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휴가인 김에 떼 본 기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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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휴가인 김에 떼 본 기저귀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2.08.16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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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 5개월 

기저귀를 떼는 적정한 시기는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라는데 유진이는 정확히 42 개월 진입을 목전에 둔 8월 초에 기저귀를 완전히 떼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가 스트레스 받게 하지 않기 위해서 엄마가 스트레스 받았던 일종의 숙제가 끝난 셈이지요. 

어떻게 유진이는 그 떼기 싫어하던 기저귀와 완전히 이별할 수 있게 됐을까요? 이것은 온전히 엄마의 결단과 그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아이의 결심에 따른 것이었는데, 엄마는 다가오는 휴가에 맞춰 기저귀를 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이에게 선언처럼 주구장창 했던 것이었죠. 

아이도 어느 순간 "아 이번에 기저귀를 안떼면 엄마라는 존재의 성격상 내가 피곤해지겠구나"라를 생각했는지 휴가가 다가오는 전 주 초부터 기저귀에 일을 보는 횟수가 조금씩 줄고 변기를 찾는 일이 많아지더니 엄마의 본격적인 휴가를 앞둔 금요일 하원 길에 선언하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나 이제 귀저기 안할거야."

아이의 선언에 엄마가 놀라는 표정으로 "정말이야? 할 수 있겠어?"라고 묻자 유진이는 "아이 참, 정말이지."하며 유쾌하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유진이가 참 신기했던 게, 등원 후 쉬야를 변기에 본 뒤 선생님에게 "이제는 기저귀를 하면 안된다"면서 팬티를 입혀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유진이는 이날 어린이집에서 큰일까지 변기에 직접 가서 봤다는 겁니다. 신기해라! 

집에 돌아온 유진이는 엄마에게 자신있게 "나 팬티 입어. 진짜 이쁜 팬티입어"하면서 자랑을 하더니 저녁을 먹기 전 변기에게 가야 한다면서 화장실로 뛰어가 혼자 볼일을 보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뭔가 홀린 것 같은 아이의 모습에 순간 엄마는 선언하듯 한 '기저귀 떼기'라는 목표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은 아닐까 내심 고민을 했었드랬죠. 

엄마의 걱정과 달리 유진이는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제일 먼저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더니 자랑하듯 "유진이 쉬야 쌌어. 어서 닦아 주세요"라고 자연스러운 일상 같이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얼결에 엄마도 대답을 하고선 뒷처리를 도와주고 아침 식사를 차렸죠. 유진이는 그렇게 토요일부터 2~3시간 간격으로 배변 욕구를 묻는 엄마의 질문에 "갈께" 또는 "지금은 안가"라는 말로 정확히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배변 훈련이 사실 삐끗거릴까 내심 조마조마했던 엄마의 맘과 달리 날도 계속 흐려 실내 생활이 길어진 탓에 유진이는 엄마의 휴가 기간 5일 동안 단 두번의 실수를 제외하곤 완벽한 '팬티 적응기'를 끝마쳤습니다. 

유진이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기저귀의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수면 시간이죠. 그런데 신기하게 이 녀석. 기저귀 떼는 보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유진이는 세 돌 이후로 자는 사이 볼일을 본 일이 딱 두 번에 불과할 정도로 밤 소변을 거의 하지 않는 편입니다. 여기서 엄마는 돌연 궁금해 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분명 엄마의 유전자가 조금이라도 섞여있다면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텐데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죠.  

네. 고백하자면 유진이 엄마라는 분은 소싯적에 참 많은 이불에 그림을 그렸던, 나름 유명한 동네 화가였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사진으로 봤을 법한 '키'도 직접 써보고 동네를 돌아본 적도 있습니다. 맹세컨데(이런 맹세는 왜 하는지...참)소금을 한 바가지 받아 가정에 보탬이 되기도 했습니다. 쿨럭  

그 정도로 엄마는 유아시절 번뇌하는 밤을 자주 보내던 아이였습니다. 당시 실수를 한 날은 왜그리 꿈에 불난 집이 많았고, 불을 끄라고 던지는 물은 유독 나에게만 쏟아졌는지 아쉬울 뿐입니다. 심지어 꿈에서 물을 만나면 "쉬를 싸겠구나"하며 놀라 잠에서 깨어 벌떡 일어나도 이미 물은 엎지른 이후였습니다. 

그렇게 나의 어머니는 동네에서 이불 빨래를 제일 부지런히 하시는 분으로 소문이 났고, 나 역시 우리집 소금 걱정을 없게 만드는 효녀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쓰다 보니 유진이의 기저귀 떼기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엄마의 흑역사까지 까발려지는 상황에 이르게 됐네요.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사실인걸요.

암튼 유진이는 이제 기저귀와 작별하고 있습니다. 유아기를 지나는 지금은 젓가락과 다시 친해지는 계기를 접하고 있으니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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