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계획 없는 재정지원으로 필수의료 살릴 수 있나”…대책 주문도
22조원에 육박한 비급여 진료비와 의료기관의 ‘페이백’ 영업, 소아응급의료 인프라 부족, 최대 1년 8개월이 걸리는 본인부담상한액 환급,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등이 올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보건복지부 관련 현안으로 비급여 관리, 소아응급의료체계, 본인부담상한제, 필수의약품 공급망, 의료용 마약류, 혁신 의료기기, 보건의료인력, 지역 공공병원 문제를 선정했다.
30일 분석보고서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개별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이나 규제 완화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비급여 이상청구를 적발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지역에서 중증 소아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책임지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수의약품은 보건안보 전략자산으로 관리하고, 법 시행 이후 수립되지 않은 국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리급여 도입에도 페이백 단속은 ‘0건’
2024년 비급여 진료비는 21조8000억원으로 2020년 15조6000억원보다 39.7% 증가했다. 비급여 본인부담률도 최근 3년간 상승해 2024년 15.8%에 이르렀다.
정부는 과잉 비급여를 관리하기 위해 2026년 2월 관리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비급여 진료비 지출 규모가 큰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해 진료비의 95%를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5%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도록 했다.
관리급여는 가격 상한을 고시하고 환자 부담률을 높게 유지해 과다 이용을 억제하는 제도다.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확보해 서비스 이용을 모니터링하는 목적도 있다. 이에 따라 평균 11만원, 최고 60만원에 달했던 도수치료 1회 비용은 환자 부담 4만3850원으로 표준화됐고, 치료 횟수도 주 2회·연간 15회로 제한됐다.
그러나 일부 한방병원과 요양병원에서는 고가 비급여 진료비를 결제한 환자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페이백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 암 치료를 내세워 실손보험금 지급 한도에 맞게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를 포함하거나 허위 영수증을 발급한 뒤 진료비의 20~40%를 환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병원은 과잉진료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환자는 치료비를 실손보험사에서 환급받고 추가로 현금 수익을 얻는 일종의 보험사기 사례”라고 지적했다.
2015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진료비 페이백을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입법조사처는 “관리급여 항목 확대만으로는 페이백 등 편법·불법 영업 행태를 근절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현장조사와 처벌 강화,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간 1개월분, 병원급은 연간 2개월분의 비급여 진료내역만 보고하도록 한 현행 비급여 보고체계도 점검 대상으로 제시했다. 보고받은 항목과 금액, 진료내역을 활용해 고가 비급여 페이백이나 과다청구 이상징후를 포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쏠린 소아응급센터…배후진료 지원 부족
정부는 올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12곳에서 14곳으로 확대하고, 전담 전문의 1명당 1억원 규모의 인건비와 일부 응급의료수가 가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담 전문의 확보와 24시간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지원 수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돼 비수도권은 대부분 0~1곳에 그치고 있다. 강원과 충북, 전남·광주 등은 추가 지정이 필요한 지역으로 분석됐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중증환자의 최종 치료기관 역할을 하려면 소아외과와 소아신경외과, 소아중환자실 등 배후진료체계를 함께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별도 지원은 부족해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의료기관이 자체 부담하는 구조다.
센터는 일부 응급의료수가에 대해 권역응급의료센터보다 15~30% 높은 가산을 받고 있지만, 소아 인구 감소와 지역별 환자 규모 차이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최근 6년간 소아전문응급의료체계 운영 지원사업의 연평균 불용액도 13억원 수준이었다.
전담 전문의 인건비 지원액은 1억원으로, 권역외상센터 의사 인건비인 2024년 1억4400만원, 2025~2026년 예산 기준 1억6000만원보다 낮다.
전국 153곳에서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도 운영시간 충족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실제 진료역량과 지역 내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정책에 대해 “의료기관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소아응급환자가 지역에서 적시에 최종 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증환자 분산과 중증환자의 신속한 전원, 소아중환자실 및 세부 전문과를 포함한 배후진료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빛어린이병원 역시 운영시간이 아니라 진료역량을 중심으로 기능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저소득층일수록 늦은 본인부담상한제 환급 체계
본인부담상한제는 환자가 1년 동안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소득수준별 상한액을 넘으면 건강보험공단이 초과액을 부담하는 제도다.
