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의약품 해외직구 500억원 시대...쇄국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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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의약품 해외직구 500억원 시대...쇄국이 답일까
  • 주경준 기자
  • 승인 2023.01.1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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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불구 비급여시장 원격의료-약품배달 역시 활성화 일로

뉴스더보이스는 올해 초 관세청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의약품 해외직구시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관세청에서 집계한 해외직구 의약품 수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건수는 69만 2천여건, 금액으로는 4080만 7천달러 규모다. 현재 환률기준으로 한화 500억원 수준이다. 건당 평균 수입액은 59달러(한화 약 7만원) 정도다.

이는 HS코드 기준 3003, 3004 등 포장된 의약품 기준 특송화물(EMS 제외)로 일반수입신고된 전자상거래(해외직구) 수입통계를 토대로 산출된 자료다.

자료협조: 관세청
자료협조: 관세청

다른기준으로 한국무역통계원이 제공하는 HS 3004 기준 세관의 정식통관을 거쳐 수입신고된 전자상거래 수출입 통계(TRASS)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직구 수입건수는 99만 7323건에 수입액은 4077만 8532건이다. 평균 직구액은 41달러 정도로 한화로는 5만원 정도다.

또 정식승인 의약품 직구시장 규모는 수입 건수 기준으로는 5위, 수입액 규모 10위 수준으로 상당히 높은 순위를 점유한다.

구체적으로 식품, 트렁크나 케이스, 스포츠의복, 화장품, 커피나 차종류, 신발류 등에 이은 수입액 규모로는 열번째 이고 건수기준으로 식품, 화장품, 빵류, 차류에 이어 다섯번째로 많다.

일단 의약품의 경우 목록통관이 불가한 품목이다. 다만 일부 간이통관목록 제출건에 대한 의약품 직구현황 자료에 대해 별도 산출이 어려운 관계로 제공받지는 못했으나 적잖은 규모의 의약품 직구시장이 형성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통계에는 국내에 유통되는 의약품이 없어 처방전에 따라 해외 구매를 하는 합법적인 경우 등도 모두 포함된 시장 규모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통계원 관계자는 해당 데이터 관련 자료의 경우 실거래자를 구분할 수 없어 개인이외 기업 간의 전자상거래 건도 포함돼 있으나 해외 직구시장의 개략적인 규모를 살피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직구 거래규모는 코로나19의 시작과 함께 급격하게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수입액이나 건수 모두 21년에 비해서는 감소했다. 

월별추이를 살펴본 결과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분석의 한계는 있으나 여행 후 입국시 진행하는 간이통관이 늘었을 계연성이 높다.

의약품 온라인 해외 직구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가속화됐고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됐다.

반면 약사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상의 의약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식약처와 약사회는 모든 온라인 거래는 불법행위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일관된 기조를 유지한다. 시대의 흐름을 용인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비단 해외직구 뿐만 아니라 사실상 누구나 접근 가능한 원격의료 이후 진행되는 의약품배송 역시 불법의 영역에 속한다. 탈모, 다이어트 등 비급여 부문의 원격의료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나 약국의 배송은 엄밀하게 합법은 범주는 아니다.  

그간 관세법과 약사법의 불일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관세법이 의약품에 대한 수입에 대해 좀 더 엄격해졌으나 이같은 불일치 문제의 간극을 더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약사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최대한 막아보겠다며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입장이라 합의점을 찾기는 어렵다.

이제 약사법과 연간 1백만건에 달하는 직구시장이 존재한다는 현실과의 불일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더 나아가 국내제약사의 글로벌 경쟁력은 엄연한 불법시장에도 불구 성장하고 있는 직구시장에 대응할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솔직하게 약사사회와 제약업계는 발전을 모색하기보다는 안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더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깊은 것 아닌가 우려된다.

기자는 지난해 관세청의 협조를 얻어 5조원이 채 되지 않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규모가 큰 1조원에 근접하는 해외직구시장에 대해 잠시 다뤘다. 실제 건강식품은 해외직구 수입액과 건수가 가장 많은 품목이다.

또한 유투브의 약사들은 건식 추천상품을 건식직구 쇼핑몰 아이허브에서 찾아내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건식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당연히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도적 보호 하에 있는 의약품은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을까.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정부의 혁신을 위한 지원도 형편없었지만 20년 전에도 제약산업의 보호를 주장했고 지금도 그렇다.

또 갈락파고스화 됐다는 일본도 몇개월 후면 약사법의 온라인 쇄국은 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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