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유감표시 법적 근거 마련하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해야”
의료사고로 딸이 8개월째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가 대통령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전달하며 “제2, 제3의 김주희가 나오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의료사고 피해자 울분 해소를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자리에는 지난해 12월 중환자실에서 기도삽관 재시도 중 심정지가 발생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현재까지 식물인간 상태로 치료받고 있는 김주희(당시 고1) 학생의 어머니 류선 씨도 함께했다.
류 씨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쓴 6쪽 분량의 손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서 “겁이 많아 제 곁을 떠나지 않던 아이가 지난해 12월 10일 가장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사고를 당한 뒤 8개월째 의식 없이 홀로 누워 있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박이거나 하품을 하거나 통증에 반응하는 정도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루관으로 영양을 공급받고 배설은 기저귀에 의존하며, 기관절개 후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류 씨는 또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다시는 이 나라에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씀이 제가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며 “국가에 바라는 것도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편지에서 구체적으로 △중환자실 신체보호대 관리 강화 △의무기록지에 기도 특이 구조 등 환자 안전 정보 공유 △실질적 진료과 협진 제도화 △중증 피해자 권리 보호 △보호자 의료·행정 지원체계 마련 △장기 치료 환자 국가 지원 △의료사고 설명의무와 사과·유감 제도화 등을 요청했다.
편지는 “제2, 제3의 김주희와 그 가족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국가가 끝까지 책임 있게 나서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의견서를 통해 “의료사고 형사고소를 최소화하려면 피해자와 유족이 울분을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사고 설명의무 강화 △사과·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등 입법적·제도적 조치 추진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단체는 지난 21일 ‘환자샤우팅카페’ 행사에도 류 씨가 출연해 피해 사례를 직접 증언했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앞으로도 김주희 학생 부모와 함께 의료사고 피해자의 울분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