2026년 상한액은 일반적인 경우 소득 1분위 90만원에서 10분위 843만원이다. 요양병원에 120일을 초과해 입원하면 1분위 143만원에서 10분위 1096만원이 적용된다.
2024년 사전급여는 11만6373건, 1626억1200만원이었고 사후급여는 222만3858건, 2조3884억4900만원이었다.
사전급여는 동일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본인부담금이 2026년 기준 843만원을 넘으면 환자가 843만원까지만 내고 초과액을 의료기관이 공단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여러 병·의원과 약국에서 낸 금액은 다음 해 8월 말 최종 합산해 개인별 상한액을 넘는 금액을 돌려준다.
이에 따라 연초에 의료비를 지출한 환자는 환급까지 최대 1년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연간 한 차례만 정산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의료비가 집중된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재 환급체계는 제도의 취지인 가계 의료비 부담 완화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의료비 지출 시점에는 소득과 관계없이 최고 상한액을 적용받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자금 압박이 훨씬 크다고 봤다.
21대 국회에서는 반기별 정산을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정산체계와 소득 산정방식 개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검토 의견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여러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의료비를 합산해 최종 정산 전 일부를 먼저 지급하거나, 반기·분기별 정산을 도입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이중 지급 문제도 쟁점이다. 감사원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본인부담상한액 환급금과 실손보험금 8580억원이 중복 지급됐다고 분석했다. 이 문제를 해소하면 실손보험 손해율을 2.3% 낮추고 보험료 2232억원을 인하할 수 있다고 봤다.
입법조사처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금융당국이 지급정보 연계와 사후정산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본인부담상한제가 민간보험사의 지급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필수약, 약가 조정 넘어 보건안보 자산으로
국가필수의약품은 법적으로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이다. 그러나 정부 대응은 약가 조정과 공급 중단 보고, 일부 행정지원에 머물러 필수의약품을 보건안보 전략자산으로 관리하는 체계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진단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필수의약품의 일정 비율을 공공 위탁생산으로 전환하고, 민간 생산역량을 사전에 파악·조정하는 공공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공급 중단 보고 시점도 기존 60일 전에서 180일 전으로 앞당기고 생산·수입 부족 보고 의무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공급위험을 진단하고 필수의약품을 전략 품목으로 지정·비축하면서 원료와 완제의약품 생산, 수입, 약가, 급여를 하나의 틀에서 조정할 상설 컨트롤타워는 제도화되지 않았다.
입법조사처는 “국가필수의약품을 보건안보 전략자산으로 끌어올리는 거시적 프레임은 아직 본격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항생제와 수액, 마취제 부족이 임상현장에서 치료 차질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필수의약품 문제를 보건안보 위기나 국가 전략 위험으로 다루는 접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2026년부터 운영하기로 한 공급불안 대응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원료와 완제의약품 생산, 수입, 약가, 급여를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상설 컨트롤타워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이에 수급 위험 탐지지표와 위기 단계별 발동 기준을 마련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약가 조정과 생산 확대 요청, 비축분 방출, 수입선 다변화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료와 완제의약품별 비축 목표량, 실제 재고, 저장시설과 유통기한 관리계획도 국정감사에서 확인할 사안으로 꼽았다.
의료용 마약류 1년에 19억개 처방
2024년 한 차례라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국민은 약 2001만명으로 국민 10명 중 4명에 달했다. 처방 건수는 약 1억건, 총 처방량은 19억2663만개로 1인당 연평균 약 96개가 처방된 셈이다.
특히 10대 이하에서는 최근 5년간 처방량이 1.9배 증가했다. ADHD 치료제 처방량은 139% 늘었다. 펜타닐 패치 처방 환자와 식욕억제제 처방은 감소했지만 항불안제와 최면진정제, 항뇌전증제, ADHD 치료제는 여전히 대량 처방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에서는 2021년 11월부터 의료용 마약류와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그런데도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수만명의 환자에게 비대면으로 의료용 마약류가 처방됐고, 실제 행정처분은 2건에 그쳤다.
