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기본법·피해보상 특별법 더는 미뤄선 안 돼”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의료공백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환자보호 4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환자단체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한 달 가까이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며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공백 재발 방지와 피해 환자 구제를 위한 ‘환자보호 4법’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월 22일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왔으며 이날로 30일째를 맞았다.
단체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여전히 미비하다”며 “국회가 전공의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반복될 수 있는 의료공백으로부터 미래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가 요구하는 ‘환자보호 4법’
환자단체연합회가 요구하는 ‘환자보호 4법’은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4개 법안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환자기본법안’(남인순 의원 대표발의) ▲의료대란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하도록 하는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국가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서 피해 최소화를 의무화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김윤 의원 대표발의)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 등이다.
환자단체들은 이들 법안이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 보호의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해 의료계 집단행동 이후 이어진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 1년 7개월 동안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질병이 악화되는 상황을 겪었다”며 “그럼에도 피해 환자를 위한 제도적 구제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피해 환자 보호 대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고 비판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는 의대생과 전공의에게는 복귀를 위한 특혜성 조치를 내렸지만 정작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와 가족에 대한 구제는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자보호 4법의 국회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당초 ‘의무 조항’으로 규정됐던 국가 책임 부분이 ‘임의 조항’으로 완화된 채 통과됐다.
환자단체들은 이를 두고 “환자 보호 장치를 사실상 약화시키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또 8월 19일 환자기본법안 논의 과정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기존 환자안전법과의 통합 검토 의견을 제시하면서 법안 논의가 혼선을 빚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기본법은 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독립 법률로 논의돼야 하는데 복지부가 통합 의견을 내면서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 역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이 법안에 대해 “손실보상의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는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 특별법처럼 국가가 입증 책임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피해 구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직접 서명했던 법안을 현 정부가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들은 환자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단체는 “환자기본법은 환자를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법”이라며 “환자가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의료 정책에서 환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환자기본법 제정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기자회견에서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며 “환자보호 4법 제정은 특정 집단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는 환자의 목소리를 즉각 반영해 관련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고 정부 역시 책임 있는 태도로 입법 과정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 등 10개 환자단체가 참여했다.
환자단체들은 “의료공백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책임”이라며 “환자보호 4법이 조속히 제정될 때까지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