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평균 659일, 희귀질환 치료제 평균 1060일 소요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실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희귀질환 치료제는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된 사례도 확인됐다. 환자단체는 치료 시기가 중요한 중증질환 특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등재 지연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신속등재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일 최근 건강보험에 등재된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소요 기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분석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 동안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등재된 희귀질환 치료제 20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항암제는 식약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평균 659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약 1년 10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평균 2년 11개월(1060일)이 소요돼 항암제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식약처 허가 이후 제약사가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 협상을 거친 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와 고시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제도상 심평원의 급여 적정성 평가는 약 120일(최대 150일), 건보공단과의 약가 협상은 60일, 이후 복지부 심의와 고시는 약 30일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안내돼 있다. 그러나 실제 분석 결과에서는 이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단계별 절차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허가 이후 제약사가 건강보험 등재를 신청하기까지 평균 191일이 걸렸다. 이어 급여 신청 이후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및 통과까지 평균 156일이 소요됐다.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최종 통과하기까지 평균 201일이 추가로 걸렸다.
즉 급여 신청 이후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절차만 합쳐도 약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도별로 보면 항암제의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평균 기간은 2021년 174일, 2022년 189일, 2023년 214일, 2024년 142일, 2025년 266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개별 약제별로는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 신청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사례가 많아 전체 등재 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 약제 사례를 보면 등재까지 걸린 기간의 편차도 매우 컸다. 항암제 가운데 췌장암 치료제 오니바이드주는 허가 이후 보험 등재까지 1433일이 걸렸다. 면역항암제 여보이주는 1099일이 소요됐다. 다발골수종 치료제 엑스포비오정은 1068일, 폐암 치료제 텝메코정은 1225일, 급성백혈병 치료제 메그발은 1317일이 걸렸다.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주 역시 허가 이후 등재까지 754일이 소요됐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등재 기간이 더 길었다. 분석 대상 20개 약제 가운데 일부는 허가 이후 건강보험 등재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대표적으로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일라리스주사액은 3137일,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아뎀파스정은 4008일이 걸렸다. 신경근육질환 치료제 씨트렐린구강붕해정은 3921일이 소요됐다. 심근 아밀로이드증 치료제 빈다맥스캡슐은 1655일, 혈우병 치료제 아이델비온주는 1579일,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제 베스레미주는 1419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치료제는 비교적 빠르게 등재되기도 했다.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오크레부스주는 292일,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파발타캡슐은 306일,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 타발리스정은 162일 만에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연합회는 이러한 등재 지연이 단순한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허가된 치료제가 있어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비급여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암과 희귀질환처럼 치료 시기가 중요한 질환에서는 등재 지연이 치료 기회를 제한하거나 치료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합회는 최근 정부가 논의 중인 약가 제도 개편과 관련해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등재-사후평가 제도와 혁신 신약에 대한 신속등재 트랙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기존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중증질환에서 치료 효과를 크게 개선한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속 등재 체계를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는 “암과 희귀질환 환자에게 신약은 생명을 지키는 치료 수단이지만 실제 건강보험 적용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지 않도록 정부는 신속등재·사후평가 관리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식약처 허가 이후 제약사의 건강보험 등재 신청이 늦어지거나 자료 보완이 반복되면서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도 확인됐다”며 “제약사 역시 환자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신속한 급여 신청과 합리적인 약가 협상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