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위-제약 등 의견수렴...상향 필요성 논의
2017년 논의 땐 '현 수준 적정' 결론
보험당국이 적정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에 대한 검토에 나선다. 현 임계값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다.
전문가,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들은 뒤 사회적 합의를 시도하는 과정인데, 임계값 현실화 또는 상향 필요성 검토가 핵심이다.
보험당국은 앞서 2017년에도 적정 임계값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없이 암과 희귀질환 치료제에 임계값을 상향(탄력) 적용해 약값 인상을 초래한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이번과는 접근법이 정반대였던 것인데, 현 수준이 적정하다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심사평가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행조치로 ICER 임계값을 검토하기로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ICER는 급여여부 결정 과정에서 신청약제(신약)와 비교약제를 복용하고 1년이 경과한 뒤 약제간 수명연장 효과와 비용을 비교하는 데 활용된다.
ICER에 대한 상반된 시선=2017년 검토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이었던 권미혁 의원이 단초를 제공했다. ICER 임계값 수준은 현재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다만 2007년 선별목록제 시행 때부터 암묵적으로 '1GDP 수준'이 채택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시절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 일환으로 항암제와 희귀질환 등에 한해 탄력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2013년 하반기부터 '2GDP 수준'까지 고려 가능해졌다.
그러나 권 의원은 2016년 국정감사에서 충분한 논의없이 경제성평가 수용한도를 상향 조정해 결과적으로 항암제 등의 약값을 인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면서 임계값 수준과 상향 적용의 적정성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심사평가원은 빨리 움직였다. 다음해인 2017년 전문가 간담회,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청취했다. 이해관계자 간담회에는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경제성평가 전문가, 제약단체 등이 참여했다.
간담회 결과, 현행 보장성 수준, 약가수준, 해외사례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안이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사용되는 약제에 임계값을 상향 조정하는 데 대한 이견은 없었다. 다만 임계값 상향 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면서, 추후 관련 기준과 절차 등을 변경할 때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나왔다. 경제성평가 뿐 아니라 의사결정 고려요소를 다각화 또는 세분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같은 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이런 의견을 토대로 현 임계값 수준이 타당하다고 결론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2021년 다시 논의되는 적정 임계값 검토는 추동시킨 문제의식이 정반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보건복지위원인 이용호 의원은 현 ICER 임계값 수준은 국민소득이 2만불이었떤 2008년경 설정된 것으로 한국의 현 경제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보건복지위원인 강기윤 의원도 ICER 임계값에 적용되는 GDP를 현실에 부합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의 지적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심사평가원은 "임계값 조정은 신약 접근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약가상승 등 추가적인 재정소요가 수반되는 사항으로 충분한 사회적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과정을 올해 밟기로 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 어떻게 추진되나=심사평가원은 2017년 검토방식을 보완해 '투-트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전문가, 시민단체, 제약단체 등의 의견을 들은 뒤, 전체 간담회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의견수렴 대상은 관련 학회, 시민·소비자·환자로 구성된 시민참여위원회, 경제성평가소위원회, 제약단체 등이다. 시민참여위 이후 필요하면 추가로 환자단체 의견을 듣는 것도 고려하기로 했다.
이 과정을 거친 다음 각각의 의견수렴에 참여했던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전체 간담회에서 임계값 현실화 또는 추가 상향 필요성 등을 논의한다. 이어 논의결과는 약평위에 보고돼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임계값 탄력 적용은 위험분담제와 함께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등의 등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반면 일반약제의 경우 임계값보다는 대체약제 가격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가령 건보공단과 협상을 통해 확정된 상한금액으로 역산하면 임계값이 '1GDP'는 커녕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임계값 논의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탄력 적용 뿐 아니라 일반약제 평가에 대한 적정한 활용 원칙, 의사결정에 있어서 고려요소 다각화 등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3년만에 재논의되는 ICER 임계값 검토. 이번 시도가 또다른 잠재적 논란을 불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심사평가원은 2017년 검토 때 ICER값 구간별 공개 여부도 검토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