입법조사처는 “단시간·비대면 진료가 마약류 처방과 결합할 때 중독과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안전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짧은 진료로는 환자의 중독 위험과 기존 처방력, 다른 의료기관의 중복 처방, 대리수령이나 신분 도용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임상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규명하고, 의료용 마약류 처방 때 확인해야 할 필수 항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약류 조제·투약 데이터를 활용해 초단시간 진료 후 고위험 마약류를 반복적으로 처방하는 의료기관을 선별하고 경고, 지도, 점검, 제재, 명단 공개로 이어지는 단계별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즉시진입 490일서 80일로…환자 직접 보고는 공백
2026년 도입된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와 동시에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해 혁신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기간을 최장 490일에서 최단 80일로 단축했다.
그러나 시장 진입 이후 환자에게 발생한 이상반응이나 사용성 문제를 환자가 직접 보고하고, 이를 허가 재검토와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사후관리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혁신의료기술 실시 지침도 의료기관이 발생한 모든 이상반응에 책임을 지도록 규정할 뿐, 환자가 경험한 부작용을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절차와 채널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환자에게는 더 빨리 도입하면서 환자보고 기반 안전성·효과 모니터링 체계를 설계하지 않았다”며 예기치 않은 위해를 감지하고 관리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이상사례보고시스템을 통해 환자와 보고자 정보를 포함한 이상사례를 수집·분석하고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에는 이에 상응하는 환자보고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환자 생성 데이터와 경험을 정책 및 규제 설계에 반영할 공공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의 적용 현황과 이상사례, 사용성 문제를 의료기관·기업·환자 보고로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 시행 6년 넘도록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없어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국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은 2019년 10월 시행됐지만 현재까지 법정 종합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는 2020년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과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를 진행했지만 법정 계획 수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력정책도 의사 수급과 전공의 수련, 공중보건의사 등 개별 정책 중심으로 추진됐다.
그 사이 의과 공중보건의사 복무 인원은 2017년 2116명에서 2026년 593명으로 감소했다.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공백까지 겹치면서 2026년 의과 공보의 신규 편입 인원은 98명으로 급감했다.
2026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충원율은 소아청소년과 20.6%, 응급의학과 55.3%, 산부인과 61.4%에 머물렀다.
입법조사처는 “의사인력 총량 확대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역의사제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은 의사 양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중장기 대책인 만큼, 단기적인 필수인력 확보 방안과 전문과목별 양성계획이 함께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인력 확보 계획 없이 재정지원만 확대하는 현재 정책으로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보건복지부에 물었다. 필수의료 배상보험료 지원과 건강보험 수가 구조 개편에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소아응급의료센터와 신생아중환자실의 기능 축소를 막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다.
2027년 시행되는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 특별법은 필수의료 종합계획을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과 연계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의 수립 시점과 지역별·전문과목별 수급추계, 필수의료 종합계획과의 연계 방안이 국정감사의 핵심 질의가 될 전망이다.
국립대병원 집중투자와 엇갈린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 소관은 2026년 8월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됐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지역완결적 의료체계의 핵심기관으로 육성하고 임상·연구·교육 역량과 공공정책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반면 지방의료원은 시설·장비비와 인력·운영비를 개별 사업으로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기능을 구분하고 연계하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지방의료원의 진료 기능 회복과 경영 정상화 등을 위해 시설·장비비 1418억원과 운영비 79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부산·대전·진주권 공공병원 신축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고, 영월의료원 이전·신축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공사비 상승과 인허가 지연으로 당초 2026년이었던 서부산의료원 개원은 2028년, 진주권 공공병원은 2029년, 대전의료원은 2030년으로 각각 늦춰졌다. 속초·충주·마산·서귀포의료원 증축사업도 공사비 상승과 사업계획 변경으로 일정이 지연되거나 연기됐다.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지역 공공병원을 20곳 이상 신·증축하고 공공병상을 1만개에서 1만5000개 이상으로 확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사업 지연으로 목표 달성이 늦어지고 있다.
지역의료 관련 재정사업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큰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도 최근 5년간 실집행률이 50.4~72.8%에 그쳤다. 지방비 미확보와 다년도 건축공사 등이 집행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입법조사처는 “단기적인 재정 지원을 넘어 공공병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방의료원의 표준운영지침을 개정하고 공공적 기능에 대한 안정적인 보상체계, 기능 특성화, 경영혁신 방안을 포함한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 상호 연계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