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L 환자, 인구학적 특성 고려한 1차 치료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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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L 환자, 인구학적 특성 고려한 1차 치료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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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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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교수(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차 치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간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1차 치료 시,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고려한 치료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혈액암의 일종인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직접적인 증상이 거의 없고 진행이 느린 편이지만 치료 역시 까다롭다. 보통 고령층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등 동반질환을 겪고 있거나 전신건강 상태나 체력 수준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독성이 강한 항암화학요법을 견디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점이 치료를 까다롭게 만드는 요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치료법 선택 시에도 억제 및 조절 효과나 속도 뿐 아니라 고령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성과 편의성 등도 높게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1차 치료를 잘 마치더라도 환자의 약 절반은 3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하기 때문에 처음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높은 재발률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전략이 필요하다. 

선택지를 넓혀줄 효과적인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경구용으로 출시된 표적항암제 임브루비카가 임상연구를 통해 동반질환 및 세포유전학적 이상이 있는 고위험 환자군을 포함한 65세 이상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군에서 질병진행과 사망의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었음을 입증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임상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NCCN, ESMO 등 해외 주요 진료지침에서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로서 권고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1차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해당 약제가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재발성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만, 1차 치료제로 사용하려면 약제비를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1차 항암주사(항암화학요법)의 어려움과 불편함, 높은 재발률에 대한 두려움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치료법을 환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고가의 표적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자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이 현실이다.

외부 환경적 요인도 고려되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2월 미국혈액학회는 혈액암 환자 치료에 있어 외래나 입원이 필요한 항체치료 대신 경구용 치료제 사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진료지침 개정에 이어 감염병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의료진과 환자들 역시 외래나 입원이 필요한 항암화학요법을 대체할 경구용 1차 치료제 도입의 시급함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진료실을 찾는 60대 이상 고령 환자들 대다수는 여전히 경제활동을 유지하고 왕성한 사회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환자들은 입원이 필요하고 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도가 높은 치료를 받는 것에 선뜻 응하지 못하고 있고 의료진 에게도 이 부분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여 교과서적인 원칙적인 치료를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데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질환을 관리할 방안이 있음에도 입원과 잦은 외래진료가 동반되는 치료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의료진의 마음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진단 직후에는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병이 진행되어 1차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장기간 안전성을 입증한 약물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환자 삶의 질을 충분히 높여갈 수 있다. 

우리 보건당국도 이러한 환자들과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연내 만성림프구성백혈병 1차 치료에서 임상적 유용성과 장기 안전성을 입증한 임브루비카 등 경구용 표적항암제에 대한 급여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김석진 교수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2007년까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조교수를 역임하고 2008년부터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림프종, 다발골수종, 조혈모세포이식, CAR T-세포치료이다.
현재 대한혈액학회 림프종연구회 위원장을 맡아 보다 나은 연구와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주요약력)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의학 박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교실 교수 

(주요활동) 
림프종연구회 위원장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연구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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