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율아와 아빠가 170km를 다시 걷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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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율아와 아빠가 170km를 다시 걷는 이유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5.06.02 06:47
  • 댓글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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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1형 당뇨 율아의 걷기 7일차 안양-영등포 구간
율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바뀔테니까요"
박근용씨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에 다시 시작"
"대선 후보 누구라도 좋으니 '1형 당뇨'의 어려움 들어주길"
지난달 30일 안양시청 본관 앞에서 '율아의 희망대장정' 7일차 일정을 함께하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가족과 박근용씨, 그리고 율아(사진 가운데)[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지난달 30일 안양시청 본관 앞에서 '율아의 희망대장정' 7일차 일정을 함께하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가족과 박근용씨, 그리고 율아(사진 가운데)[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30일 오전 10시 30분 안양시청 본관 앞. 지난달 24일 세종에서 걷기를 시작해 7일차를 맞이한 1형당뇨 환우들과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170km 도보 행군의 주인공인 율아와 아빠 박근용씨의 등장을 기다렸다. 

율아와 아빠는 웃는 얼굴로 안양시청 본관에서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소속 가족들과 정답게 인사를 나눈 뒤 짐수레에 '율아의 희망대장정', '1형당뇨병을 췌장 장애로 인정해 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부착했다. 

율아는 아빠가 짐수레에 현수막을 붙이는 사이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며 대수롭지 않게 이날의 이동 차비를  마쳤다.

1년 3개월 만에 다시 170km 걷기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 율아에게 물었다. 율아는 기자의 질문에 "아빠가 걷자고 했어요"라며 아빠에게 화살을 돌렸지만 이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힘든데, 그래도 이렇게 걸어야 사람들이 아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초여름의 한 낮 더위 속에서 율아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빠와 걷는 길에는 동갑내기 단짝친구 은호를 비롯해 고학년 오빠들과 동생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이 함께하며 안양에서 영등포까지 7일차 일정을 잔치처럼 만들어버렸다. 

이 먼 길에 동행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 은호에게 걷게된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친구니까 같이 힘을 나눠야지요."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걷는 사이 박근용씨에게 다시 170km의 대장정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지금(대선) 아니면 누가 우릴 봐주겠어요. 아버지라는 존재가 아이를 위해서 국가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비폭력적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하려면 다시 걷는 수 밖에 없겠더라고요." 

1형 당뇨는 과거 '소아당뇨'로 잘못 불리던  질환으로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 소아에서 발현되는 당뇨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돼 혈당 조절능력이 어려운 질환으로 환자의 90%는 성인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췌장의 기능이 상실된 질환이기에 1형 당뇨를 '췌장 장애'로 부르고 있다. 또 보건당국에 질환명 변경과 질환에 따른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태안 1형 당뇨 일가족 사망' 이후에도 이렇다할 정책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박근용씨는 힘들어 투정을 부리는 율아를 보고도 계속 웃는 얼굴이었다.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박근용씨는 힘들어 투정을 부리는 율아를 보고도 계속 웃는 얼굴이었다.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선을 기점으로 각 당이 1형 당뇨, 더 정확히는 '소아 당뇨와 비만'에 대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환우회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박 씨는 "제가 걷는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1형 당뇨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하기 위해서예요. 아직도 사람들은 아이가 1형 당뇨라고 하면 '왜 단걸 많이 줬느냐'라고 하던가 '운동을 많이 시키라'고 해요. 질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이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율아를 비롯한 6명의 초등학생 아이들이 재잘거리던 소리는 도보 1시간을 막 넘길 즈음 고요함으로 변했다. 28도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에 아이들은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행군을 이어갔고, 함께한 이들 역시 지치지 않게 서로를 다독이며 안양에서 서울가는 길목에 줄을 지어 걸음을 옮겼다. 

"대선 후보 누구라도 좋으니 '1형 당뇨'에 관심 갖기를" 

박근용씨는 1형 당뇨를 알리기 위해 오는 6월 한강을 헤엄쳐 건너는 행사에 율아와 함께 참여하려 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대통령 선거 일정이 잡히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1형 당뇨'를 알리고 환자들의 어려움을 대선후보에게 전달하기 위해 수영에서 걷기로 노선을 변경하고 환우회에 알렸다. 

다행인지 걷기 3일차에 아산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동경로였던 천안과 멀지 않아 아빠와 율아, 함께하던 환우회 가족들은 노선을 급히 틀었다. 그리고는 극적으로 인파를 뚫고 이재명 후보에게 1형 당뇨 소식지를 전달했다. 

