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내 CCTV 설치 악수, 의협-병협과 반드시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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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내 CCTV 설치 악수, 의협-병협과 반드시 막겠다"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1.08.25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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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한신경외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공동성명서

외과의사들이 의료를 정치·경제의 일부로 바라보고 권력이 직접 의료를 통제하겠다는 그릇된 인식에 기인한 오판이 수술실내 CCTV 설치라는 악수(惡手)를 가져왔다며 이를 막기위해 의협과 병협과 함께 반드시 바르게 잡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는 25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같은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이어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수술실내 CCTV 설치법이 시행된다고 세상이 바뀌거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내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삶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정책이, 시간이 지나면 잘못되었음이 인지되어 다시 되돌려 지기도 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보완을 명목으로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기도 한다. 분야는 다르지만, 불과 1년 전 광풍에 휩쓸려 통과·시행된 부동산 임대차 3법의 결과를 우리는 알고 있으며, 여론에 떠밀려 시행된 민식이 법에 대한 반성이 제기되는 것도 느끼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거나, 직원들을 감시하는 용도가 전용될 것이라거나, 의료진의 적극성을 훼손시켜 환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에도 개정안은 CCTV가 대리수술 뿐 아니라 의료소송을 위한 근거 제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CCTV는 매우 제한적이며, 수술의 실제적인 잘잘못을 알 수 없으며, 수술 중 보여지는 의료진들의 피드백만을 알 수 있어 소송의 쟁점을 흐려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수술실내 CCTV 설치법은 실상(實相)을 보지 못하는 그럴듯한 명분에 떠밀려 법안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제 곧 통과되고 정식으로 시행될 것이다. 의료인들은 이에 대한 결과를 잘 알고 있으며, 임대차 3법이나 민식이 법처럼, 환자들과 국민들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가져오리라는 미래를 우려한다. 표를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못할 것이 없는 정치인이라지만, 그것이 결국 무엇을 갉아먹는 것인지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불신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수술실내 CCTV 설치법은 의료진과 환자를 이간질하는 불신의 아이콘이며, 최선의 의무를 다해야하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켜,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게 될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인들은 점점 줄어들고, 한계상황에서 타인을 저버려야하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가 점점 늘어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현실화될 것이다.

불신의 시대는 결국 전문가주의를 퇴보시킬 것이고, 심평의학이 유도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평균진료가 의료진의 최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만악의 근원(root of all evil)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정책이 쌓이면서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결국 선과 악은 뒤바뀐다. 전문가주의를 억압하고 불신의 시대를 이끄는 정책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다. 국민들은 지금 그런 정책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시행하려 하는 수술실내 CCTV 설치법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을 정치·경제·사회와 결부시켜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의료는 정치·경제·사회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근원적으로 학술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때 더욱 발전한다. 의료의 발전은 의료 시스템이라는 사회적 장치 이전에 의학의 발전이라는 기본적 토양위에서 양분을 얻어 자라나며, 이는 정치·경제·사회와는 명확히 구분된 영역이다. 그럼에도 의료를 정치·경제의 일부로 바라보고 권력이 직접 의료를 통제하겠다는 그릇된 인식에 기인한 오판(誤判)이 수술실내 CCTV 설치라는 악수(惡手)를 가져왔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은 추악한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을 두고 보는 것이 비굴하고 추악한 것이다. 이 땅의 의료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며, 의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하는 의무이다. 우리는 비굴하거나 추악해지지 않을 것이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다. 그것은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이며, 의협 및 병협 등 유관단체와 협력하여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병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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