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도입 논의는 소비자 편익 제고를 중심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다. 또 제도도입에 따라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강보험법, 의료법 등 다른 법률안 개정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은 7일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제도의 현황과 과제'를 통해 이 같이 제안했다.
김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국내 실손의료보험 총 가입건수는 약 3천466만건으로 이중 생명보험은 627만건, 손해보험은 2천839만건이다.
또 2018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청구건수는 약 8천583만 건으로 이중 손해보험이 7천293만 건, 생명보험이 1290만 건에 이른다.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는 소비자가 병원에 진료비를 지급한 후,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영수증, 진단서, 진료비세부내역서 등 종이문서를 발급받아 보험금 청구서류와 함께 이메일이나 모바일앱 등을 통해 제출하는 절차를 따른다. 2018년 기준 8천583만건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청구됐다.
이에 대해 김 입법조사관은 "현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체계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청구포기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중 손해보험에 해당하는 7천293만건의 청구건수에서 76%에 해당하는 5568만건의 증빙문서가 팩스, 설계사, 방문, 우편 등을 통해 제출됐다.
또 24%는 종이서류 발급 후 이메일 등으로 전송됐고, 0.002%에 불과한 1천여 건만이 병원과 보험사간에 연동된 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으로 송부됐는데, 이런 방식은 피보험자에게 불편을 야기해 청구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절차의 개선을 권고했고, 금융위원회도 2016년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후 개별 보험사들은 모바일앱을 통한 보험금 청구 방법을 추가하기도 했지만, 문서 발급 및 전송이라는 불편이 해소되지 못해 소비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청구절차 간소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라고 김 입법조사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가 논의되고 있는 데 핵심은 '보험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이 보험사에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해 보험소비자의 편의를 제고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서 2018년부터 일부 보험사는 병원 등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무인단말기나 모바일앱을 이용해 증빙서류를 기관 간 전송하는 시스템을 가동중이다.
하지만 전국 9만여개의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개별 전산망을 구축하는 건 비용 및 관리 부담으로 인해 보험사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 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전재수 의원, 윤창현 의원)이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의료기록 등 증빙서류를 기관 간 원활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요양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중계기관을 연결해 통합 전산망을 통해 보험금 청구시스템을 간소화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과 관련해 기관 간 견해차이가 존재한다고 김 입법조사관은 설명했다.
가령 의료계는 청구절차 간소화를 위해 '보험소비자 요청에 따라 요양기관이 보험사에 증빙서류를 직접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사와 피보험자간 사적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계약으로 당사자가 아닌 요양기관에 기록 전송 책임을 부여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의료기록의 전자적 전송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고, 요양기관, 수탁기관 및 보험회사 간 책임소재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는 기록의 전송주체인 요양기관에 그 책임을 물을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의료기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반면 보험사측은 현행 의료법상 요양기관은 환자 본인이 요청하는 경우 제3자에게 의료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전송할 의무가 있으므로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요양기관이 심평원에 의료기록을 전송하는 방법과 같이 문서를 암호화함으로써 개인정보 누출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 입법조사관은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문제는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다만, 추진 방법과 관련해 기관 간 입장이 다르고, 개인 의료정보라는 민감 정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 "개인정보 유출 위험과 관련해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표준문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암호화 해 전송하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관련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