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투여해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가 건강보험 진입을 위한 새로운 절차를 밟고 있다.
헴제닉스주는 기존 심의에서 대체 치료제가 있고 신청가격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급여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후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 참여를 신청했다.
11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씨에스엘코리아의 헴제닉스주(성분명 에트라나코진데자파르보벡)는 과거 두 차례 보험 등재 심의를 받았다. 국내 신청 희망약가는 단회 투여 기준 약 35억원이었다.
미국 표시약가는 350만 달러로, 원·달러 환율을 약 1336원으로 적용하면 한화 약 47억원이다. 단순 환산한 미국 표시가격과 비교하면 국내 신청 희망약가는 약 12억원 낮은 수준이었다.
국내 보험약가와 비교하면 기존 최고가 의약품을 웃돈다. 현재 국내 급여 의약품 중 보험 상한금액 기준으로 가장 비싼 의약품은 한국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주’(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다. 보험약가는 1키트당 19억8172만6933원으로, 2022년 8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헴제닉스주의 국내 신청 희망약가는 졸겐스마주보다 약 15억원 높다. 다만 신청 희망약가는 확정된 보험약가와는 차이가 있어, 향후 등재 과정에서 결정되는 상한금액에 따라 국내 최고가 보험 의약품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제출자료만으로 적용 범위 정하기 어려워
2025년과 202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소위원회에서는 헴제닉스주의 대체 치료제로 제9인자 예방요법이 존재한다는 점과 고가의 단회 투여 의약품이라는 특성이 검토됐다.
심의 과정에서는 객관적인 급여기준 설정이 요구되지만, 제출자료만으로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기 곤란하다는 판단이 제시됐다. 대체 치료제의 존재와 약 35억원에 이르는 신청가격 등이 함께 고려된 것이다.
헴제닉스주는 이후 지난 7~8월 공고된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 참여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대상에 선정되지 않을 경우 제약사와 협의해 보험 등재 신청을 유도하고, 합리적인 급여기준 설정과 위험분담제 적용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간세포에서 응고인자 생산…장기 치료 목적의 단회 투여
헴제닉스주는 씨에스엘코리아의 희귀의약품으로, 2024년 9월 13일 국내 허가를 받았다. 적응증은 혈액응고 제9인자에 대한 억제인자가 없는 성인의 중증에 가까운 중등증 및 중증 B형 혈우병이다.
B형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응고 제9인자의 일부 또는 전체가 결핍돼 출혈 가능성이 커지는 유전질환이다. 기존 제9인자 보충요법이 부족한 응고인자를 외부에서 투여하는 방식이라면, 헴제닉스주는 간세포가 응고인자를 생산하도록 하는 유전자치료제다.
작용기전은 혈액응고 제9인자를 암호화하는 DNA 서열을 간세포에 도입해 제9인자가 생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한 번 정맥주사하는 특성이 있다.
헴제닉스주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장기추적조사 대상이기도 하다. 제약사는 투여일로부터 15년간 이상사례 발생 현황을 추적조사해야 한다.
한편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문제는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번 투여로 장기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 40억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환자들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존 제9인자 치료의 연간 비용이 약 2억원이며 이 가운데 약 1억9000만원을 건강보험으로 지원받고, 환자 297명에게 연간 약 607억원의 의료비 지원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들이 2년 전부터 유전자치료제 급여화를 요청해 왔다며 “돈 앞에 굴복하면 복지국가 못 한다”, “돈 중심의 선택이 아니라 환자 중심의 선택, 사람 중심의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두 차례 심의에서 대체 치료제와 높은 가격으로 구체적인 급여기준 설정이 어려웠다고 설명하면서, 신속등재 시범사업에 신청된 만큼 “의약품 평가 전문가들과 검토해서 좀 더 신속 트랙으로 급여화하는 것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효과가 좋은 신약을 환자에게 투약하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재정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나 비용, 경제성을 항상 따질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