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의 입증부담 완화부터"
상태바
"정부-국회,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의 입증부담 완화부터"
  • 엄태선 기자
  • 승인 2023.02.02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단체연합,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입장 표명

환자단체들이 복지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를 냈다.

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는 2일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의료인 부담 완화'의 예시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이 언급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환우회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안)' 공청회뿐만 아니라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 협의체'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관련 내용이 보건복지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했고, 포함 시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지만 '의료인 부담 완화'의 일환으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이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예시로 언급,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 관련해 보상금액( 상한 3천만원)과 국가분담비율(국가 70%)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내용으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이 예시로 언급된 것과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논의를 추진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근본적인 해법은 의료적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료과실이 없거나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입법화하는 것"이라며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은 중상해를 입거나 가족을 잃었는데도 가해자로부터 사과받지 못하고 수년에 걸친 소송기간 동안 입증의 어려움과 고액의 소송비로 울분은 토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이들의 울분과 트라우마 치유에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논의가 아닌 의료인 의료사고 설명의무법,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법 등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울분을 풀어주고,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입법적 조치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의료인 부담 완화”의 예시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이 언급된 것에 대한 환자단체연합회 입장


보건복지부는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중증․응급 분야, 저출산으로 기반이 위협받는 분만·소아진료 분야에 포커스를 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지난 달 31일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분야별 간담회 9회, 관련 3개 협의체 논의 14회 등 다양한 형식으로 20여 차례 이상 현장과 학계의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했고, 지난해 12월 8일 개최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에서 제안된 의견들까지 보강해 이번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는 10대 주요 과제가 있고, 10번째 과제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책임 강화”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금액·국가분담비율 확대와 ➁ 의료인 부담 완화 및 피해자 구제방안 검토”가 포함되어 있다. 즉, “현재 보상액 최대 3천만원, 분담율 국가 70%-의료기관 30%인 분만 시 불가항력 의료사고(뇌성마비 등) 관련한 보상금액‧국가분담비율 등을 2024년에 확대하는 불가항력 사고 지원 확대 방안”과 “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 타 직역과의 형평성, 국민 법감정 등을 고려, 의료인 부담 완화 및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을 검토하고 그 예시로 특례 필요성,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또는 특례법 제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이다.

문제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안)」 공청회뿐만 아니라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 협의체」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관련 내용이 보건복지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했고, 포함 시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다. 그런데도 “의료인 부담 완화”의 일환으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이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예시로 언급되었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환자와 환자가족에게 중요한 아젠다인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 관련 국가책임 강화 방안과 의료인 부담 완화 방안의 예시로 언급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힌다.

첫째, 환자단체연합회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 관련해 보상금액( 상한 3천만원)과 국가분담비율(국가 70%)을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분만 과정에서 생긴 뇌성마비와 분만 과정에서의 산모 또는 신생아의 사망에 대해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약칭: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에 근거해 제2013년 4월 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현재 보상금액은 상한이 3천만 원이고, 재원은 국가가 70%를 부담하고 나머지 30%는 분만 실적이 있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분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작년 5월 23일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 관련 보상 재원 중 분만 실적이 있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했던 30%를 없애고 100% 전액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무과실 보상제도는 국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저출산으로 분만 의료기관 감소와 산부인과 전공의 감소로 인한 분만의료기관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라도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 관련 보상 재원 중 분만 실적이 있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부담했던 30%를 국가가 부담하는 신현영 의원의 법안과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포함된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가 의료분쟁조정법에 포함된 입법적 연혁과 제정 당시 시민사회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힐 필요가 있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당시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에 대해 시민단체·소비자단체·환자단체는 첫째 의료과실이 없다고 판명되면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과실책임의 대원칙이고, 둘째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이 실체 진실발견 노력보다는 손쉬운 보상을 선택하는 도덕적 해이에 빠질 위험이 있고, 셋째 산부인과 분만사고에 대해서만 무과실 보상제도를 적용하고 타 진료과의 의료사고에는 적용하지 않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했었다. 특히, 의료의 전문성과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의료과실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료과실이 있는데도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이 의료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법 제46조에 규정된 불가항력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는 산부인과계의 요구로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당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막판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무과실까지 국가가 보상하는 것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부득이 분만 실적이 있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도 30% 재정을 부담시키는 것으로 국회를 어렵게 최종 통과했다.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이후 산부인과계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무과실 보상제도 보상 재원의 30%를 분만 실적이 있는 보건의료기관 개설자가 분담하는 것에 대해 계속 반대했고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요구해 왔었다.

둘째, 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내용으로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이 예시로 언급된 것과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논의를 추진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의학적 전문성과 정보 비대칭성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료과실과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고, 소송을 위해서는 고액의 비용과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의료분쟁에 있어서 환자는 절대적 약자다. 그런데도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서는 고의 의료사고만 형사처벌하고 과실로 의료사고를 내어 환자가 상해 또는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해도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해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실수로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을 하지 않지만, 방화, 일수, 교통방해, 폭발성물건파열, 업무상 장물, 상해·사망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업무상 행위로 이러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가중하고 있다. 업무상 행위에는 당연히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의 업무인 의료행위와 간호행위도 포함된다. 이것이 형사처벌에 관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합의 내용이고 현재 형법에 반영된 내용이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도 의료인이 신이 아닌 이상 의료과실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의료인의 고의가 아닌 실수로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의료인이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유감·공감 등으로 애도의 표시를 하고, 동일 또는 유사한 의료사고의 예방을 약속하고, 적정한 피해배상을 신속하게 한다면 상당수의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은 의료인을 용서하고 그 상황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고 현장에는 충분한 설명도, 애도의 표시도,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도, 적정한 피해보상도 거의 없거나 드문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것부터 먼저 해야 한다. 이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의료적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료과실이 없거나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입법화하는 것이다.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은 중상해를 입거나 가족을 잃었는데도 가해자로부터 사과받지 못하고 수년에 걸친 소송기간 동안 입증의 어려움과 고액의 소송비로 울분은 토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이들의 울분과 트라우마 치유에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우리나라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용서와 화해보다 형사고소와 형사소송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법에는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이 의무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없고, 의료분쟁조정법에는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이 아닌 의료진이 의료과실이 없거나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내용도 없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의 반대로 지금까지 국회를 통과한 적이 없다. 이것이 의료사고 관련 국회의 입법적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제정 논의가 아닌 의료인 의료사고 설명의무법,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법 등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의 울분을 풀어주고,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입법적 조치부터 추진해야 한다.

2023년 2월 2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