"기자님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눈물을 흘리셨을 거예요. 굉장히 힘들게 도착을 했는데 운집된 인원도 너무 많아 만나기 쉽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오늘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1형 당뇨 피켓을 들고 이 후보를 목청껏 불렀어요. 차 문 틈으로 우리를 보시더니 놀라시더라고요. 제가 들고 있던 사진과 자료를 드리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 환우회 가족들이 다 울고 있는 거예요. 그날 극적으로 그렇게 후보에게 우리를 알리게 되서 바로 헤어지지 못하고 다들 많이 울었어요."

'율아의 희망대장정'에 함께 한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가족이 한 달에 투여되는 인슐린 주사 이미지를 등에 붙이고 이동 중인 모습.[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율아의 희망대장정'에 함께 한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가족이 한 달에 투여되는 인슐린 주사 이미지를 등에 붙이고 이동 중인 모습.[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박근용씨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율아의 대장정'을 마무리 하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시작한 일을 제대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 그의 의지 때문인지 대장정이 끝나는 31일 박근용씨를 비롯한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가족들은 김윤 민주당 선대위 직능부본부장을 만나 환우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박 씨는 "우리가 원하던 대선 후보들과의 면담은 못하겠지만 이렇게 우리가 노력해 1형 당뇨를 알리고 목소리를 작게나마 전달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1형 당뇨에 대한 사회적인 오해와 편견에서 우리를 지켜내면서 질환과 잘 살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종합적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장정에서 함께한 편승아씨는 "1형 당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차별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 교육기관에서 조차 입학을 거절당하기도 한다"면서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1형당뇨 환자들은 학습에서나 취업에서 배제되고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에 1형당뇨는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제야 (사회적으로)분위기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1형 당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5살 난 아들이 지난해 10월 1형 당뇨 진단을 받았다는 오해욱씨는 "율아와 아빠의 이야기를 지난해 TV에서 봤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환우회 가입을 하고 나서 많은 정보를 알게 됐고 또 환우회분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율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 참여하기 위해 휴가를 써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씨는 "1형 당뇨라는 질환의 밖에 있을 때는 이 무게를 몰랐다. 그러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너무 어렵고 막막하고 힘든 질환"이라면서 "아이가 저혈당으로 어떻게 될까 봐 밤에는 잠도 못잔다. 차라리 아이를 하나 더 낳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아이가 1형 당뇨 진단을 받은 이후 일을 그만 두고 아이 케어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부모의 마음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1형 당뇨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도 필요하다"며 1형 당뇨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도보 행군이 시작된 지 4시간이 조금 넘은 오후 2시쯤 금천구 소재 한 식당에서 율아와 아빠 박근용씨, 그리고 함께하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가족들이 식사를 시작했다.

모두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오후 이동에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다음 행선지로 출발하기 전 기자는 오후 인터뷰 일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고작 11. 5km, 4시간을 걸은 기자의 다리에는 불이 났다. 

더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더 걷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던 때 율아 아빠 박근용씨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함께 걷는다는 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지를 새삼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꿔 나가는 지를. 

9살 율아의 걸음, 그리고 그 걸음에 동참한 모든 이들의 용기에 세상이 응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런 작은 움직임 하나가 결국 물결을 일으켜 1형 당뇨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질환으로 힘든 이들에게 '살 만한 세상'이 되는 파도가 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다시 율아와 아빠가 걷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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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요 2025-06-02 09:25:45
기자님의 진심이 느껴지네요 1형당뇨에 대한 관심과 지원, 인식개선 꼭 필요합니다

라떼좋아 2025-06-02 09:30:32
마음이 울컥해지는 기사네요... ㅠㅠ 함께 동참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1형당뇨의 췌장장애인정으로 되길 희망합니다.

유미희 2025-06-02 09:34:46
기자님~1형 당뇨 인식개선이라는 작은 물결이 파도가 되는 큰 일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쉼없이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인슐린 주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야 하는 1형당뇨 환우들에게 췌장 장애 인정과 성인지원확대로 살 만한 세상이 되도록 소망합니다.

임세랑 2025-06-02 09:40:46
율아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편견없고 평등한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1형 당뇨를 췌장장애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율아야, 아빠와 먼길을 걷는 네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희망차다!

도토리 2025-06-02 10:57:58
어린 율아가 그먼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에 너무 미안하고 대견해서 마음이 아립니다..비당뇨인도 걷기힘든여정인데 고혈당과 저혈당을 견뎌가며 얼마나 힘이들었을까요.. 율아의 발걸음이 헛되지않도록 1형당뇨를 췌장장애로 인정해주세요 우리의 외침을 외면하지말아주세요 1형당뇨는 전연령에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완치가없고 인슐린주사만이 유일한 치료법인 난치질환입니다 장애로 인정받아 모든 1형당뇨인이 건강하게 일상을 살아갈수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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