으로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절반 이상 환자에서 뚜렷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신속등재 정책이 효과 검증을 약화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9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고가 신약 치료효과 실태를 발표했다. 단체들이 공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성과평가 자료에 따르면, ‘기적의 항암제’로 불려온 킴리아주는 전체 투약 환자의 59.1%에서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진행이나 사망 등으로 성과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절반을 훌쩍 넘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9일 오전 '초고가 신약 치료효과 실태 발표 및 신속등재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졸속적인 신약의 건강보험 보장 확대 추진 중단과 사후평가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사진=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9일 오전 '초고가 신약 치료효과 실태 발표 및 신속등재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졸속적인 신약의 건강보험 보장 확대 추진 중단과 사후평가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사진=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킴리아주는 환자 1인당 치료비가 약 3억6천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항암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해당 약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약 1,2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766억 원이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사용된 것으로 추산됐다. 단체들은 “사실상 수백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효과 없는 치료에 투입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는 다른 초고가 희귀질환 치료제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스핀라자주(연간 약 9천만 원)와 럭스터나주(연간 약 3억 원 이상) 역시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성과 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들은 “사전 승인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친 약물조차 절반 수준의 효과에 그쳤다는 점은 초고가 신약 전반의 효과 불확실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초고가 신약 약품비, 건보료 인상률의 8배 속도

초고가 신약 확산은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협상 신약 약품비는 연평균 13% 이상 증가해, 같은 기간 건강보험료 인상률의 약 8배에 달하는 속도로 늘어났다. 이들은 “신약의 고가화와 급여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직 급여 등재되지 않은 희귀의약품만 50개 이상으로, 이들 약물이 모두 급여권에 진입할 경우 연간 수조 원대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단체들은 “신속등재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초고가 신약의 급여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재정 부담은 더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신속등재 추진에 “검증 생략, 가격만 비싸질 우려”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급여 등재 기간을 기존 240일에서 100일로 단축하는 신속등재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는 핵심 절차가 사실상 생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존에는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약가를 결정했지만, 신속등재 체계에서는 이러한 가치 기반 평가가 약화되거나 생략될 가능성이 크다”며 “속도를 이유로 검증 장치를 없애는 것은 환자 안전과 재정 관리 모두에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약가 산정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주요 8개국의 등재 가격 평균을 기준으로 약가를 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데, 단체들은 “해외 등재 가격은 실제 거래가격보다 부풀려진 경우가 많다”며 “이른바 ‘명목 가격’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국내 약가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는 희망고문, 국민은 보험료 부담”

단체들은 효과가 불확실한 초고가 신약이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할 경우, 환자와 국민 모두에게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했다. 환자에게는 과도한 기대와 반복되는 좌절을 안기고, 국민에게는 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형태로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에 ▲초고가 신약 치료효과 평가 결과 전면 공개 ▲신속등재 도입 전 엄격한 사후평가 체계 구축 ▲고가 신약으로 인한 재정 소요 및 관리 방안 공개 ▲환자·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초고가 신약이 ‘기적의 치료제’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급여화될 경우, 환자는 사실상 임상시험 대상이 되고 국민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신속 접근보다 환자 안전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우선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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