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특례를 확대한 의료분쟁조정법의 입법 근거를 놓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인 기소 규모로 인용된 통계가 잘못됐다며, 형사처벌 위험이 필수의료 인력 이탈로 이어진다는 객관적 근거를 요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사고 안전망은 오래전부터 논의해 온 사안이라며, 법 집행 과정에서 환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는 의료인의 형사처벌이 다른 전문직이나 업무상 과실 사건보다 실제로 과도하다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의료인 기소 규모로 알려진 연평균 754.8건이 수사받은 피의자 수를 잘못 해석한 숫자라고 지적했다. 반면 복지부가 직접 발주한 연구에서 확인된 형사판결은 연평균 34.4건이었다고 했다. 이어 형사처벌 위험 때문에 의사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연구가 있는지도 질의했다.
정 장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형사정책연구원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국회가 심의했다고 답했다. 의료사고 소송으로 필수의료가 약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판례들과 사례들에 대한 보고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신생아 분야를 전공하는 의사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감소한 사례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개별 판례와 사례를 인과관계가 확인된 연구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당시 비서관실 협의 기록 제출하라”
이 의원은 잘못된 통계를 담은 보고서 공동저자의 정부 내 역할도 따져 물었다. 이진국 현 감사위원이 해당 보고서의 공동저자이자 현 정부 초대 사법제도비서관이었다며, 재직 당시 형사특례 검토·추진 과정에 관여했는지 질의했다.
정 장관은 “관여하지 않았고, 의원님 질의서를 통해서 저도 처음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당시 비서관의 관여 여부와 사법제도비서관실 협의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망사고와 중상해까지 형사특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객관적 자료도 요청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건너뛰고 입법 속도에 집중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정 장관은 의료분쟁조정법이 현 정부에서 처음 논의된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2024년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당시 의료사고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이후 계속 검토해 왔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당시에는 사망사고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자신의 설명은 특정 개인의 영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취지라고 답했다.
그는 “이 사법비서관이라고 하는 개인이 어떤 영향을 미쳐서 이 제도가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며, 상임위에서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의 필요성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설명 의무·책임보험 가입 등 보호장치 강조
정 장관은 개정법에 환자 보호를 위한 내용도 담겼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설명 의무와 책임보험 가입 의무를 두고, 환자가 신속하게 배상·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환자가 사망했다면 설명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를 의무화한 것이 환자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방향인지 따져 물었다.
정 장관은 형사특례를 제공할 때도 전제 조건을 뒀다고 답했다. 설명 의무를 이행하고 보험에 가입했으며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 경우에 한해 특례가 적용되도록 안전장치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는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진행하면서 환자의 안전이나 환자의 권리 부분이 충분하게 반영될 수 있게끔 의견 수렴하면서 법 집행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