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약 한계·수술 불가… “하루라도 빨리 치료 기회 달라”
환자단체 “정부와 제약사, 생명 연장 책임을 다해야”
“파킨슨병 환자들이 치료 공백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치료의 길이 열려야 합니다.”
한국파킨슨희망연대 정지형 회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파킨슨희망연대·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오늘(16일) 오전 10시 한국애브비 본사 앞에서 파킨슨병 치료 공백 해소를 위한 '바이알레브(Vyalev)’ 등 신속한 신약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신약 도입과 치료 접근성 확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환자단체들은 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환자들이 제한된 선택지 속에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치료 기회조차 없는 현실이 너무 아프다”
파킨스희망연대 김금윤 대표는 “외국에서는 환자 개개인의 중심 증상에 맞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한국 환자들은 여전히 치료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민 안심과 약자 복지를 자부하는 나라에서 이런 현실은 너무나 무겁고 안타깝다”며 “이 고통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20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 이성미 씨는 현 의료 현실의 절박함을 토로했다. 그는 “처음에는 약이 제 삶을 지탱해줄 거라 믿었지만, 이제는 약효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심해져 몸이 얼어붙고 말을 할 수도, 삼킬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오랜 약물 치료의 한계로 일상은 무너졌고, 직장과 가족의 삶, 경제적 기반까지 잃었다며 “하루 대부분을 움직이지 못한 채 극심한 근육 강직 속에서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파킨슨병 11년 차 환자 김진흥 씨는 감춰진 고통과 젊은 환자들의 현실을 알리며 치료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파킨슨병을 단순히 손을 떠는 병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움직임이 느려지고 근육이 굳으며 우울, 불안, 수면장애, 피로가 환자를 짓누른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병은 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를 무너뜨리는 사회적 질환”이라며 “특히 30대, 40대 젊은 환자들이 급증하면서 일할 나이에 병으로 직장을 잃고 경제적 기반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파킨슨병은 더 이상 노인성 질환이 아니라 사회적 질환이며, 맞춤형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2021년에는 오리지널 약 시네메트, 2023년에는 마라토파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자들은 불안 속에 강제로 다른 약으로 전환됐고 이 과정에서 부작용과 혼란을 겪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 치료 환경, “퇴보하고 있다”
국내 파킨슨병 치료 환경 후퇴 문제도 지적됐다. 김진흥 씨의 보호자 김기남 씨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치료의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특히 경구약의 한계를 넘어선 진행 환자 중 DBS(뇌심부자극술)이 불가능한 이들은 사실상 치료 공백 속에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파킨슨희망연대 정지형 회원은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초기에는 약물이 효과를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절이 되지 않는다”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경구약 이후 위관 주입식 치료나 피하 지속 주입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DBS(뇌심부자극술)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적합하지 않은 환자들은 사실상 치료 공백 속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허가 신청은 절차가 아니라 생명 연장의 행동
이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특히 피하지속주입치료제인 바이알레브를 언급하며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임에도 고가의 비용과 늦은 허가 절차로 인해 환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약처의 신속한 허가와 제약사의 적극적인 신청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한국의 환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생명 연장의 행동”이라며 “비급여라도 환자들이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파킨슨병 환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드러내고, 치료 선택권 확대와 신약 도입 절차의 신속화를 요구하는 의미 있는 사회적 행동으로 평가된다. 환자단체들은 정부와 제약업계가 환자 중심의 의료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빠른 대응과 정책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