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은 쏟아지는데 평가는 옛 틀…“경제성평가 보완책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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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쏟아지는데 평가는 옛 틀…“경제성평가 보완책 도입해야”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9.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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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계, ‘신약+신약’ 병용요법은 심사 기준·약가 협상 창구 없어
파드셉-키트루다 경험 토대로 복수 제약사 협상 절차 마련 필요

[뉴스더보이스가 꼽은 국감 보험약제 이슈 = ① 신약 간 병용요법 급여] 신약 간 병용요법과 만성질환 치료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현행 경제성평가를 보완할 병행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약계에서 나왔다. 급여되지 않은 두 신약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은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할 기준과 제약사 간 약가를 협상할 공식 통로가 없어 건강보험 적용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로상피암 치료에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을 급여화한 경험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후속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약의 급여 적정성 평가는 경제성평가를 근간으로 한다. 항암제와 만성질환 치료제의 신규 등재는 물론 추가 적응증과 병용요법의 급여 확대에도 이 평가체계가 적용된다.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건강보험 진입을 위한 ‘100일 등재제도’를 추진하는 등 일부 개선에 나섰지만, 다른 신약 관련 제도는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사진=챗GPT]
신약 간 병용요법과 만성질환 치료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현행 경제성평가를 보완할 병행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약계에서 나왔다. 급여되지 않은 두 신약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은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할 기준과 제약사 간 약가를 협상할 공식 통로가 없어 건강보험 적용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요로상피암 치료에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을 급여화한 경험을 토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후속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진=챗GPT]

부담 낮춘 병용요법 제도…‘신약+신약’은 사각지대

정부는 2025년 6월 5일부터 급여 항암요법에 비급여 신약을 병용할 경우 치료비 전체를 비급여로 처리하던 방식을 개선했다. 환자는 기존 급여 의약품의 비용까지 전액 부담하지 않고 새로 추가된 비급여 신약의 약제비만 내면 된다.

하지만 적용 범위는 ‘급여 의약품과 비급여 신약’의 조합에 한정된다. 사용 비중이 커지고 있는 ‘비급여 신약과 비급여 신약’ 병용요법은 여전히 제도 밖에 남아 있다.

급여되지 않은 두 신약을 함께 사용해야 할 경우 병용요법의 효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정해져 있지 않다. 각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약가를 논의할 공식 통로도 없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급여되지 않은 두 신약을 병용해야 할 때는 치료 효과를 판단할 기준도, 제약사들이 약가를 논의할 공식 창구도 없다”며 “한 회사가 단독으로 신청하면 상대 회사 의약품의 약가를 확인할 수 없어 비용효과성 산출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직접 가격을 협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 간 약가 논의가 담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제약사들이 먼저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병용요법의 급여 협상 사례가 축적되고 있지만 판단 기준과 처리 방식이 정리·공유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새로운 병용요법이 등장할 때마다 사실상 처음부터 평가와 협상을 시작하면서 건강보험 적용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드셉-키트루다 경험, 일회성으로 끝내선 안 돼

업계는 요로상피암 치료에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을 급여화한 경험을 후속 제도 마련의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정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에 그치지 않고 당시 평가와 협상 과정에서 확인된 쟁점, 해결 방식 등을 정리해 향후 유사한 신약 간 병용요법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우선 병용요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추가 편익의 귀속 원칙을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복수의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함께 참여하는 공식 협상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의 급여 경험을 개별 사례로 남겨두기보다 앞으로 등장할 신약 간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임상적 유용성의 판단 기준과 추가 편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원칙을 세우고, 복수 제약사와 공단이 참여하는 협상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약 간 병용요법은 각 의약품을 보유한 회사가 다르다. 병용으로 발생한 추가 치료 편익이 어느 의약품에서 비롯됐는지, 이를 각 의약품의 가격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업계는 임상적 가치평가와 약가 협상을 분리된 사안으로 다루기보다 복수 제약사가 참여하는 공식 절차 안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봤다. 일정한 기준과 협상 원칙을 마련하면 유사 사례가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해법을 찾는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의약품 가격 내려가면 신약 평가 기준도 하락

약가제도 개편으로 신약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26년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의결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에는 제네릭과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 기준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5%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미 급여목록에 올라 있는 의약품의 가격도 인하될 예정이다.

신약 가격이 비교 대상 의약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만큼 기존 의약품의 약가 인하는 개별 품목에만 영향을 주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등재될 신약이 비교받을 가격의 기준선도 함께 내려간다.

특히 만성질환 분야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다수의 제네릭이 이미 등재돼 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다. 기전과 치료 목표가 기존 치료제와 다른 신약도 저가 제네릭보다 수십 배 높은 가격을 받을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

비치명적 질환 치료제의 편익은 질보정수명(QALY)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특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신약 가격이 대체 의약품의 가중평균가 수준으로 수렴해 새로운 치료 기전이나 장기적인 질병 예방 효과가 충분히 평가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경제성평가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질환의 조건과 치료제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장 복귀·간병 감소는 평가에서 제외

신약의 가치를 직접 의료비용만으로 따지는 평가 방식도 보완 대상으로 꼽혔다.

캐나다·호주·영국은 신약 사용으로 환자가 직장에 복귀해 얻는 소득과 가족의 간병 부담 감소까지 평가에 포함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지침 개정 이후 직접 의료비용만 계산하고 있어 만성질환 신약을 조기에 사용해 중증 합병증을 예방하는 장기적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환자의 직장 복귀와 가족의 간병 부담 감소, 장기적인 합병증 예방 효과를 사회적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며 “평생의 기간에 걸친 편익을 한꺼번에 반영하기 어렵다면 우선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조기 치료로 피할 수 있는 합병증·입원·시술 비용부터 상계 항목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치료로 줄일 수 있는 합병증과 입원·시술 비용을 평가에 포함하면 신약 급여에 따른 약제비 증가분과 향후 절감할 진료비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은 만성질환 신약을 조기에 사용해 질병 악화를 늦추는 효과와 장기적인 합병증 진료비 절감 가능성을 급여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복수 적응증·단일군 임상 증가…전담 조직 필요

신약 가치평가 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전담 인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앞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복수 적응증을 가진 의약품과 신약 간 병용요법이 늘어나고, 비교 대상이 없는 단일군 임상시험을 근거로 허가받는 치료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평가체계가 비교적 표준화된 암질환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치료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는 과거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 면제제도를 도입해 기존 평가체계의 한계를 보완했던 것처럼 경제성평가 운영 실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평가체계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수단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신약 간 병용요법의 평가·협상 절차가 제도화되면 장기간 지연된 병용요법의 건강보험 적용을 앞당겨 중증 암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만성질환 신약을 조기에 사용해 질병 악화를 억제하고 장기적으로 합병증 진료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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