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있어도 급여 안되는 현실은 희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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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있어도 급여 안되는 현실은 희망고문"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10.24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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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
"ATTR-CM 진단 이후 빈다맥스 쓸 수 있는 환경돼야"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Transthyretin Amyloid Cardiomyopathy, ATTR-CM)이라 불리는 희귀질환이 있다. 트랜스티레틴(TTR) 단백질이 변형돼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침착되면서 심부전과 호흡곤란, 마비 등을 일으키다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유전형은 가족 내에서 환자를 탐색하기 때문에 연령대가 낮은 반면 일반형은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의 변형과 축적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가 고령이다. 

진단 역시 어려워 국내외 유병률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가족력으로 파악된 환자 6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이 가지는 특성을 ATTR-CM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진단이 어려워 환자들 대부분 평균 3~5년을 정확한 진단명없이 유랑한다.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제의 높은 비용 앞에서 좌절을 맛봐야 한다. ATTR-CM에 사용되는 약제는 빈다맥스(성분 타파마디스)가 유일한데 높은 가격으로 인해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뉴스더보이스는 ATTR-CM이라는 질환과 치료제 접근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돌보는 김경희 과장(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심장이식센터장)을 만나봤다.  

-먼저 ATTR-CM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은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단백질 트랜스티레틴(TTR)이 잘못된 단백질 접힘을 거치면서, 심장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심장 근육의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진행성 희귀질환이다. 질환 특성상 다양하고 미묘한 방식으로 발현되고,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고 오진되기도 쉽다. 

주요 증상은 심부전과 관련된 호흡 곤란, 부종, 가슴 두근거림 및 비정상적인 심장박동, 손과 발의 마비 외에도 질병이 진행될수록 환자가 겪게 되는 기능적 장애 증가나 건강 관련 삶의 질 저하가 나타난다. 주로 60대 남성에게서 발병되며 진단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생존기간은 유전형의 경우 2.5년, 정상형의 경우 3.6년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심부전을 포함한 심장 원인에 의해 사망한다. 현재 대안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과 심장, 간 이식을 고려할 수 있지만 기증 장기가 부족해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진단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주요 진단법으로는 심초음파, 심장 MRI 및 Tc-99m-PYP, DPD 또는 HMDP를 이용한 핵의학 검사(nuclear scintigraphy)가 있다. 핵의학 검사 시에는 경쇄 아밀로이드증(AL amyloidosis) 진단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추가로 혈액, 소변 검사를 시행한다. 

중요한 부분은 가족력이다. 가족들 중에 급사 한 사람이 있거나, 혹은 가족들 중 심부전이 많다면 의심을 해야 한다.

ATTR-CM은 진행성 질환이다. 트랜스티레틴이라는 단백질이 침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빠르게 질환 유무를 가릴 수 있다면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예후를 만들 수 있다. 저희 병원에서도 심근병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검사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ATTR-CM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무엇인가? 

빈다맥스가 나오기 전에는 치료 방법이 없었다. 트랜스티레틴으로 인해 심장이 딱딱하게 굳으면, 이후에는 심장을 이식하는 방법뿐이었다.  

다만 우리나라는 침착이 다 된 다음에 약을 쓸 수 있고, 게다가 심장만 침범하는 환자들에게는 보험 적용이 안 된다. 심장에 침범된 환자들은 병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되고,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은 미리 약을 써서 침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환자들이 진행된 다음, 치료제를 받게 되는데 이미 침착된 단백질은 사라지지 않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 이식을 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그 마저도 심장벽이 너무 두꺼워져, 혈전이 생기기 때문에 인공 심장인 좌심실 보조 장치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식할 심장이 본인과 맞지 않으면,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 

-빈다맥스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빈다맥스는 트랜스티레틴(TTR)이라는 단백질을 안정화 시키는 치료제다. 세포 안에 트랜스티레틴의 침착이 보이기 시작하면, 더 나빠지기 전에 안정화를 시켜서 더 이상의 침착을 막아주는 약이다. 

ATTR-ACT 임상을 보면 빈다맥스 투여군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약 30% 정도, 그리고 입원 관련 위험률은 50%까지 유의하게 낮추는 걸로 나타났다. 

연구 30개월 시점에서 보면 빈다맥스 투여군의 71%가 생존했고, 심혈관계 관련 입원의 평균 횟수는 위약군(0.46) 보다 낮은 0.30으로 나타났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및 심혈관 관련 입원 빈도는 빈다맥스군이 위약군 대비 각각 30%(95% CI, 0.51-0.96), 32%(95% CI, 0.56-0.81)를 보였다. 

