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에게 위로가 된 책은”…환우들이 직접 뽑은 ‘치유의 책’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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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에게 위로가 된 책은”…환우들이 직접 뽑은 ‘치유의 책’ 12권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5.04.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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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 맞아 환우 독서모임 투표로 선정…투병기보다 삶 성찰하는 책에 공감
“독서는 심리적 안정 돕는 비약물적 치유”…환자·가족 소통의 창구 역할

암 환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 책은 무엇일까. 암을 직접 경험한 환자들이 투병 과정에서 힘이 됐던 ‘치유의 책’ 12권을 직접 선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서촌의 건강 전문 서점 ‘일일호일(日日好日)’은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암 경험자가 추천하는 치유의 책’ 12권을 발표했다. 이번 추천 도서는 암 환우회 독서모임 회원들이 직접 읽고 토론한 책 가운데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추천 도서 선정에는 한국백혈병환우회의 독서모임 ‘쉼표’와 삼중음성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의 ‘무지개 독서모임’이 참여했다. 두 모임은 각각 6권씩 총 12권의 책을 치유의 책으로 꼽았다.

이번 추천 목록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서나 투병기가 아니라 문학 작품과 에세이, 인문서 등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삶을 돌아보고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는 데 도움을 받은 책들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백혈병 환우들이 고른 책들
“삶의 의미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한국백혈병환우회 독서모임 ‘쉼표’ 회원들은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경험한 환자들이 중심이 돼 활동하는 독서 모임이다. 이들은 투병 과정에서 마음의 위로가 됐던 책들을 중심으로 추천 목록을 선정했다.

추천 도서에는 바다에서 얻은 위로와 삶의 단상을 섬세하게 풀어낸 『바다가 건넨 마음』(드무)이 포함됐다. 이 책은 자연과 삶을 잔잔하게 연결하며 독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 죽음을 소재로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좋은 곳에서 만나요』(이유리)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다.

청년들의 자살 시도 경험을 담은 르포 형식의 책 『메리골드의 꽃말을 아나요』(박경희 외)도 포함됐다. 극단적인 선택의 문턱에 섰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회복 가능성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밖에도 인간의 회복력과 삶의 의지를 다룬 『흐르는 강물처럼』(셀리 리드), 잔잔한 서사로 큰 울림을 주는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클레어 키건), 예술품 절도 사건을 소재로 한 논픽션 『예술 도둑』(마이클 핀클) 등이 환우들이 추천한 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독서모임 회원들은 “투병기를 읽는 것보다 오히려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더 큰 위로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유방암 환우들이 고른 책들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 찾는 이야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의 ‘무지개 독서모임’ 역시 환우들의 공감을 얻은 책 6권을 추천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꼽혔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가 인간의 삶과 의미를 탐구한 이 책은 오랫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작품이다.

회원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에서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자연과 단순한 삶의 가치를 돌아보게 하는 그래픽 노블 『월든에서의 눈부신 순간들』(존 포슬리노)도 추천 도서에 포함됐다. 이 작품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바탕으로 자연 속 삶의 의미를 그림과 글로 풀어낸 책이다.

또 정원을 가꾸고 산책을 하며 삶을 성찰하는 에세이 『연남천 풀다발』(전소영), 자연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일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정원가의 열두 달』(카렐 차페크)도 환우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와 함께 영국 작가 찰리 매케시의 그림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도 추천 목록에 올랐다.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사랑과 우정,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또 일본 그림책 작가 사노 요코의 에세이 『시즈코 상』도 포함됐다. 이 책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로, 특히 엄마이자 딸로 살아가는 유방암 환우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었다.

“독서는 암 환자에게 중요한 치유 과정”

건강책방 일일호일 측은 환우들이 추천한 책들을 통해 독서가 투병 과정에서 중요한 심리적 치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일일호일 책방지기는 “암을 경험한 환자들에게 독서와 독서모임 활동은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약물적 치유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지기는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며 “환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위로를 얻는 과정 자체가 치유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의료계에서는 독서나 예술 활동이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특히 장기 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의 경우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교류가 중요한 치료 요소로 꼽힌다.

일일호일 측은 앞으로도 환자들이 책을 매개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건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강책방 ‘일일호일’…헬스케어 기반 문화 플랫폼

이번 추천 도서는 23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서촌에 있는 건강책방 일일호일 서가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서점 방문객들은 환우들이 직접 추천한 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일일호일은 헬스케어 전문 PR회사 엔자임헬스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건강 전문 서점이다. 단순한 서점을 넘어 건강을 주제로 한 문화 플랫폼을 지향하며 건강 관련 도서 소개, 출판, 강연, 교육 프로그램, 전시, 건강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일일호일 관계자는 “책을 통해 건강에 대해 생각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환자와 시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암 환자들이 직접 뽑은 ‘치유의 책’ 목록은 투병 과정에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마음의 위로와 삶의 의미를 찾는 독서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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