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제도화는 과학적 진료행위에 대한 침해뿐만 아니라 나아가 환자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해치는 시도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최근 대한약사회가 대선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성분명처방 제도의 도입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보건의료 공약에 포함되었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언론과 약사 사회에 유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이번 제안이 120여 개 직능단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 제안 중 일부에 불과함에도, 이를 마치 전체 의약품에 대한 전면 도입이 확정된 것처럼 일방적이고 과장되게 해석해 홍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성분명처방 제도화는 과학적 진료행위에 대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약품 처방은 단순히 성분명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 병력, 병용약물, 흡수율,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정 약제를 선택하는 전문적인 진료 행위입니다. 특정 질환에 있어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약제마다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으며, 의사의 판단 없이 임의 대체가 이루어질 경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목하고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체조제가 가능한 경우는 이미 법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이는 환자 중심으로 규정된 것으로 이를 변경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성분명처방이 곧 약사의 대체조제 권한 강화를 의미한다는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성분명처방은 결국 처방권의 약사 직역으로의 이전 또는 공유를 의미하며 세계 어느 나라도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제도로, 의료의 기본을 훼손하고 환자 치료의 연속성과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만드는 매우 위험한 제도"라면서 "생물학적 동등성을 가진 약제라 할지라도 크게는 50%의 차이를 보이는 약들이며 각 약제에 대한 환자의 반응은 더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하고 의사들이 성분명처방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성분명처방 제도화는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해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약사의 역할은 의사가 처방한 약제를 안전하게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라면서 "진단과 처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환자의 질병을 직접 진료한 의사에게 있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오히려 약물 오남용이나 부작용 발생 시 환자 피해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약사회의 주장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대선 공약의 내용은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 해소와 공급 안정 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국가필수의약품의 품절 문제 발생 시 제한적으로 성분명처방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것이 전부라면서 수급불안 필수의약품의 처방 문제가 아닌 생산, 유통, 판매의 문제가 더 큰 요인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처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대한약사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성분명처방의 제도화를 공약했다고 선전하고 있다"면서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대한약사회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국민 건강에 직결되고 여러 직역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를 특정 직능단체의 주장에 따라 결정하는 일은 합리적 정부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처방과 조제는 분리돼야 하고 진료에 대한 판단은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 전적으로 위임돼야 하며, 국민에게 안전하고 과학적인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정치권과 보건의료계는 의료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과 균형 잡힌 정책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의협은 앞으로도 국민 건강을 해치는 어떠한 제도적 시도에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며, 필요시 국민과 함께 사회적 논의의 장을 통해 사실을 알리고 의료의 본질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그동안 의협은 성분명처방이 거론될때마다 강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해온 바 있다. 오는 6월3일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된 이후 보건의료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에 따라 직능간 줄다리기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