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차이로 급여 안 돼”…신약 접근성에 가로 막힌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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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점 차이로 급여 안 돼”…신약 접근성에 가로 막힌 삶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5.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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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질환, 그러나 낯선 싸움”…HER2 유방암 환우들의 외침
“신약으로 삶의 질 달라져…기회 모두에게 열려야”

“저는 HER2 저발현이에요. 1점 차이로 급여가 되고 안 되는 게 너무 억울하죠. 좋은 약이 있는데도 못 쓴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거든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김효영(가명) 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에게 신약은 단순한 치료제가 아닌 ‘삶의 끈’이다. 그러나 급여 기준의 벽은 여전히 높다.

“가슴의 통증 넘어, 마음까지 아픈 사람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20년 전만 해도 연간 6000명 수준이던 환자 수는 현재 3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환자 비중이 늘고 있으며, 일부 환자는 재발과 전이가 빠르게 진행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효영 씨는 “증상이 있었지만 가족 중 암 환자가 없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며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3기였다”고 회상했다.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90%를 넘지만, 뇌나 뼈 등으로 전이되면 30%대로 급격히 낮아진다. 조기 발견과 정기 검진이 강조되는 이유다.

“전이된 후에야 만난 희망의 신약”

HER2(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는 유방암의 예후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HER2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되면 세포의 성장 신호가 멈추지 않아 암이 빠르게 퍼진다.

박경화 교수(고려대학교병원 종양내과)는 “HER2 과발현이 확인되면 세포 증식과 전이가 활발해 예후가 나빠진다”며 “이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생존율 향상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 Drug Conjugate)’라 불리는 혁신 치료제가 등장했다.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가 항암 약물을 전달해, 정상세포 손상을 줄이면서도 강력한 항암 효과를 낸다.

홍가영(가명) 씨는 “6개월 만에 뇌전이가 와서 삶을 포기할 뻔했지만, 신약을 투여받고 나서 뇌 속 병변이 거의 사라졌다”며 “신약 덕분에 다시 일상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HER2 저발현 환자, 치료 기회조차 막혀”

하지만 문제는 급여 기준이다. 국내에서는 HER2 과발현(3+) 환자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HER2 저발현(2+) 환자에게는 급여가 제한된다.

김효영 씨는 “저발현 환자는 신약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보험이 안 돼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이 1점 차이 때문에 생사의 기회가 갈린다”고 토로했다.

전이성 4기 환자들은 상황이 더욱 절박하다. 홍가영 씨는 “4기 환자는 끝이 없다”며 “모든 단계의 환자에게 신약이 급여돼야 한다.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 있다”

유방암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질환이지만, 환우들이 겪는 싸움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신약 접근성의 불평등, 경제적 부담, 긴 투병의 시간은 환자와 가족의 삶을 무너뜨린다.

박경화 교수는 “HER2 저발현 환자에게도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과학의 발전이 차별 없이 환자 모두에게 닿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영 씨는 소망한다. “이 신약으로 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하루빨리 급여가 돼서, 저 같은 환자들도 희망을 붙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암 완치보다 더 간절한 건 ‘평범한 내일’입니다.”

신약의 문턱 앞에서 멈춰 선 환우들의 외침이 제도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익숙한 질환, 그러나 여전히 낯선 싸움을 이어가는 유방암 환자들의 오늘이 우리 사회의 내일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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