5년간 추적한 데이터에서 빈다맥스를 지속적으로 투여한 환자군(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58.5개월)은 빈다맥스로 전환(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57.1개월)한 환자군 대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장기연장연구 결과는 ATTR-CM 분야에서 조기 진단과 가능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위약 투여 이후 빈다맥스로 치료를 전환한 ATTR-CM 환자들에게서도 유의한 사망 위험 감소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2018년 63세 환자가 타병원에서 심부전으로 진단을 받고, 크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듣고 저에게 왔다. 아밀로이드증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검사를 했더니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이었다. 

그 환자의 가족을 모두 확인하니, 아들도 같은 병이었다. 형제관계는 7남매였는데, 7남매 중에서 이미 세 분은 돌아가셨고, 나머지 네 분과, 그 네 분의 자녀들, 급사했던 세 분의 자녀들도 모두 ATTR-CM으로 나타났다. 환자들과 자녀분들은 빠르게 진단해서 심장 조직 검사도 하고, 신경 침범이 나오면 약을 쓰는 식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환자분은 3년 동안 약을 복용했지만 이미 침착이 진행된 상태여서 약을 먹었기 때문에 이식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식 대기 중에 돌아가셨고, 그 동생분이 증상이 없었는데 검사를 해보니 심장이 커져 있고 많이 침범돼 있었다. 약을 먹고 1년은 버텼지만 숨이 차기 시작해서 바로 이식을 했다. 

이 가족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미 많이 침착된 다음에 약을 쓰는 것은 질환 진행의 속도만 낮출 수 있지 근본 치료가 되지 않는다. 결국 약을 쓰고도 이식으로 가야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관심이 부족하다. ATTR-CM 환자들은 좌심실 보조 장치도 할 수 없고, 심장이 침범이 되면 돌처럼 딱딱하게 되기 때문에 숨도 많이 차고, 심장 뿐 아니라 신경이나 근육 같은 데까지 침범되니 굉장히 쇠약해진다.

처음 진단됐을 때 빠르게 치료를 해주면 환자들이 삶의 질이나 여러 가지가 더 좋아질 텐데, 보험이 안 되니 그럴 수가 없다. 보험은 희망 고문일 뿐이다. 

약이 있다는 건 알지만 쓰기가 어렵고, 쓰게 된다면 너무 늦은 시기에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신경에 침범한 경우에는 빈다켈로 급여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훨씬 더 중요한 기관인 심장 침범에 효과적인 빈다맥스는 급여가 되지 않는다. 

나라에서 ATTR-CM 환자들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대한심부전학회에서도 열심히 보험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사리 바뀌지 않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환자들에게 실질적 지원을 주기 위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나?

75세 정도의 환자가 침착이 많이 된 케이스도 있고, 60-65세에 이미 침착된 일반형 환자도 있다. 20대의 유전형 환자가 있을 수 있다. 증상이 이미 있는 환자가 생각보다 침착을 많이 안 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환자들의 예후가 다양하기 때문에 의사로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어서 다루기가 어렵다. 

60대인데 이완 기능 장애가 초기이고 어느 정도 침착이 있을 때, 빈다맥스를 복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환자를 잘 선택해서 치료하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인 것 같다. 일반형의 경우, 그러한 환자들은 되도록이면 놓치지 말고 잘 선택해서 어떤 환자를 치료할지 충분히 전문의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1년 치료 비용을 환자들은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보험이 된다고 해도 치료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환자가 있을 수 있어 이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유전형의 젊은 환자에게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치료제 뿐만 아니라 진단과 검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한 유전질환에 대해서 보호해 주는 기관이 없다. 유전자 검사에 대해서 외부로 알리지 못하게 한다는 법제화, 환자의 개인 정보에 대한 명확한 법제화 마련, 자녀들이 보험을 들거나 할 때 문제가 없도록 하는 법안들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가?

전 세계적으로 급여되는 나라가 20-30개 정도 있다. 급여의 기준은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에 따라 급여를 해주는데, 일부 국가는 NYHA class 별로 적용 기준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일본과 프랑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가 ESC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반형 환자까지 급여가 된다. 

NYHA class 로 구분하는 것은 빈다맥스가 침착된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활동성을 보는 것이다. 다만, NYHA class 별로 환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지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치료제가 있으니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진단이 나오면 제대로 치료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희귀난치질환 환자를 불쌍한 사람으로 비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희귀질환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과장되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유전성 질환의 환자들에게는 치료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들 또한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일상생활을 즐겁게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의사들도 환자와 오랫동안 같이 동행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소중한 약제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하고, 치료해야 된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의 깊은 마음의 응어리진 것들까지 살피는 것이 희귀질환을 보는 의사의 기본 마인드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의 증상을 유의 깊게 확인하고, 정신적으로나 영양학적인 문제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다양한 방안의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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