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보이스) 루푸스 치료제는 사탕발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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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보이스) 루푸스 치료제는 사탕발림인가?
  • 뉴스더보이스
  • 승인 2022.07.0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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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모 씨는 대학 새내기 때인 스무살 어느 봄날, 알 수없는 고열과 함께 온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났다. 동네의원에서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여러 병의원을 전전긍긍하다가 찾아간 대학병원에서 '루푸스'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스트레스가 생기면 온몸이 붓고, 아토피보다 심한 피부염이 발생해 대학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모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 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했지만, 계속되는 루푸스 발병으로 회사 생활이 불가능해 결국 회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루푸스 진단 8년, 지금은 부모님 일을 도우며 생활하고 있다. 김 씨 뿐 아니었다. 그의 사촌 언니와 여동생들도 같은 질환을 진단받았다. 

루푸스는 만성염증성 자가면역질환으로 피부, 관절, 혈액, 신장 등 신체의 다양한 기관을 침범하는 전신성 질환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까지 동반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또한 질환이 발병할 경우 환자에 따라서 온몸이 붓거나, 피부염 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루푸스 환자에게 '일상'이란 단어는 단어로만 인식될 뿐이다. 루푸스 발병으로 인한 외모 변화는 필연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상당수는 대인기피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들은 작년 1월까지는 당뇨, 고혈압, 녹내장,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보조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왔다.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에 따른 영구적인 장기 손상은 루푸스 환자가 온전히 감내해야하는 몫인데 작년 2월부터 루푸스의 근원을 치료하는 기전의 유일한 루푸스 치료제 '벤리스타'가 국내에서도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되면서 치료제의 혜택을 처음 받게 되었다.

루푸스는 질환 자체가 재발과 완화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질환 악화를 겪기 때문에 질병 활성도를 낮추고 중증 악화를 감소시키는 것이 치료 목표이다.

이런 질환의 특성 때문에 벤리스타주는 일시 혹은 단기적인 사용으로 드라마틱한 치료를 볼 수는 없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갑자기 나빠지는 증상도 나아지고, 스테로이드 양도 줄일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한다.

실제 전세계적으로 벤리스타주는 루푸스 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는 유일한 치료제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는 9월이면 이조차도 '꿈같은' 얘기가 된다. 이 치료제의 보험급여적용 기간이 18개월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작년 2월부터 이 약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오는 9월이면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치료제로 증상 완화를 보이며 일상생활이 가능해져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게 불과 1년 밖에 안되었는데 약값 부담을 온전히 져야 한다. 10배 이상 높은 약값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감당하기에 가혹한 부담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되지만 루푸스 환자에게는 와닿지 않는 정책이다. 보험 급여가 이뤄지다가 일정 기간 이후 전액 본인 부담으로 전환된다면 기존에 치료제 없이 보조적인 방법으로만 연명하던 작년 2월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 이는 어린아이에게 사탕을 줬다가 뻿는것과 다를게 없지 않는가.

윤석열 정부의 희귀난치성질환 공약과 최근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의 인터뷰를 보면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에게 희망적이다. 부디 마땅한 치료제 없이 질병의 악화를 반복하고 있는 루푸스 환자들에게 실날같은 희망인 치료제의 투여 중단이라는 고통이 현실화되지 않고, '희망 고문'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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