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우루사+부페닐 성분 루게릭병 신약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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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우루사+부페닐 성분 루게릭병 신약의 배신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2.10.05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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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약값 2억 2천만원 책정...특허만료 성분 복합제 불구 초고가 전략

아미릭스 파슈티컬스의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일명 루게릭병) 치료제 렐리브리오(Relyvrio) 약가가 공개됐다. 연간 할인공급가격은 15만 8천달러다.

한화로 대략 연간 2억 2천만원 수준. 한달(28일) 기준으로는 조금 더 비싼 1만 2504 달러가 책정됐다.

아미릭스는 루게릭 환우회의 의견과 환자의 부담, 회사의 투자 능력을 고려한 가격책정으로 기존 치료제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연단위로 약가를 인상, 1년후 16만 3천달러로 2년후에는 16만 5천 달러로 인상할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이 경우에도 17만 1천달러 연간가격을 갖는 '에다라본'보다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보험을 통해 본인부담을 낮출 수 없어 비싼 약가로 투약을 포기해야할 보험미가입 환자들을 위해 무료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세번째 루게릭치료제 렐리브리오의 약가가 적당한가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다. 

근거는 비영리로 운영되는 임상 경제 연구원(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 ICER)의 평가 초안보고서 대비 5~10배 높다는 점 등이 제시됐다.

ICER은 지난 6월 적절한 약가로 9100~3만 600달러로 책정했다. 한화로 최대 약 4천 4백만원 수준이다. 당시 승인 전 상황이라 약가가 책정되지 않아 평가는 유보했다.

이러한 약가논란의 배경은 렐리브리오의 성분에 있다. 렐리브리오는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이 다수 출시된 2개 성분의 복합제다. 하나는 페닐부티레이트이고 다른 하나는 타우르소디올이다.
 
낯설어 보이는 두 성분은 국내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바꾸면 페닐부틸산나트륨과 우르소디올(UDCA)다. 

실제 FDA 승인 성분검색을 통해 확인하면 페닐부틸산나트륨과 우르소디올 승인품목으로 렐리브리오가 검색된다. 이 두 성분의 복합제로 승인됐다는 이야기다.

출처: FDA
출처: FDA

페닐부틸산나트륨은 1996년 분말과 정제제형의 부페닐(국내출시/원제조사 호라이즌)이 오리지널. 액제제형 전구약물 라빅티(글리세롤 페닐부틸산), 쓴맛을 없앤 개량신약 페브란(제조사 메두닉), 제네릭군으로 구성돼 있다. 

우르소디올은 1987년 승인된 액티갈이 오리지널 품목이고 정제로 개발된 개량신약 우루소 등과 제네릭군이 출시돼 있다. 국내는 모두가 다 아는 대웅제약의 우루사가 대표약물이다.

1일 2회 복용하는 페넬부틸산나트륨3g과 우르소디올1g의 오래된 특허만료 복합제가 희귀질환 치료제로 승인받은 결과, 연간 2억 2천만원의 약가가 책정됐다.  참고로 뉴스더보이스가 분석한 결과, 같은 용량의 2개 단일성분의 연간약가는 제네릭(분말 캡슐제형 가정) 기준 미국과 한국 모두 1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또 렐리브리오는 루게릭 협회(ALS Association)가 진행한 아이스 버켓 챌린지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으로 자금 지원을 받아 승인된 최초의 치료제다.

협회는 아이스 버켓 첼린지로 모금된 기부금을 임상시험에 활용토록 큰 규모는 아니나 221만 달러를 투자하고 승인을 위해 정치권과 FDA에 강력한 로비를 펼쳐왔다. 이외 현재까지 협회는 40여가지 ALS 잠재적 치료제 연구에 1억 27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협회는 환자의 입장을 대변함과 동시에 투자자 위치를 함께 갖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약가발표 직후에는 조속한 보험급여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는 간단한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약가에 대한 언급은 기피할 수 밖에 없는 모호한 입장이다. 

FDA 승인의 경우도 혼재된 2상임상 결과 만으로 가속승인이 아닌 정식승인함으로써 확증임상의 필요성도 제거됐다.

아미릭스가 3상 임상실패시 자진해 철수하겠다는 자문위원회에서의 약속도 승인 직후 30일자 투자자 컨퍼런스에서는 그 뉘앙스가 살짝 바뀌었다. 철회 이야기는 빠지고 정식승인에 따라 확증임상의 필요성을 사라졌으나 3상을 진행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루게릭 환자가 기다리던 신약은 정식승인이라는 완전체로 환자 곁으로 성큼 다가왔으나 저렴한 치료옵션이 되어 줄 것이라는 희망은 완전히 사라졌다.

경쟁구도가 형성됨으로서 정맥주사의 불편을 개선한 경구용 액제로 지난 5월 추가 승인받은 '에다라본'의 소폭 약가인하 정도를 기대할 정도로 기대치는 낮아졌다. 

또 환자의 발병 연령의 특성상 미국시장에서 메디케어 보다 민간보험사의 역할이 크다. 예상보다 높은 약가로 인해 실제 급여품목에 포함돼 환자에게 투약이 될 수 있을지 우려도 남아있다. 

또 등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리베이트와 할인을 보험사, PBM에게 제공하게 될지 시계제로의 영역을 남겨두게 됐다. 이는 등재가능성을 높이는 확실한 수단이자만 제약사의 이윤감소와 환자부담의 증가 사유다.

현재 책정된 높은 약가를 고려할 때 미국 이외 시장에서 약가협상에 어려움을 가중시면서 환자의 접근성도 제한되고 또 실제 투약받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렐리브리오 역시 제네릭 복합제라는 특성에도 불구 선진국 전용 희귀질환 치료제라는 한계는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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