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이미 있습니다. 다만, 그 약을 늦지 않게 쓰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환자들이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고, 시작한 치료를 중단 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바꿔 달라고 호소했다. 환우회는 신장기능이 악화된 뒤에야 치료를 시작했고, 이후 치료 중단 통보까지 받았던 환자의 사례를 국회에서 공개했다.
한국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환우회는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PNH 치료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급여기준 개선을 요청했다. 토론회는 최보윤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환우회가 공동 주관했다.
PNH는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이 지속되며 혈전증과 신장 손상 등 중대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귀 혈액질환이다. 환우회는 보체억제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현행 급여기준에서는 진단과 용혈 확인 외에도 정해진 요건을 충족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는 합병증이 생기기 전 필요한 치료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치료 시작은 늦었고, 이어가기도 어려웠다
환자 발제를 맡은 임주형 환우회 대표는 한 환자의 치료 과정을 소개했다. 이 환자는 2012년 치료제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당시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첫 치료를 받은 것은 신장기능이 악화된 2013년 7월이었다.
치료 후 용혈은 조절됐지만 신장기능은 회복되지 않았다. 환자는 2020년 11월부터 주 3회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임 대표는 이 환자가 2022년 투석을 계속 받고 있다는 이유로 치료 중단 통보를 받았으며, 이후 폐동맥고혈압이 확인된 뒤 다시 치료받게 됐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서류에는 ‘급여기준 미충족’이라는 짧은 문장으로 남지만, 환자에게는 몸의 변화를 걱정하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치료를 받으며 살아왔을 뿐인데, 계속해서 몸이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증명해야 했다”며 치료 시작과 지속 기준을 함께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환우회는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환자 상태와 의료진 판단에 따라 필요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개선해 달라고 제안했다. 치료 지속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하고, 기준을 재검토할 때 환자와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도 했다.
이날 환우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치료 접근성 개선을 바라는 5040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최 의원에게 전달했다. 임 대표는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특별한 삶이 아니라 일하고, 가족과 함께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라며 “지킬 수 있는 건강이 남아 있을 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종합토론에서 환자가 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합병증 발생을 기다려야 하고,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빈혈과 수혈 부담이 지속되면 필요한 추가 치료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치료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의 치료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지 말고, 현재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