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생명 직결 중증·희소질환부터"…정부 결정에 관심
보건복지부가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 토론회 추진을 전격 중단했다. 토론회를 앞두고 찬반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제기된 만큼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환자단체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암과 희소질환 등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탈모 급여 확대를 주제로 한 토론회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토론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고 탈모 급여 확대에 대한 여러 입장이 충분히 제기된 점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는 국민참여형 공론화 프로그램인 '모두의 토론회' 첫 번째 의제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선정해 사회적 숙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다만 복지부는 공론화는 중단하더라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마련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모두의 토론회는 중단하더라도 청년을 비롯한 국민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발굴은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자단체 "탈모 급여화 반대 아냐…보장성 우선순위 재정립해야"
앞서 이날 오전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우선순위를 중증질환 중심으로 재정립할 것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암과 희소질환 환자들이 여전히 높은 치료비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은 생명과 직결된 분야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소질환인 KT증후군 환아 보호자인 한국PROS환자단체 서이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화염상 모반 레이저 치료가 평생 6회까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하지정맥류 시술과 압박스타킹·척추보조기·특수 맞춤신발 등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행위와 보조기기 상당수가 비급여인 현실을 지적했다.
서 대표는 "선천성 희소질환자의 모반은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6회까지만 급여를 적용하면서 청년 탈모는 위축감을 이유로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희소질환자의 의학적 필요와 삶의 질을 반영한 급여기준 개편을 촉구했다.
확장기 소세포폐암 환자의 가족인 허지형 씨도 "한 달 약값이 5000만원에 달하는 3차 치료제 임델트라는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지만 비급여여서 평범한 가정은 감당하기 어렵다"며 "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반년은 너무 긴 시간인 만큼 정식 급여 전이라도 한시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암 보장률 하락부터 해결해야"
안기종 연합회 대표는 기자회견의 취지는 탈모 치료제 급여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 달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4대 중증질환과 암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탈모 급여화도 논의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암과 중증질환 환자를 위한 구체적인 보장성 확대 청사진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건강보험은 국민적 관심이나 정치적 요구가 아니라 의학적 필요성과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경제적 부담,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암·희귀질환·심뇌혈관질환 환자의 신약 접근성 개선과 중증질환 중심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청년층 탈모 지원이 필요하다면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별도 국고사업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