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알포' 신뢰·평판에 제약사 명예까지 살핀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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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알포' 신뢰·평판에 제약사 명예까지 살핀 재판부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0.09.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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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력정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미칠 우려 없어"
복지부, 2건 집행정지 사건서 제약에 완패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정지를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 (반면)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행정법원 12행정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가 지난 25일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급여기준 축소(치매외 적응증 100/80 선별급여)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12행정부도 6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처분성 판단, 신청인적격 판단, 집행정지 요건 충족여부  판단 등 3가지 측면에서 이번 사건을 다뤘다. 12행정부는 특히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와 평판, 이를 판매해 온 제약회사들의 명예가 손상돼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결정문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처분성 판단=재판부는 "이 사건 고시는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없이 그 자체로서 제약회사, 요양기관, 환자 및 피신청인보조참가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의 법률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성격을 가지므로 항고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근거로는 해당 고시가 불특정 의약품 일반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경구용 뇌대사개선제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점 이 사건 의약품과 이를 판매하는 제약회사가 충분히 특정 가능한 점 이 고시가 시행되면 요양기관은 치매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에게 해당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또는 치매환자에게 감정 및 행동변화(정서불안, 자극 과민성, 주위 무관심), 노인성 가성 우울증과 관련해 해당 의약품을 처방하는 경우 본인부담률 80%를 적용해 요양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점 등이 소명된다고 했다.

신청인 적격 판단=재판부는 3가지 측면을 종합해 신청인들이 고시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 신청인적격이 인정된다고 했다.

먼저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 및 약국이 요양기관으로 강제 편입돼 있고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을 제외하고는 국민건강보험상의 요양급여로 공급되는 것만이 판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제약사인 신청인 회사들은 해당 의약품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 결정신청권, 요양급여대상 및 비급여대상의 조정신청권 등을 갖는다는 점도 당사자적격의 근거로 거론했다.

아울러 이 고시로 인해 신청인 회사들은 해당 의약품 관련 매출이 감소하게 되고 해당 의약품을 장기간 복용해 온 신청인은 본인부담금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신청인들은 해당 의약품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규 등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진 자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집행정지 요건 충족여부 판단=재판부는 "이 고시로 인해 나머지 효능효과와 관련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은 기존보다 상당히 늘어난 본인부담금을 감수하면서 이 사건 의약품을 계속 처방받거나 아니면 이 사건 의약품의 복용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신청인 회사들은 이 사건 의약품의 연간 매출액 중 약 80%를 차지하는 나머지 효능효과 관련 부분에서 처방이 급감함으로써 관련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이 사건 의약품의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하는 이 사건 고시가 발효되면 이 사건 의약품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와 평판, 해당 의약품을 판매해 온 신청인 회사들의 명예가 손상됨으로써 이 사건 의약품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이 사건 고시의 효력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고시의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12행정부가 기각한 건 신청인이 집행정지 기간을 판결선고일까지로 적시한 부분 밖에 없었다. 앞서 6행정부는 신청인이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집행정지해 달라고 했는데, 이를 인용하지 않고 판결선고일까지로 결정했었다.

반면 거꾸로 12행정부는 신청인이 판결선고일까지로 집행정지기간을 신청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로 변경했다.

상황이 어찌됐든 12행정부 결정에 따라 본안소송(고시취소소송)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일단 고시 효력이 정지되는만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은 시간을 벌게 됐다. 물론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즉시항고 사건에서 이변이 생긴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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