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치료제 신속 등재 넘어 제도 개선 요구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경제성평가에 환자의 일터 복귀와 가족의 돌봄 부담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승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이를 위한 객관적 가이드라인 마련에 동의하고, 지침 개정 및 이행계획을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약 급여 지연 문제를 지적하고 평가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평균 47개월 소요…5개 의약품 지원으로는 한계”
최 의원은 국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에 평균 47개월이 걸린다며 영국 30개월, 호주 31개월과 비교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뿐 아니라 국내 출시 신약도 등재가 더딘 상황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신약이 나와도 국내 환자들은 적기에 치료받지 못한 채 오랜 기간 기약 없이 버텨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00일 이내 건강보험 등재를 목표로 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시범사업의 한계도 짚었다. 홍 원장이 대상 의약품을 평가 중이라고 답하자, 최 의원은 사업 대상이 5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성평가에 앞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사후에 평가하는 방식인 만큼, 일부 의약품의 평가 시점을 늦추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경제성평가 제도 자체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서 수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발전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홍 원장은 “동의한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비용효과성 문제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가 2년 가까이 비급여 상태에 있고, 루푸스 치료제 벤리스타는 급여까지 6년이 걸렸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약의 효과가 없어서라기보다 현행 제도가 치료의 실질적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비급여 항암제를 권유받은 환자 4명 중 1명이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등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동안 환자와 가족이 고통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 손실·무급 돌봄 시간, 해외 사례 검토 촉구
최 의원은 중증질환으로 환자가 실직하고 가족도 간병을 위해 퇴직하면서 가계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신약으로 건강을 회복하면 환자가 일터로 돌아가고 가족의 돌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로는 네덜란드를 들었다. 치료로 줄어드는 근로 손실과 가족의 무급 간병 시간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의약품의 편익에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이 환자의 일상 복귀나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 같은 사회적 편익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는지 묻자, 홍 원장은 “현재는 임상적 손익 정도와 경제성평가를 진행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현행 평가에 사회적 편익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와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편익을 반영하는 객관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고 요구했고, 홍 원장은 “동의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지침 개정 및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이번 종합감사 전까지 의원실에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홍 원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