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임상 3상 10건 동시에 추진”…화이자, 대사질환 신약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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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임상 3상 10건 동시에 추진”…화이자, 대사질환 신약 승부수
  • 권소희 기자
  • 승인 2026.01.1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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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매출 반전 노려 파이프라인 전면 재편…M&A·대규모 임상 병행
[사진=화이자]
[사진=화이자]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대사질환 신약 개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줄어든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핵심 성장 축으로 재편하고 대규모 임상시험과 인수·합병(M&A)을 동시에 추진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화이자는 비만 치료제를 포함한 대사질환 분야에서 임상 3상 시험 10건을 동시에 추진하며 차세대 치료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26)’에서 “2026년은 화이자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비만과 관련 대사질환을 타깃으로 한 임상 3상 시험 10여 건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감한 매출을 회복하기 위한 화이자의 핵심 승부수로 평가된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급성장했던 화이자는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관련 제품 매출이 크게 줄었고, 주가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회사는 새로운 블록버스터 의약품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전략을 전면 재정비해 왔다.

“포스트 GLP-1” 시장 노리는 비만 치료제 전략

특히 화이자는 대사질환 분야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삼고 비만 치료제를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글로벌 제약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화이자 역시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비만 치료제는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의약품 분야로 꼽힌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등 추가적인 임상적 이점을 보이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약 1,500억 달러(약 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화이자는 자체 개발하던 경구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 개발을 중단하면서 한 차례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다누글리프론은 초기 임상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위장관 부작용과 간 독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이에 화이자는 외부 자산 확보를 통해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다시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최근 화이자는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Metsera)를 인수하며 아밀린(amylin)과 GLP-1을 결합한 차세대 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 후보물질이 체중 감소 효과를 유지하면서 근육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존 GLP-1 치료제의 한계로 지적되는 근육 감소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라 회장은 “현재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주 1회 투여 방식의 비만 치료제를 넘어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제형이 상용화된다면 시장 경쟁 구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투약이 필요한 비만 치료제 특성상 투여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임상·M&A 병행…시장 반전 노린다

화이자는 현재 진행 중인 핵심 임상시험 가운데 상당수를 비만 치료제 관련 임상으로 구성하며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회사가 진행 중인 주요 임상시험은 약 15건인데, 이 가운데 10건이 비만 치료제 임상 3상 시험이다.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빠르게 데이터를 확보하고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화이자는 글로벌 임상시험 수행 경험과 대규모 환자 모집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멧세라 인수 과정에서도 화이자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드러났다. 당초 시장에서는 인수 규모가 약 10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노보 노디스크 등 경쟁사와의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종 인수 금액은 약 14조5,000억 원(100억 달러) 수준까지 높아졌다. 화이자는 핵심 자산 확보를 위해 초기 제안가보다 크게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는 이와 함께 글로벌 정책 환경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약가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의 협상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화이자는 과거 미국 정부와 직접 약가 협상을 진행한 대표적인 제약사로, 미국 내 약가 인하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대신 해외 시장에서 혁신 의약품의 가격 자율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회사 측은 향후 미국 보건의료 정책 환경이 혁신 의약품 개발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화이자의 비만 치료제 전략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후발주자로서 시장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화이자의 글로벌 영업·마케팅 역량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 CNBC ‘클로징 벨(Closing Bell)’에 출연한 BMO 캐피털 마켓의 에반 세이거먼 애널리스트는 “화이자가 과거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했던 소비자 중심 마케팅 전략을 다시 활용한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JP모건의 크리스 쇼타니 애널리스트는 “임상 3상 시험을 동시에 10건 추진하는 전략은 비용 부담이 매우 큰 고위험 선택”이라며 “임상시험 수 자체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불라 회장은 이에 대해 “비아그라도 특정 대사 및 신경 경로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전 기반 치료제였다”며 “비만 치료제 역시 생리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화이자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불라 회장은 “건당 약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100억 달러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약 50억 달러의 추가 투자 여력이 남아 있다”며 “비만 치료제와 종양학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적 자산 확보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특히 종양학과 대사질환을 미래 성장의 양대 축으로 보고 있다. 현재 회사의 전체 연구개발 투자 가운데 약 40%가 종양학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나머지 상당 부분이 대사질환 및 면역질환 연구에 투입되고 있다.

불라 회장은 “비만 치료제 시장은 향후 글로벌 제약 산업의 핵심 성장 영역이 될 것”이라며 “화이자의 글로벌 유통망과 임상 개발 역량을 결합해 2028년 제품 출시와 동시에 빠른 매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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