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자 2명 중 1명 “‘요즘 암은 감기’라는 말 가장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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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질환자 2명 중 1명 “‘요즘 암은 감기’라는 말 가장 부담”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6.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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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투페이션츠, 환자·가족 166명 대상 ‘중증질환자와 공감언어’ 설문
환자들 “정확한 설명·상태 확인·지속적 지지가 치료 여정에 힘”
리슨투페이션츠. [사진=리스투페이션츠]
리슨투페이션츠. [사진=리스투페이션츠]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을 경험한 환자와 가족들은 의료진에게는 막연한 위로보다 정확한 설명과 치료 방향에 대한 확인을, 주변인에게는 섣부른 조언보다 구체적인 도움과 지속적인 지지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주변인에게 들은 말 가운데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라는 표현에 가장 큰 부담이나 거부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을 가볍게 여기거나 환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말이 위로가 아니라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환자 전문 리서치 서비스 채널 리슨투페이션츠는 ‘중증질환자와 공감언어’를 주제로 지난 5월 1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6회차 설문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본인이 직접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응답자 108명, 배우자나 직계 가족이 진단받은 응답자 42명, 본인과 가족 모두 해당하는 응답자 16명 등 총 166명이 참여했다.

진단 순간 힘 된 말은 ‘치료 가능성’과 ‘일상 유지 가능성’

중증질환 진단 당시 의사로부터 들었던 말 중 가장 힘이 되고 신뢰를 준 표현은 “최근 좋은 치료제가 많아졌습니다. 충분히 관리하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였다. 응답자의 56.0%(93명)가 이 문항을 선택했다.

이어 “치료계획대로 잘 따라오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46.4%(77명), “궁금하신 거 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이해하실 수 있게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21.7%(36명), “저와 의료진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같이 가봅시다” 18.1%(30명) 순이었다.

반면 “특별히 힘이 되거나 신뢰를 준 말이 없었다”는 응답도 24.7%(41명)에 달했다. 진단 초기 의료진의 설명과 태도가 환자의 신뢰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진=리슨투페이션츠]
[사진=리슨투페이션츠]

거부감 컸던 의료진 표현은 ‘설명 없는 진행’

진단 당시 의사의 언어나 태도 중 거부감이 들고 마음을 고통스럽게 한 표현을 묻는 질문에서는 “특별히 거부감이 들거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7.8%(96명)로 가장 많았다.

다만 부정적 경험을 선택한 응답 중에서는 “자세한 건 치료 들어가면서 설명하고요, 치료 빨리 시작해야 하니 나가서 안내 받으세요”가 41.0%(68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 병기는 원래 예후가 안 좋습니다. 마음의 준비부터 하시는 게 좋습니다” 25.9%(43명), “이 정도 통증이나 부작용은 당연한 겁니다. 그냥 참고 견뎌야 해요” 22.9%(38명), “어차피 물어봐도 이해 못 하세요. 제가 하라는 대로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10.2%(17명) 순이었다.

같은 의학적 정보라도 충분한 설명, 환자 감정에 대한 수용, 질문을 허용하는 태도에 따라 환자가 받아들이는 무게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치료 과정에서 듣고 싶은 말 1위 “수치 좋아졌다”

치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가장 듣고 싶은 표현은 “지난번보다 수치가 좋아졌어요. 지금 방향대로 잘 가고 있습니다”로, 응답자의 76.5%(127명)가 선택했다.

이어 “오늘 컨디션은 어떠세요? 치료하면서 힘든 점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52.4%(87명), “지금 목표는 병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들어갑니다” 34.3%(57명), “치료가 길어지면 지치는 게 당연해요. 그 감정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20.5%(34명)로 조사됐다.

환자들은 치료 성과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과 함께, 치료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을 확인해주는 언어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변인에게 위로 된 말은 ‘구체적 도움’과 ‘감정 인정’

중증질환 진단 후 가족, 친구, 친척, 지인 등 주변인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위로가 되고 투병 의지를 북돋아 준 표현은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 필요한 게 있음 뭐든 말해줘”였다. 응답률은 55.4%(92명)였다.

이어 “힘들면 힘들다고 해. 참지 않아도 되고, 어떤 얘기든 내가 다 들어줄게” 51.8%(86명), “요즘 의학이 발달해서 너무 걱정할 것 없을 거야” 30.7%(51명), “넌 워낙 의지가 강해서 치료과정이 힘들겠지만 잘 견뎌낼 거야” 27.7%(46명), “네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반찬이나 애들 등원 같은 건 내가 도와줄게” 25.3%(42명) 순이었다.

막연한 격려보다 실제 도움을 제안하거나 감정을 인정하는 말이 더 큰 위로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사진=리슨투페이션츠]
[사진=리슨투페이션츠]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 가장 부담

반대로 주변인에게 들었던 말 중 부담이 되거나 거부감이 컸던 표현은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 마음 편하게 먹으면 금방 나아”가 55.4%(92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나도 아는 분이 같은 암이었는데, 그분은 6개월도 못 버텼는데 걱정이다” 44.0%(73명),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우울해하면 병세만 더 악화돼” 32.5%(54명), “네가 평소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래. 이제라도 성격 좀 고쳐” 30.7%(51명), “누구는 이거 먹고 암 고쳤다더라. 병원 약만 믿지 말고 이거 써봐” 28.3%(47명)로 나타났다.

질환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환자에게 원인을 돌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조언을 건네는 말은 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이 바라는 말은 ‘곁에 있겠다’는 지속적 지지

치료 과정에서 주변인에게 가장 듣고 싶은 표현은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네가 여기까지 버텨온 게 대단해”로 57.2%(95명)가 선택했다.

이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네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45.2%(75명), “답장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생각난다고 말하고 싶었어” 38.6%(64명), “다 나을 때까지 기다릴게. 우리 하던 거 다시 같이 하자” 30.1%(50명),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어떤 결과가 오든 내가 옆에 있을게” 25.3%(42명) 순이었다.

환자들은 주변인에게 정답이나 해결책보다 감정의 인정, 기다림, 관계의 지속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은승 고려사이버대 상담심리학부 교수는 “의료진이 암 진단, 암 치료 중단, 호스피스·완화의료 전환 등 좋지 않은 소식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심리적 충격이나 치료 순응도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환자들은 막연한 정서적 위로보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정확하고 명확한 설명을 들을 때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를 느낀다”며 “의료진이 환자의 심리적 특성과 눈높이에 맞춰 충분히 설명해주는 정교한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희 암환우 비영리단체 아미다해 이사장은 “암은 결코 환자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은 치료 과정에서 큰 힘이 된다”며 “정확한 치료 설명을 환자의 눈높이와 언어로 전달하고 공감의 말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명성옥 리슨투페이션츠 대표는 “이번 설문은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치료 여정을 버티게 하는 중요한 지지 자원임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실제로 듣고 싶은 말과 듣기 힘든 말을 데이터로 드러내 의료현장과 사회의 공감 커뮤니케이션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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