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다량 처방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우려…플랫폼 상업화도 지적
대한약사회가 비대면진료 초진의 처방일수를 7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면 초진의 한계를 고려하면 환자의 상태를 다시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대면진료로 전환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약사회는 초진 관리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약사회는 11일 “비대면진료 초진 처방일수 7일 상한은 정상적인 진료를 침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의료쇼핑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고 환자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장은 최근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이 처방일수 7일 제한이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약사회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감기 등 단기 치료 질환의 86.5%가 이미 7일 이하로 처방되고 있다고 밝힌 점을 거론했다. 통상 3~5일분을 처방하는 일반적인 급성기 진료는 7일 상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약사회의 설명이다.
“호전 없으면 대면진료 전환해야”
약사회는 7일 상한이 필요한 핵심 이유로 환자 상태에 대한 임상적 재평가를 제시했다.
비대면 초진은 청진·촉진·타진 등 이학적 검사가 불가능해 대면진료보다 오진이나 중증질환 과소평가 위험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 상황에서 소염진통제나 진경제 등 대증치료 의약품을 2~4주 이상 처방하면 질환 진행 신호가 가려지는 ‘증상 은폐’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약사회는 급성 충수염 환자가 단순 장염으로 오인돼 장기간 투약받는 과정에서 복막염이나 패혈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루엔자는 48시간 이내, 대상포진은 72시간 이내로 제시되는 초기 항바이러스제 투여 시기를 놓칠 위험도 언급했다.
약사회는 “1~3일 차의 급성 의약품 부작용 관찰과 4~7일 차의 바이러스성 질환 자연 관해 경과를 고려하면 7일은 호전되지 않는 환자를 즉각 대면진료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로는 일본을 들었다. 약사회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온라인 진료의 적절한 실시에 관한 지침’을 통해 환자 병력 정보가 불충분한 온라인 초진의 경우 8일분 이상 처방을 제한하고 7일을 상한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다량 처방 유도 사례 제시
약사회는 비대면 초진의 처방일수 제한이 사라질 경우 영리 플랫폼과 결합해 장기·다량 처방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사회가 수집한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 사례에는 ‘인공눈물 6통 이상 처방 의사’, ‘인공눈물을 많이 처방하는 의사’ 등의 검색 문구와 ‘인공눈물 9박스 수령 후기’, ‘90일분보다 더 받는 법’ 등의 정보가 포함됐다고 했다.
약사회는 “많이, 길게 처방해주는 의사가 플랫폼의 상업적 경쟁력이 되는 순간 진료 기준은 의학적 필요성이 아니라 소비자의 요구량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여 의약품의 장기·다량 의료쇼핑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결국 보험료를 부담하는 국민 전체에 돌아올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 누수 가능성도 제기했다.
약사회는 “7일 상한은 의사를 억압하는 장벽이 아니라 상업적 플랫폼 환경에서 환자의 무리한 장기 처방 요구를 합법적으로 거절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주어지는 임상적 방어권”이라며 처방일수 제한 유지와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