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간담회·국회 토론회 연쇄 추진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둘러싸고 제약단체의 반발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약단체는 설문조사와 논평을 넘어 생산 현장과 노동계, 정치권을 잇따라 접촉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산업은 물론 고용과 지역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부각하며 정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흐름이다.
앞서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제약바이오기업과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약가제도 개편이 강행될 경우 업계 전반에 심각한 경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중소기업계와 공감대 형성…“연구개발·설비·고용 위축 우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대위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을 방문해 중소기업중앙회와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약가제도 개편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비대위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제약업계 대표 인사들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국산 전문의약품과 제네릭의약품을 포함한 대규모 약가인하가 원안대로 추진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연구개발 투자 위축과 설비 투자 감소, 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구조상 약가인하 충격이 대기업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중기중앙회도 공감을 표했다.
비대위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약가제도 개편이 시행될 경우 기업당 연간 매출 손실액은 평균 233억 원, 영업이익은 평균 51.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연 매출 1,0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매출 손실률이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악화는 고용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만 놓고 보더라도 전체 임직원 규모의 9.1%에 해당하는 1,691명의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는 응답이 나왔다. 비대위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정규직 비중이 90%를 넘는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 산업이며, 전국 17개 시·도에 걸쳐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이 분포해 있어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향남제약단지서 현장 간담회…노동계와 공동 대응 모색
비대위는 오는 22일에는 국내 최대 의약품 생산 클러스터인 향남제약단지에서 제약 현장 간담회를 연다. 향남제약단지는 다수의 중소·중견 제약사 생산시설이 밀집한 지역으로, 약가인하 정책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간담회에는 비대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비롯해 한국노총 화학노동조합연맹, 향남공단 입주 기업 대표자와 공장장, 각 사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생산 현장과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노동계의 요구사항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제약단체가 노동계와 함께 약가제도 개편의 영향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비대위가 정책 저지를 위한 연대 전선을 산업 내부를 넘어 노동계로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정책토론회로 이어지는 공론화…“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정치권과의 연계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과 한지아 의원이 마련한 정책토론회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가 오는 2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다. 토론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한다.
좌장은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재현 객원교수가 맡고, 보험의약품 분야 전문가인 김앤장의 박관우 변호사와 법무법인 세종의 김현욱 변호사가 각각 ‘약가제도 개편이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과 ‘지속가능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한다.
지정토론자로는 종근당 김영주 대표이사, 대웅제약 윤재춘 부회장, 한국제약협동조합 조용준 이사장,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 환자단체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보건복지부 권병기 건강보험정책국장이 참석한다. 업계에서는 정부를 대표해 참여하는 권 국장의 발언이 이날 토론회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최 측은 이번 토론회가 약가제도 개편이 재정과 산업, 의약품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과 제약산업 육성 간 균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세미나 열어 ‘산업 경쟁력’ 대응 모색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오는 28일 서울 서초구 협회 강당에서 ‘2026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방향과 K-BIO의 기회’를 주제로 해외진출 역량강화 세미나를 연다.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대응 역량을 높이고 해외 시장 진출 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다.
세미나에서는 2026년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전망과 주요 기술·정책·규제 변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과 투자·연구개발(R&D) 트렌드가 다뤄질 예정이다.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와 산업 분석을 맡아온 증권사와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연사로 나서, 주요 국제 바이오 행사에서 나타난 흐름과 국내 기업의 전략적 활용 방안 등을 공유한다.
패널토론에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직면한 과제와 기회를 놓고 업계와 전문가, 행사 참가 기업들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협회는 이번 세미나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