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있어도 못 쓴다”…‘레블로질’ 신속 급여화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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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있어도 못 쓴다”…‘레블로질’ 신속 급여화 국민청원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6.03.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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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환자 가족 “희귀 혈액암 신약 급여 심사 절차 개선해야”

“수혈 의존 환자 늘어 국가 혈액 수급에도 부담…급여 패스트트랙 도입 필요”

레블로질주 제품 이미지. [사진=BMS제약]
레블로질주 제품 이미지. [사진=BMS제약]

희귀·난치성 혈액암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심사 절차를 개선하고 신약 ‘레블로질(루스파터셉트)’의 신속한 급여화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국회에 접수됐다. 

치료제가 이미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고가의 비급여 비용과 장기간의 급여 심사 절차로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담겼다.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희귀·난치성 혈액암 치료제의 급여 심사 절차 개선 및 레블로질 등 신약의 신속 급여화 건의에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 동의 기간은 이날부터 4월 8일까지다.

청원인은 골수이형성증후군(MDS) 환자의 가족이라고 밝히며 “희귀·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이 국내 허가된 혁신 신약이 있음에도 과도한 비급여 비용과 느린 급여 등재 절차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수혈 의존도를 낮추는 치료제로 알려진 ‘레블로질’이 건강보험 급여권에 조속히 진입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허가된 신약 있어도 치료 포기”…환자 가족의 호소

청원인은 현재 희귀 혈액암 환자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치료 기회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희귀 혈액암 환자들에게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의 비급여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환자들이 고가의 비급여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가계가 파탄에 이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기까지 평균 1년 이상 걸리는 심사 구조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 신약 급여 등재는 ▲암질환심의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약가 협상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청원인은 “희귀 질환 환자들에게는 하루가 급한 상황인데도 급여 심사에 평균 1년 이상이 걸린다”며 “환자들에게는 사실상 ‘희망 고문’과 같은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수혈 의존 환자 증가…국가 혈액 수급에도 부담”

청원은 레블로질과 같은 치료제가 급여화되지 않으면서 환자들이 수혈 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했다.

레블로질은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의 빈혈을 개선하고 수혈 의존도를 낮추는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청원인은 “이 약제가 급여화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여전히 수혈에 의존하고 있다”며 “헌혈 인구 감소로 혈액 수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는 국가적 자원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미 비급여 판정을 받은 약제에 대한 재평가 절차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레블로질은 2023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평가 결과에서는 임상적 개선 효과는 인정됐지만 약제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급여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청원인은 “골수이형성증후군과 같은 희귀 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임상 표본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2023년 이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약효가 인정되며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기준에서는 비급여 판정이 내려졌더라도 추가 임상 데이터가 축적된 만큼 재판정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하지만 빠른 재평가 절차가 없는 동안 환자들은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희귀질환 신약 ‘급여 패스트트랙’ 도입 요구

청원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에 대한 급여 심사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희귀질환 신약 급여 패스트트랙 상설화 ▲허가와 급여 심사 연동 제도 확대 ▲경제성 평가 기준의 유연한 적용 ▲1차 치료제 급여 기준 선제적 검토 ▲비급여 판정 약제의 신속 재평가 절차 마련 등을 요구했다.

청원인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거나 대체 치료제가 없는 신약의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심사 주기를 단축하고 병행 심사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급여 심사가 시작되는 ‘허가-급여 연동제’를 혁신 신약 전반으로 확대해 허가 이후 급여 적용까지의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희귀질환 약제 경제성 평가 기준 유연화 필요”

청원인은 희귀 질환 치료제의 경제성 평가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수가 적은 희귀 질환의 경우 통계적으로 경제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청원인은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수혈 비용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을 적극 반영하는 유연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임상에서 1차 치료 효과가 확인된 약제의 경우 국내에서도 2차 치료 실패 이후가 아니라 초기 치료 단계부터 급여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글 말미에서 자신이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의 가족이라고 밝히며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평범한 일상을 살던 가족이 이 질환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특정 약제의 급여화가 누군가에게 생명과 존엄성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경제적 장벽 때문에 이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가혹한지 직접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레블로질에 대한 제안은 우리 가족의 절박함에서 시작됐지만 본질은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희귀 질환의 비급여 치료제들도 함께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국가 행정의 기준과 절차가 엄격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 절차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국민의 생명 보호라고 믿는다”며 “금전적 이유로 삶의 질과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국민이 단 한 명이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가들의 결단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루스파터셉트 성분의 레블로질주는 2022년 5월 9일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적응증은 ▲이전에 적혈구생성자극제(ESA) 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며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최저위험, 저위험, 중등도 위험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으로 인한 성인 빈혈 환자의 치료 ▲적혈구생성자극제 (ESA) 치료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였거나 부적합하여 적혈구 수혈이 필요한 다음의 성인 빈혈 환자의 치료 ▲수혈 의존성 및 수혈 비의존성 성인 베타지중해빈혈 환자의 빈혈 치료 등 3가지다. 

이 약제는 시판 허가 후 2년 7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건강보험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레블로질주와 같이 허가를 받고도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한 약제들을 분류해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신속한 급여 등재를 요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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