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서울 쏠림 해소하려면 정주·경력지원 함께 가야”
필수의료 기피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의료인력 지원정책을 단순 수당 지원 중심에서 지역 정착과 경력개발까지 포괄하는 방식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제언이 나왔다. 재정 인센티브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의료인력 지원사업의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고든솔 보사연 연구위원이 연구책임을 맡고 신현웅 선임연구위원, 백주하·김희년 부연구위원, 이홍림 연구원이 공동 참여했다.
19일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현재 의료체계가 지역·필수·공공의료 영역 전반에서 동시다발적 인력 공백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확보난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지역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2024년 상반기 기준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차 충원율은 30.9%, 심장혈관흉부외과는 47.6%에 그쳤다. 반면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인기과는 충원율 100% 수준을 유지했다.
또 202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479명인 반면 상당수 지방은 300명 이하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당 의사 수도 각각 301.4명과 158.9명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의료인력 불균형이 단순한 지역 문제를 넘어 건강 결과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기준시간 내 상급종합병원 이용률은 서울 98.6%, 전남 53.8%였고, 암 관내 치료율은 서울 92.4%, 경남 47.1%로 조사됐다.
“수련수당 단독 효과 제한적…근무환경 개선 병행해야”
보고서는 현재 시행 중인 수련수당 지급사업의 효과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기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8개 과목 전공의와 일부 전임의를 대상으로 월 100만원의 수련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약 4000명, 연간 예산은 415억원 규모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수련보조수당 제도는 도입 직후 일부 기피과 전공의 확보율 개선 효과를 보였다.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은 2002년 41.6%에서 2004년 62.1%로 상승했고, 병리과는 같은 기간 22.4%에서 70.5%로 높아졌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같은 변화가 수당 자체의 효과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기피과 희소성 부각과 수가 현실화 기대, 정원 운영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진은 재정 인센티브가 기존 인력의 근속 유지에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신규 인력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유인만으로는 근무지 선택을 결정짓기 어렵고, 근무환경과 교육·수련 기회, 생활환경, 사회적 인정체계 등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역필수의사제, 장기 정착 유인체계로 가야”
올해부터 시행 중인 지역필수의사제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단순 수당 지원을 넘어 장기 정착 기반 마련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역필수의사제는 강원·경남·전남·제주 4개 시·도에서 필수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총 96명에게 월 400만원의 지역근무수당과 정주여건 지원을 제공한다. 계약기간은 5년이다. 참여자는 계약기간 중 중도 이탈 시 지급받은 수당과 지원금, 법정이자를 반환해야 한다.
연구진은 지역필수의사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활환경 개선과 근무환경 보완, 전문 네트워크 구축, 경력개발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료인력 지원정책은 인력 생애주기에 따라 교육(Education), 규제(Regulation), 재정 인센티브(Finance), 개인·전문적 지원(Support)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시장 기제에 의한 자발적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단기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의료인력 확보 전략과 성과 모니터링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