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진료 공백 해법 없인 실효성 한계 지적도
국고 95억원이 투입되는 ‘의사과학자 도약 프로그램’ 수행기관 공모가 시작되면서, 정부의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글로벌 석학 강연, 연구경진대회, 저명 의사과학자 선정 등을 통해 인재 양성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재정 투입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장애 해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복지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의사과학자 후보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연구·산업·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석학 초빙과 해외 연수, 연구 아이디어 실용화를 위한 경진대회, 장기적 관점의 의사과학자 브랜드화까지 포함한 점은 기존 사업보다 확장된 형태라는 평가다. 특히 벤처캐피털(VC)과 산업계를 연계한 연구경진대회는 연구 성과의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현장 정착에는 번번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보상’ 문제다. 의사과학자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해야 하지만, 연구에 투입되는 시간만큼 진료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이번 예산 검토 과정에서 “진료 시간 감소에 따른 인건비 보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대학병원과 연구기관에서는 의사과학자들이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반복적으로 문제로 제기돼 왔다. 연구 성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반면, 의료기관 운영은 단기 수익 구조에 묶여 있어 연구 전담 인력에 대한 내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 졸업 후 연구를 선택했던 인력 상당수가 임상 중심 진로로 회귀하거나 해외로 이탈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한계로는 사업의 단절성이 꼽힌다. 개별 사업이 단기 성과 중심으로 설계되다 보니, 교육·연구·임상·산업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의사과학자는 단기간 양성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할 인재”라며,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과 안정적 커리어 트랙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업이 주관기관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도 관심사다. 정부는 전문성과 운영 역량을 갖춘 법인이나 단체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선정 이후에도 실질적인 자율성과 책임성을 얼마나 부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 대행에 그칠 경우, 기존 사업의 반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글로벌 석학 네트워크와 산업 연계 요소를 포함한 점은 과거보다 진일보한 접근이라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의사과학자를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예외적 인력’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호받는 전문 직군으로 인정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은 단순한 인재 육성 사업이 아니다. 기초 연구와 임상을 잇는 연결고리이자, 바이오헬스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95억 원의 예산 투입이 일회성 지원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생태계의 출발점이 될지는 향후 제도 보완과 현장 수용성에 달려 있다. 이번 사업이 ‘또 하나의 시범사업’이 아닌 구조적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