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특례 대상되려고 병 키워야만 하는 '손·발바닥 농포증'
상태바
산정특례 대상되려고 병 키워야만 하는 '손·발바닥 농포증'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7.01 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수 씨 "젊은 환우들,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조기 치료 지원을"
"40년 앓아 온 병 '건선', 여전히 사회적 편견에 갇혀"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손발바닥농포증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고, 조기에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지원되길 바란다." -김종수 손발바닥농포증 환우

김종수 손발바닥농포증 환우는 자신의 과거 환부를 찍어 뉴스더보이스에 전했다.  
김종수 손발바닥농포증 환우는 자신의 과거 환부를 찍어 뉴스더보이스에 전했다.  

건선이라는 질환 속에는 다양한 유형의 건선이 존재한다. 일테면 가장 많은 환자 비율을 보이는 판상 건선을 비롯해 농포성 건선, 물방울 모양 건선, 홍피성 건선 등이 있다. 건선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비전염성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그러나 보여지는 '피부'로 인해 자주 아토피로 오인되곤 한다.

치료법은 스테로이드나 광선치료가 초기에 시행된다. 스테로이드제제나 광선치료를 3개월 이상 진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신체 부위의 10% 이상이 건선일 때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된다. 그 때부터 환자는 치료비용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의료계에서 지적한 바로는 노출부위 건선이 있지만 기준(PASI 10, BSA1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환자들은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약제비를 부담해야 한다.

건선의 치료에는 효과가 좋은 생물학적제제들이 세상에 나와있다. 그러나 '신체의 10% 이상'이라는 산정특례 기준으로 인해 손과 발이라는 특정 부위에만 건선이 발생하는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뉴스더보이스는 이런 환자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어렵게 손발바닥농포증 환우 한 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70대 가정주부인 환자는 다른 치료를 전전하다 생물학적제제로 치료 받고 호전됐지만 약제비 부담이 커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가 말한 초기 발병 시기는 초등학생 때였다. 무려 40~50년의 세월이 흐르고, 질환이 다른 부위로 확대되고 나서야 손발농포증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28일 어렵게 뉴스더보이스와 유선 인터뷰를 수락한 김종수 손발바닥농포증 환우 역시 초등학생 때 시작된 건선을 38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내했어야 했다. 그는 물러터지는 손과 발을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죽지 못해 산다"고 표현했다.

"내 병, 손발바닥농포증. 죽지 못해 산다"

손발바닥농포증 환우인 김종수 씨의 약물 치료 전 손 사진.  
손발바닥농포증 환우인 김종수 씨의 약물 치료 전 손 사진.  

건선이 산정특례 대상이 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생물학적제제 투여를 시작했고 현재는 증상이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손발바닥농포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20~30세대 젊은 환우들을 위해 인터뷰에 나섰다.

김종수 환우는 '면적'이라는 한계에 갇힌 산정특례 기준도, 선정되지 않는 '희귀난치질환 지정'도 질환의 특성을 모르는 정책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물학적제제 투여 대상이 되기 위한 환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토로했다.

"젊은 친구들 중엔 일부러 병원 치료를 받지 않는 이들이 있다. 병원에 가 봐야 연고만 주기 때문이다. 아예 병을 키워서 산정특례 대상에 들어가자는 말을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환자가 스스로 병을 키워야 정책 지원 대상이 된다는 것이..."

김종수 환우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30세대에겐 조기에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손발바닥농포증으로 인해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현재 직업이 없는 상태다.

"저는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젊은 친구들, 이제 인생을 막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줘야죠. 젊은 친구들이 더 안타까운 게 뭔지 아세요? 질환 때문에 집에만 있는다는 겁니다. 손발바닥이 이런데 집에서 나올 수가 있겠어요. 그러다 우울증이 와요. 우울증이 오면 자연스럽게 자살을 생각하게 돼요. 저 역시 우울증으로 심각하게 고생했지만 그 과정을 젊은 친구들이 겪지 않게 해야 하지 않나요?"

건선, 햇빛을 봐야 좋아지는 병이지만 '아토피'라고 말하는 이유

그는 사회적 편견도 건선 환자,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들을 아프게 하는 부분이라고 꼽았다.

"건선은 햇빛을 봐야 나아져요. 옷을 가볍게 입고 산책을 하거나 볕을 쬐려고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물어봐요. 무슨 병이냐고. 옮기는 게 싫은 듯한 시선으로요. 저는 건선이라는 설명을 하다가 이제는 아토피라고 말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듯 지나쳐요."

김종수 환우에 따르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역 국가에서는 손발바닥농포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10년전부터 이뤄져 현재는 많이 변화됐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도 건선환자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으면 한다"면서 "환자들이 완전히 아파 고통 속에 신음할 때 도와주지 말고 치료 적기에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발바닥농포증의 국내 환자 추산 인원은 1만 여명이다. 뉴스더보이스가 지난 2년 동안 희귀난치질환으로 손발바닥농포증 환자 인터뷰를 시도한 것은 두 번이다. 두 번 모두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인터뷰가 성사(비대면과 대면 각 1번씩)됐다. 환자들의 인터뷰가 어려운 이유는 환자 군이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인식 탓에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려해서다.  

김종수 환우는 "죽는 거 보다 더 힘든 병이다.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병이다관절염이 합병증으로 온다. 오울증으로도 많이 빠진다. 부디 질환을 가지며 겪는 과정을 환자들이 다 감내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질환의 무게에 환자들이 눌려 있지 않도록, 건선이라는 질환이 육체적, 정신적인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희귀질환 지정과 산정특례 기준의 완화가 무엇보다 시급히 필요한 때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